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非 회사원은, 처음이에요.> 14화 Chapter 1. 완결

by 비타민들레

회사를 그만두는 ‘결심’은 생각보다 고요하게 찾아온다.


화가 치밀어 울컥하는 마음에 ‘이딴 회사 진짜 때려치워 버려?’

하는 건 순간의 울컥함 내지 계기에 더 가깝지, 결심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만두고 싶다’가 아닌

‘그만둬도 되겠다’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퇴사를 위한 마음의 준비가 진짜 시작된다.


회사 밖 밥벌이 시작 전 나홀로 일본 시골 여행(24년 5월)


퇴사 소식이 주변에 전해지면,

다양한 반응이 있다.


“왜 퇴사해? 힘들었어? 어디로 이직해?”


“축하해!! 퇴사 파티 해야 되겠다!”


“그래서 앞으로 뭐 할 건데? 계획이 어떻게 돼?”


퇴사의 사유는 이직이 아니었고

딱히 상세한 계획이나 뚜렷한 목표가 세워진 것도 아니었다.


설사 세운다고 한들,

회사 밖 세상을 모르면서 세운 계획은

나의 무한한 잠재가능성을 제한한다는 핑계로

어차피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내가 말할 수 있는 나의 사유는, 이 말들이 전부였다.


‘용기가 없어지기 전에, 회사 밖에 나가보자.’

‘그리고 내 이름으로, 월 300만 원 벌 수 있을지 시험해 보자’


-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건 여름이었고

퇴사한 건 다음 해 봄이 지난 시점이었다. .


원래 연말에 론칭될 예정인 프로젝트가

론칭 1주일 전에 3개월 뒤로 일정이 밀렸었기 때문이다.


무더운 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퇴사를 결심하고 나니, 마지막 직장생활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졌던 순간이 있다.


‘내가 언제 또 이런 기업에서 일해보겠어’ 라며

절로 ‘남은 일’과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참 신기했다.

‘일을 잘 해내야지’보다, ‘일을 잘 마무리해야 되겠다’라는

욕심 없는 마음에서 여유가 나오고

그게 에너지가 되어 일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집중되게 했다.


경직되었던 몸에 긴장이 한풀 물러났고

퇴사 후에 후회하거나 아쉽지 않으려 더 노력했다.


사실 마인드는 이상적이지만, 실상 보이는 행동은

위의 절반도 못 따라 간 게 현실인 건 안 비밀이다. ㅎㅎ


물론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 회사 생활이라고 단정 짓기엔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회사 밖 밥벌이를 하기로 한 이상,

다시 돌아올 일은 없게끔 해야 한다’라는 스스로 마음가짐의 진정성이 있어야 비로소

월급 한 번 밀린 적 없는 회사를 나올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말은, 이런 때도 쓰는 것 같다.


규칙적이고 계속될 것만 같은 일상 속에서

개인들이 원하는 변화와 결심은 조용하고 서서하게

그 크기를 키워가는 법이다.


월화수목금 출근하고,

매일 메일을 쓰거나 회의를 하거나 컨펌을 받고

동료들과 티타임을 하고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는 가끔씩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났고

주말에는 쉬는 일상으로 10년을 보냈다.


김현주는 이런 정기적인 일상을 좋아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지만

더 괜찮고 새로운 일상도 있겠거니 하며 결심을 굳혀 나갔다.


회사 안이나, 밖이나 밥벌이는 모두 힘에 부치다가도 보람이 있을 것이다.


호기심이나 직관에 따라 미지의 세계를 선택했을 때에도

모두 성찰과 배움이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걸 알고 있다고, 아니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가족에게도 퇴사를 선언하고

평일에는 회사 일 주말에는 새로운 직업의 준비로 바쁜 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헐레벌떡 출근하는 딸에게 아빠가 맥락도 없이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마 그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또 안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나보다 내 걱정을 더 많이 하는 부모님이었다.

사실 감동을 많이 받았지만 그냥 퉁명스럽게 한 마디 내뱉고 얼른 출근했다.


“...? 뭔 말이고?! 됐다!!”


그렇게, 퇴사는 결말이 아닌 시작이 되었다.


- <非회사원은 처음이에요.> 14화, 챕터 1 완결

keyword
이전 14화13화 대기업 해외 출장은 로망일까? 노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