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나의 세계로 돌아가는 법
나의 세계가 있어야한다. 나의 세계는 나만의 방이 될 수도 있고 내 정신 속의 어떤 공간일 수도 있고 김화영 작가가 말했듯 지중해가 될 수도 있다. 나의 세계는 지금 당장 여기서 행복한 나만의 세계이다. 그러한 나의 세계에 계속해서 무사히 안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참으로 이곳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이곳은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올 곳은 아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행복한 사람.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새우며
행복한 사람의 땅.
(지중해)
행복의 충격, 김화영
카페를 갔는데 유난히 집중이 안됐다. 글을 쓰는게 좋아서 요즘 연재할 글들을 미리 써나가고 있는데, 그러다 한가지 고민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떠한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나의 글들이 가르키는 한 가지는 무엇일까? 나만의 글이 매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에 대해 생각하고 또 걱정하다 보니 애꿎은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한참을 번민하다가 글쓰기를 접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이 나에게 당장 도움이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내 안의 숨어져 있는 말들을 책을 통해 영감을 받고 추출한 뒤 글로 써나가야하는데,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했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태복음7:7) 내가 글을 쓸 생각이 없는데 책에서 영감이 얻어질리는 만무했다. 일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허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아 간단히 저녁을 때우려 했지만 부모님이 싸주신 반찬들이 너무 맛있어서 먹다보니 과식하게 됐다. 내게 주어진 적절한 양에서 벗어나 과하게 될 때 참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치우는 것도 남은시간을 보내는 것도 모두 무시한 채 침대에 눕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식곤증은 정말 위험하다.
우리의 위장은
영혼의 손발을 묶은 족쇄와도 같다.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허기를 없애기 위해 먹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우리는 음식이나 값비싼 옷, 오락거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록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레프 톨스토이
이대로 식곤증에 질쏘냐. 일단 샤워부터 했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찬물로 세수 하니 정신이 맑아졌다. 일부 소화도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바로 설거지를 한 뒤 따듯한 차를 한 잔 타서 재빠르게 거실 식탁에 마련된 내 지정석에 앉았다. 생각보다 포근하고 또 나만의 세계로 건너온 느낌이 들었다. 앉자마자 머릿속에 나의 세계로 무사히 안착했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나의 세계란 어디일까. 물리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정신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세계가 물리적인 공간이 된다면 그 공간에 도착했을 때마다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겠지만, 그 공간을 찾기 전까지는 배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사를 하고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식이다.
또는 나의 세계가 정신적인 공간이 된다면 수시로 그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그러기란 사실 쉽지 않다. 그리고 내 정신 상태가 불안 우울감 등으로 평소와 다를 때에 힘을 잃게 된다. 그래서 나의 세계는 물리적인 공간과 정신적인 공간을 결합한 곳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물리적으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민들었다. 우리집 식탁에 내가 좋아하는 1인용 쇼파를 두고 책상에 따뜻한 담요를 깔고 보면대를 설치했다.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고 난 다음에는 그 속에 정신적인 공간을 만들어야한다.
물리적 공간 속에 정신적인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뭘까. 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거실 식탁 속 내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는 집중할 수 있는 상태로 셋팅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고 평안하며 내가 즐거워 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상태라 되뇌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랜시간 내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습관처럼 반복해서 내 체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의 세계에 무사히 안착할 때마다 안정감과 행복을 습관적으로 느끼면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한 가정을 세우고 나의 세계에 무사히 안착했다를 외치며 시작했다. 일전에 카페에 가야만 집중이 잘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한정적으로 물리적인 공간을 가지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페에 못가게 될 수도 있고, 카페에서도 집중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부여한 나의 세계에서 수시로 나는 행복하고 평안하다고 되뇌이면서 긴 시간을 가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의 세계에 수시로 안착하면서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