일본 여행 일지_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

ep2. 지하철에서 만난 두 아이의 엄마

by 황태


일본에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저출산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이들을 많이 낳는 것 같았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 손을 잡는 어머니를 지나다니면서 쉽게 볼 수 있었고, 오사카 엑스포행 기차에는 부모님과 함께 있는 아이들이 가득 차 있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과 이 아이들을 열심히 키워나가는 부모님들을 실컷 볼 수 있는 풍경이 새삼 새로웠다. (나는 아이의 모습을 볼일이 많지 않다.) 그리고 그중 한 곳으로 내 시선이 쏠렸다.


지하철 벽면에 기대 서있는 두 아이의 엄마가 보였다. 한 아이는 유모차에서 자고 있고 다른 한 아이는 쉴 새 없이 몸을 흔들거리고 매달리며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그 어머니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냥 넋이 나가보였다. 그리고 그 현실 세계에서 멀어져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아이는 계속해서 말을 걸면서도 시무룩해 보였다.


일본은 결혼하면 그래도 아이 둘은 낳는 추세라던데, 그래서 아이를 의무적으로 낳은 것일까. 아니면 우울증이 온 것일까. 아이가 자신을 지치게 만든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왔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은 내 몸 하나 지탱하기 쉽지 않아서 손잡이를 꽉 붙잡아야만 했다. 아기 엄마는 유모차를 꼭 붙잡은 채 지하철 벽면과 유모차 사이에 다른 아이가 서있도록 했다. 세명을 지탱해야 하는 아이 엄마의 고단함과 책임감이 사무치게 다가왔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아이를 낳고 나서 나도 저렇게 공허한 표정을 짓게 되면 어떡하지. 아이가 시무룩해지게 만들면 어떡하지. 많은 생각들이 밀려왔다. 그저 결혼 이후의 자연스러운 과업과도 같이 생각했던 출산과 육아의 또 다른 부분을 바라본 기분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지하철 안에서 손잡이를 힘겹게 붙잡은 채 이리저리 흔들리며 서있었다.


10살 된 여자아이의 엄마인 회사 차장님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한 명의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사람으로 만들어간다라니. 막중한 임무와 책임감이 내포된 말이었다. 그리고 무한한 인내와 고통이 담겨있었다. 단순히 이때쯤 다들 아이를 낳아서, 아이가 너무 이쁘다고 해서, 귀여울 것 같아서 등 가벼운 이유로 다가가서는 절대 안 되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울 때도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부터 생각하고 기르기 시작하는데 사람은 어떻겠는가. 안일했던 나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리고 이제라도 깨닫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일 터였다.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그렇게 아름답거나 꿈같은 일이 아니라 지독하게도 현실이었다. 내가 아이를 낳게 될지 낳지 않을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의 근심과 걱정과 불행이 담긴 넋이 나간 표정이 아니라 인내와 자애로움과 사랑으로 가득 찬 표정을 한 엄마 또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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