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다이어트

정신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

by 황태


한 번도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 있다. 바로 나의 머릿속, 정신에 담는 것들이다. 나는 머릿속을 그저 생각이 지나가는 통로 또는 생각을 하기 위한 도구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최근에 뒤늦게 '더글로리'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완전히 빠져들어 정주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편이 계속 드라마를 챙겨 보고 있어서 옆에서 힐끔 보게 됐다. 잠깐씩만 봤을 뿐인데도 그때마다 깊이 빠져들어 몰입하게 되어버리는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쉽게 잠들었던 최근과는 달리 드라마 속의 자극적인 장면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아서 잠을 쉽게 청할 수 없었다. 붉은 피, 폭행의 장면, 상처 등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괴로운 장면들에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쓰다 잠들었다.


아침에 달리기를 할 때도 자극적인 장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전이라면 푸르른 나무를 보거나 안개 낀 공중을 바라보며 머리를 비워내거나 또는 글의 영감을 떠올려내는 무언가 평화로운 시간이었다면 최근에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에 머릿속을 점령당한 느낌이었다. 머릿속은 고통받으면서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일 뿐인 시간이었다.




자극적인 것, 극심한 스트레스, 해결되지 않을 고민 등은 항상 우리 머릿속의 최우선순위의 위치에서 우리의 의식과 생각을 지배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나의 머릿속에 찐득하게 들러붙어 있어 쉽사리 머리가 맑게 비워질 수 없었던 것이고, 나의 영혼을 쉬게 하는 생각들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온 뒤로 골몰하게 된 수많은 고민들과, 자극적인 드라마 등에 내 정신은 기를 펴지 못하고 피폐해졌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뚜렷하게 느끼지 못하고 희미한 시간들을 보냈다.


나를 병들게 하는 끈적이는 것들을 피하고, 머리에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공복시간을 가져야 했다. 나를 살리는 생각들을 자양분으로써 공급해야 했다. 머리 다이어트가 시급했다.




일단 머릿속에 휴식을 주기 위해서는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들로부터 멀어져야 했다. 나를 괴롭게 할 뿐인 세상의 자극적인 산물에 접하는 것에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자기 직전만큼이라도 나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것들을 하기로 다짐했다. 공복시간을 꼭 지켜보는 것이다.


나의 머릿속에 끈적하게 달라붙을 것들로 멀어졌다면 좋은 음식을 섭취해야 할 터였다. 간이 밍밍하고 유달리 맛있지도 않은 생식과도 같은 자양분을 섭취해야 했다. 가공된 무언가가 아닌 원래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해한 것들로 내 시선을 돌렸다. 무해한 사람의 영상을 찾아보고, 꾸준히 아침마다 운동을 했고, 저녁에는 가끔 남편과 공터에 나가 캐치볼을 했다. 책으로 다시 가까이 다가갔다. 아침마다 드리는 기도에 더 열과 성을 다하고 주말에 교회에서 예배도 열심히 드렸다. 독소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요즘 회사 일이 많이 바쁘다. 자투리 시간에 글을 쓸 수 없을 만큼 바쁘다. 나 자신을 자극적인 것들에서 빼냈지만 어쩔 수 없는 굴레 속으로 다시 밀어 넣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의 정신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당장 어제만 해도 힘들다며 분식을 시켜 먹은 탓에 오늘 아침에는 피곤해서 운동도 못했고 빠지지 못한 붓기와 독소에 온 몸이 답답했다. 힘들다는 이유로 정신의 주도권을 놓아버리자마자 더 깊은 수렁텅이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신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면 나의 육신에도 영향이 가버리겠지.


다시금 머리 다이어트를 유지해 본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다. 나를 괴롭게 할 자극적인 것들, 고민들, 스트레스 등에서 최대한 벗어나 공복시간을 가져보려고 노력해야겠다.원래의 건강한 것들을 찾아 생식을 실천해야겠다. 머리에서 주도권을 찾는 것이다.


정신의 주도권을 잡고 꾸준히 관리해야만 내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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