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다
주역 에세이
칠 년 전 가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겨울인 곳……. 유럽인들이 세상의 끝으로 생각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바이칼 호수까지 달렸다.
모스크바까지 1만㎞에 이르는 횡단 길의 절반쯤 될까. 꼬박 68시간을, 네 명이 함께 쓰는 좁은 객실에 틀어박혔다. 차갑고 거친 광야를 지나는 동안, 시간이 사라졌다. 먼 자작나무의 풍경이 휙휙, 뒤로 물러서는 동안 열차도, 나도 영원으로 진입했다.
아득했다.
이삼일의 시공간이 지금도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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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으로 배열된 침대 네 개, 유럽 어느 거리의 가스등처럼 노오랗고 뿌옇게 빛나는 램프 하나, 그리고 그 옆으로 난 작은 창 하나뿐이었다.
정차를 틈탄 잠깐씩의 산책을 빼면, 사흘 내리 그 조그만 객실에 앉거나 누워 있었다. 그때 나의 세상은 가스등 옆 작은 창이 보여주는 풍경이 전부였다. 오래도록 앉거나 누워, 정방형의 작은 창 하나가 보여주는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황량한 들판, 자작나무, 강, 햇살 그리고 다시 자작…….
쓸쓸했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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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조로웠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날 때쯤 나는 나에게 더 많은 창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제각각의 모양으로 서로 다른 곳을 비추는 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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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역》은 그런 창이다. 우리가 주목하지 않던 세상으로 열린, 잊고 지내던 우리들의 내면을 들추어 주는 64개의 창이다.
그 창은 조그맣고 편협한 창 하나만을 부여잡고 행/불행과 우호/적대로 세상을 구분하는 우리들의 무지에, 생소한 빛 한줄기 보내준다.
조금은 쓰라리고 조금은 눈부신…….
오랜만에 주역을 펼쳐야겠다.
눈뜨고 처음인 듯 새롭게, 겨울로 가는 날들을 들여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