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전>은 한자로 된 문헌의 백미다. 구체와 추상이 부딪치고, '형이상'과 '형이하'가 서로를 넘나든다. 충돌은 격렬하고, 회통은 은밀하다. 이천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영원한 첨단이다.
주역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 마디도, 계사전에 등장한다.
.. 낙천지명 고불우
.. 樂天知命 故不憂
천(天)과 명(命)은 하늘의 운항(천)과 그것이 인간사에 적용되는 방식(명)을 각각 얘기한다. 하늘의 뜻을 즐기고(낙천), 그 뜻이 세상에서 구현되는 원리를 아는(지명) 사람은 걱정하지 않는다(고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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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계사전에서 단 한 마디를 골라 사람들과 나누라 하면, 나는 ‘낙천지명 고불우’ 일곱 글자를 택하겠다.
눈앞에 혼란과 불안과 공포를 부르는 파도가 있어도, 그 물거품 아래론 언제나 깊은 바다가 있다. 흔들리지 않는 ‘천명’을 생각하며, 걱정을 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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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선(禅)의 화두 중에 흰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묘사한 게 하나 있다. 마음 편치 않을 때마다 이 화두를 들어 걱정 근심을 날린다.
.. 호! 설편편, 불락별처
.. 好! 雪片片, 不落別處
좋구나!
흩날리는 눈송이들.
다들 제 자리 찾아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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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설명을 붙이겠나.
목소리 걸걸한 전인권의 절창 <걱정 말아요, 그대>를 떠올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