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비건 친구와의 데이트 (카페 편)

비건 친구 생활백서 EP 07 | 비건 친구와 카페 가기

by 채루에 Ruhe

처음으로 우리가 직장 동료에서 친구로의 포문을 연 뒤로, 우리는 꽤나 자주 보는 편이다. 우리가 이렇게 자주 보는 데는—물론 지금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지만—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공통의 관심사가 비슷했다. 토끼를 키우는 비나와 고양이를 키우는 나. 한국에 문화의 관심이 많은 비나와 독일에 사는 한국인인 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둘 다 맛있는 식당과 카페를 다니길 좋아한다, 누군들 아니겠냐만은. 거기에 근처에 산다는 이점이 붙어 자주 근처 카페 가기도 하고 금방에 새로 생긴 식당을 같이 가 보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어느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베지테리안 옵션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디에나 비건 옵션이 하나 이상 있는 게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비건 옵션이 있으면 됐지 뭘 또 바라냐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게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 옵션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프랑크푸르트의 비건카페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몇 안 되는 카페 중에도 비건 음료와 음식만 파는 카페들이 몇 있다. 사실 비나를 만나기 전 다른 친구와 카페가 예뻐 모르고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가, 생소한 비건음식에 조금 실망하곤 그 후론 비건 카페는 가지 않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신나게 비건 카페가 우리 집 근처에 많다며 가자는 비나를 믿고 가보기 시작했다.


신기하다며 시킨 비건 오믈렛은 사실 내겐 그닥 맞지 않았다.


내 첫 비건 카페


처음으로 같이 간 곳은 kaffeemacherei. 재밌게도 내가 처음 가보고 또 실망했었던 그 카페였다. 이번엔 다행히 브런치로 간 게 아니어서 음료와 케이크정도만 시켰다. 막상 케이크를 먹어보니 세상에 너무 맛있어서 비건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당근케이크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주 비건용으로 만들어지는 케이크 중에 하나가 당근케이크이라고도 한다.

비건 당근 케익과 비건버터를 곁들인 크로와상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휩드 버터같달까.

덕분에 비건 카페에 대한 거부감이 일단 좀 줄었다. 같은 카페였어서 더 그랬던 것도 있다. 커피는 사실 이미 종종 Hafermilch로 마시고 있어 큰 부담이 없었다. 좀 텁텁한 느낌은 있지만 정 거슬리면 우유가 안 들어간 블랙을 마시면 되니까.


요가 스튜디오의 웰빙 비건 카페


Balance Deli는 어느 주말 아침 같이 운동을 처음으로 한 날이었나, 운동이 끝나고 배고프니 같이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내가 종종 가는 요가 스튜디오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달려있는데 거기가 알고 보니 전 메뉴 비건으로 하는 곳이었다.

프푸 스튜디오 중 제일 좋아하는 분위기의 스튜디오라 운동은 종종 갔었는데 카페는 보기만 했었다.

(다른 스튜디오였지만) 운동을 하고 나서 간 곳이어서 둘 다 건강하게 스무디볼을 시켰는데, 웬걸 너무 맛있는 게 아닌가. 망고가 들어가고 카카오닙스가 올라간 스무디 중에 제일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많이 들어간 스무디볼을 시킨 거였는데, 내가 먹어 본 스무디볼 중에 제일 맛있었다. 그러곤 느낀 건, 비건 대체제 음식(콩고기, 비건계란 등)보다는 자연의 원재료 그대로 요리할 때 나는 더 잘 먹는다는 거였다. 비건 친구는 물론 늘 비건식을 먹어야 하니 대체제가 필수이고 또 익숙하겠지만, 뭐랄까 나는 계란이 안 들어갔는데 계란 오믈렛인 척하는 그 맛이 오히려 내가 알던 맛과 달라 어색하여도 실망스러웠던 거 같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지연비건 재료만 들어간 음식들은 그런 무의식적인 실망감과 괴리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아 논비건에게는 더 즐기기 좋은 거 같다.

너무 맛있었던 망고 스무디 볼. 가격이 조금만 착했어도 거의 매주 가서 먹을 맛이다.


글루텐 프리 카페가 있었다


비나와 비나의 친구랑 셋이 논 어느 날, 비나의 친구가 계속 케이크를 들고 다니기에 그게 뭐냐 물었다. 이자벨라에서 사 온 케이크이라고 했다. 이자베라는 프랑크푸르트에 8년을 산 자칭 푸디(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인 내가 모르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둘은 모를 리 없다, 여기 정말 유명하다, 케이크류가 엄청 맛있다 해서 내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었다. 그래서 결국 비나랑 그다음 주말 이자벨라를 갔다. 여긴 가보니 비건만 파는 비건 카페는 아니었고 글루텐 프리 카페였다. 마카롱과 너무 예쁜 베이커리들을 팔았는데 전부 글루텐 프리에 꽤 많은 옵션들이 비건이었다. 아무래도 글루텐프리를 찾아 먹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곳이니, 타깃 자체가 먹는 것에 있어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사람들로 잡은 것일까, 아니면 모두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카페를 만들겠다는 자체적이고 고유한 정신이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비건 베이커리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비건 친구와 같이 즐길 수 있는 옵션이 많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어차피 식물성 우유


Hafermilch는 이제 기본

사실 음식이 어렵지 커피나 음료 자체는 어디 카페를 가든 이제는 식물성 우유가 없는 카페를 오히려 찾아보기 어렵니다. 반대로 일반 우유가 없는 곳은 종종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일반 우유는 안 마시는 사람이 있지만, 식물성 우유는 선호하지는 않아도 아예 안 마시는 사람은 없다는 편리함에 카페에서 발주하는 우유를 단일화한다면 식물성 우유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비건뿐만 아니라 유당불내성(Lacto-intolerance)인 사람들을 위해서도 락토 프리(Lacto-free)인 식물성 우유가 선호되어, 더 많은 수요를 가지는 것 같다. 덕분에 클래식 커피 종류는 어디든 마음 편히 갈 수 있다.


Hafermilch(하퍼밀쉬): 영어로는 Oatmilk라고 하는 귀리로 만든 우유. 독일의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비건 혹은 락토 프리 옵션으로 이 Hafermilch를 구비해두고 라떼류를 시키면 어떤 우유를 쓸 것인지 물어봐 준다.


친구가 마실 수 없는 것들

그렇지만 아쉽게도 요즘 독일에 점점 핫하게 생기는 아시아식 카페들은 가기 어려운 경우가 아직 많다. 버블티는 대부분 비건 옵션이 없어 비건 버블티를 파는 곳을 아직도 찾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식 연유가 들어간 커피도 마찬가지다. 우유는 식물성일 수 있지만 연유까지 식물성으로 준비해 두는 카페는 잘 없다. 프랑크푸르트에는 한국인이 하는 빙수카페가 하나 있는데, 거기엔 그래도 비건 옵션이 조금 있어, 어느 무더운 여름날 비나를 포함한 회사동료들과 다 같이 갈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포틀럭에서 보였듯이​ 우리 팀 멤버들 대부분은 비나의 비건을 불편해하지 않기에 늘 비건 옵션을 함께 확인하는데, 빙수 카페를 갈 때도 모두가 비건옵션이 있음에 즐거워했다. 우리의 팀이벤트에 비나의 비거니즘이 조금 더 제약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유럽에선 채식주의자가 많아 메뉴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니 그게 다들 부담스럽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나가 적극적으로 자기가 먼저 장소를 찾아보고 옵션들을 제안하는 것도 한 몫한다고 느낀다.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식사는 하루 중 아침이다. 가볍고 상큼하게 혹은 달달하게 먹는 이 식사가 기대되어 아침에 잠도 잘 깬다. 특히 친구들과 브런치 약속을 잡으면 신나기가 그지없다. 그런 브런치를 비나와도 즐길 수 있어서, 즐기고 싶어서 비건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주위에 있음에 감사하다. 내일도 간만에 오전에 카페에 만나서 수다를 떨기로 했는데 너무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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