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엔 패턴 같은 게 있다.
낮이 가면 밤이 온다.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온다. 위로 오르기도 하지만, 다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한없이 추락하는가 했는데, 반등한다. 뭉쳤다가 풀리고, 흩어졌다가 모인다. 아무래도 자연의 배후엔 무언가 있다. 그 무엇인가를 음양으로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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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들 배후의 음과 양이 만나고 또 헤어지는 동안, 하늘과 땅, 해와 달, 산과 호수, 바람과 번개가 생겨난다. 건곤감리 이전에 음과 양이 존재한다. 세상은 음과 양의 기운으로 가득하고, 강하고도 부드러운 그 기운이 세상의 만물을 빚어낸다.
그러니 주역은 음양에서 출발해 8괘를 거쳐 64괘에 이른다. 8괘가 뭔지, 64괘가 뭔지 지금은 상세히 몰라도 좋다. 주역의 연혁을 따져보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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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8괘 각각에도, 64괘 각각에도 저마다의 메시지가 있다고 했는데, 그 메시지의 성격이 무언지 알아두는 게 좋겠다.
처음엔 메시지라기보다 사건 일지에 가까웠다. 사건 중엔 일어난 일도, 일어날 일도 있다. ‘일어난 일’이 기록이라면, ‘일어날 일’에 대한 얘기는 예언이다. 메시지엔 사건 기록과 예언이 뒤섞여 있었다.
왕명을 받아 어딘가를 급히 가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전쟁을 준비하다가 수레가 망가지기도 한다. 뜻하지 않게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기도 한다. 위기의 순간에 누군가 나타나 나를 돕기도 한다. 이런 사건 기록들에 예언이 뒤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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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은 기록이든, 예언이든 사건의 나열에 만족하지 못했다.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공자의 제자들이 주로 그런 일을 했다. 공자가 주역을 하도 읽어서, 책을 묶은 끈이 여러 번 해지고 끊어졌다 하지 않나. 공자의 제자들은 무엇보다 자기 수양을 중시한 사람들이다. 주역이 자기 수양의 경전 성격을 갖게 된 건 그런 과정을 거쳐서다.
세월을 거치면서 메시지는 방대해졌고, 고대 중국인들은 메시지들을 카테고리들로 나누고 묶어 ‘열 개의 날개’라는 신비한 이름을 선사했다. 기호와 사건 일지로 이뤄진 주역의 본체를 날게 해주는 장치란 의미다. 한자로는 ‘십익(十翼)’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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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간략한 주역의 탄생 히스토리다. 주역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정설로 굳어진 공식 역사다.
.. 음양 → 8괘 → 64괘 → 사건 일지(괘사와 효사) → 메시지들 → 10개의 카테고리 구분
그들이 수천 년간 고집해 온 ‘공식 역사’가 통째로 거짓말이라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