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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장사다?

도대체? 공부를?? 오ㅐ??

by 호수공원 Jan 10. 2025

  올해 들어 가장 추울 만큼 매섭고 싸나운 바람이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털모자를 푹 눌러쓰고 주머니와 손이 한 몸이 된 듯 주머니 자락을 손으로 꽉 움켜지며 종종걸음으로 일터로 향한다. 내가 일하는 곳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 교육열이 심하다고 유명한 곳이다. 나는 그곳에 학원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프리랜서 강사이다. 동장군이 몰려와도 우리나라 교육열은 꺾을 수는 없나 보다. 어제,  내 수업을 듣고 있는 한 남자아이의 어머니한테서 카톡이 왔다. 이사를 가게 되어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면서 어머니께서는 나한테 감사의 의미로 작은 선물도 보내주셨다. 어머니도 좋으신 분이고 아이 또한 좋은 편이라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 수업을 하러 온 그 아이한테 물어보니 ○○○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었다. 그곳 또한 교육열이 아주 심하다고 들었는데... 같이 수업을 듣는 또 다른 한 아이는 자기 반 친구 두 명이 내년부터는 해외로 어학연수를 갔다 온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수업을 듣던 한 여자아이도 2학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엄마, 동생과 해외로 떠났다. 

고작 1학년 아이였다.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는 건 고지식함으로 똘똘 뭉친 나의 생각의 오류인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작년 12월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빌런>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의 권유로 같이 교육을 들으러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한 센터로 갔었다. 그곳에선 그저 교육생인 나한테 한 선생님은 아주 친절하게 격양된 태도로 나를 맞아 주었다. 

좀 지나서 교육이 시작되었다. 내년부터 바뀌게 될 교육방침의 내용과 전국 초등학교의 전자책의 도입, 우리 때와는 확 달라진 교과서를 보니 나의 궁금증은 꼬리를 물었다. 평소 호기심이 많았던 터라 나는 거리낌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전자책이 일부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었던 것 같은데, 성공 사례가 있었나요?” 

등등... 우리 아이를 위해서,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깐, 그들은 나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교육이 끝나고 나에게 교육을 했던 강사들이 약간의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의 질문 폭격에 떡밥을 던져 주고는 덥석 무는 물고기 마냥 나에게 상냥했던 선생님들의 대찬 영업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가 하고 있는 학습지를 배척하며 자신들의 학습지로 갈아타라는 솔깃한 제안, 여타 그곳의 교재가 충분히 흥미 있고 구성이 좋은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나의 소신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끊어 낼 수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학습지 선생님은 어떡하지?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가고 고민을 하던 중에 또 한 명의 선생님이 나에게 달라붙었다. 

그때 난 느꼈다. 이곳에서의 학습지로 우리 아이한테 가르칠 수 없다고... 

나는 솔직하게 결혼 전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의 경력의 경험으로 아이의 교육에 욕심부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금 하는 학습지도 아이가 원해서 하는 것이며, 지금의 선생님과 육아 고민도 털어놓을 정도로 친밀하고, 우리 큰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 아이의 학습력도 좋아지고 있으며, 둘째 아들 또한 선생님을 좋아해서 둘째 아이 또한 수업을 부탁을 할 것이라고, 바꿀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집에 보내 주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그들은 나한테 어쭙잖은 강사 경력이라며 아직은 멀었다는 둥 나를 대놓고 무시했다. 나를 데리고 온 동료 선생님을 봐서라도, 그래도 먹고살겠다고 허리에 복대까지 차고 나온 측은지심에 같은 업종에 사람을 보면서 슬슬 올라오는 분노의 감정을 간신히 눌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지금의 선생님과 무언가 틀어지면 바꿀게요.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런 나의 말에도 순순히 받아 주지 않았다. 내가 당장이라도 학습지 신청을 하고 사인까지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그렇게 30분여 정도의 썰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는 그들의 요구를 끝내 받아 주지 않았다. 간만에 입씨름을 하니 기운이 맥이 풀린 듯 멍해졌다. 계란밥과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지친 기색으로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잠을 잔 것도 아닌 것처럼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 탈탈 털린 기분이 들었다. 

‘대체 오늘 뭘 한 거지?’     


  다음 날 큰 아이의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고, 그날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알고 보니 그곳은 약정기간이 있었고, 중간에 해지를 하면 위약금을 무는 곳이었다. 나는 더욱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후 동료 선생님께 연락이 왔고, 그곳의 학습지를 안 할 것이라고 확실히 말을 했다. 동료 선생님은 그곳의 무료체험 기회를 준다고 물건만 오면 받아 달라고 했다. 나는 물건이 와도 뜯어보지 않고 그냥 문 앞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에게 무료 체험 기회를 준다면 항상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당장 바꾸고 싶어 할 것이 분명했다.

아이를 위해서 어떤 것이 최선일까? 항상 고민을 하지만 나는 아이를 그저 ‘돈’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아이와의 케미가 좋아 선생님을 늘 반기는 아이를 보면서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내가 일하는 곳에서 퇴사를 앞두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전까지만 일을 하려 한다. 이유인 즉 내가 일하는 동네는 교육열이 심한 곳이니 만큼 어머니들의 소문도 무성한 곳이다. 원장님께서는 다른 선생님으로 인해 아이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경험을 간혹 얘기하시며, 어머니들의 소문의 늘 민감해하셨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 중에 유독 유별난 아이가 한 명 있다. 주변 학원가에서도 유명한 아이라고 들었다.

그런 동네에서 그래도 내가 수업을 하는 학생의 어머니들은 다 좋은 분들이셔서 나와의 트러블도 없었고, 나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순수하고 깜찍한 여자아이도 있었다. 사람과의 다툼보다는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내 성격 탓인지, 그 유별난 아이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나는 카리스마 있게 그 아이를 잡을 수 없었다. 

원장님께서는 본래 좋은 사람이지만 소문이 무성한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나를 인정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다. 그리고 그날도 역시 그 아이는 버릇없이 굴며 말썽을 부렸고, 그 아이를 휘어잡지 못하는 나를 보며 원장님께서는 호되게 야단치셨다. 

그래서 며칠 후, 나는 퇴사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었다.


공부가 아이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거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언젠가 손끝이 시린 추운 날, 나의 손에 들린 따듯한 캔 커피를 차가운 손을 녹이라고 큰 딸에게 건네준 적이 있었다. 딸아이는 자기는 필요 없다면서 다시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저 공부만!! 잘하는 괴물보다 지금처럼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맘씨 따듯한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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