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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주쌤 Nov 18. 2024

난 자기 깍쟁인 줄 알았잖아~~

어느덧 이한이가 하늘 유치원에 온 지도 7개월이 지났다.   

  

주인이와 친구들은 5살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다. 모두 다 가족처럼(주인이 엄마 말로는 그렇다) 친한 사이다. 지금 그 가족같이 친한 엄마들이 카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7명 모두가 모여 이야기 나누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그 틈에 이한이 엄마도 함께여서 8명의 엄마가 카페에 모이게 되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둘 셋씩 따로 나누다 큰 소리에 모두 집중했다.

     

"어우! 이렇게 유치원 행사나 하니 다 모이네! 요즘 단톡에 다들 대답도 느리고! 나 너무 서운해서 이제 단톡에 얘기 안 하려고 했잖아. 알지? 자기들 나 이래 보여도 여린 거?"     

"그랬어? 언제 그랬지? 언니가 다 챙겨 주는 거 너무 잘 알지! 난! 그리고 이번에 숲 체험도 서윤이가 너무 재밌었대. 그거 예약하기 진짜 힘들었다던데 언니 진짜 대단해!"   

  

서윤이 엄마가 빠르게 주인이 엄마를 달래 본다. 얼마 전 주인이 엄마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숲 체험을 예약하고 시간이 되는 가족들 신청을 받아 함께 다녀온 일이 있었다. 눈치 빠른 서윤이 엄마가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함께 다녀온 민서, 예준, 지민이 엄마도 고맙다는 말을 정성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윤이 엄마는 이번에 같이 못 가서 너무 아쉬웠다며 속상해했다. 엄마들은 역시 주인이 엄마는 그런 좋은 체험을 어찌 그리 잘 알아 오는지 대단하다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이한이도, 재미있었다고 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사해요. 엄마들하고 수다 떠는 시간도 진짜 즐거웠어요."     


이한이 엄마도 숲 체험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유치원 엄마들과 사이도 더 가까워진 거 같아서 마음이 좋았다. 내성적인 이한이가 나의 이런 노력 덕분에 ‘친구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랬어요? 하하하~ 난 사실 좀 이한이 엄마 깍쟁인 줄 알고 숲 체험 안 물어보려고 했잖아. 하하하~"     


이한이 엄마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아니, 나는 이한이 엄마 그냥 매번 만나면 고개 인사만 하고 쏙 지나가고 그러길래. 새로 왔으면 나 같으면 먼저 가서 인사하고, 말도 먼저 걸기도 하고 그럴 것 같은데 이한이 엄만 안 그러길래. 근데 또 지혜반 단톡에 도움 요청 글 올리면 제일 먼저 답해주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하고 숲 체험 얘기해 봤어요. 이번에 우리 모임 거절했으면 난 다신 이한이 엄마 안 챙겼을 거야. 난 한 번 아닌 사람은 또 절대 안 보거든. 하하하"   

  

"얘가 여린데 또 엄청 독해요. 얘 서안이 엄마 그때 뭐라 하더니 그 뒤로 아는 척도 안 하잖아." 

태욱이 엄마가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거든다. 

    

"뭐가 독해? 이 언니 말 또 이상하게 한다! 아니 내 사람 챙기기도 바쁜데 어떻게 남까지 다 챙기고 살아. 난 자기들, 언니들만 챙기지~!!! 하하하. 아! 이한이 엄마 나보다 어리죠?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 우린 다 그렇게 불러. 나중에 우리 단톡에도 초대할게. 우리 주인이가 또 이한이를 좋아하더라고. 이한이가 성격이 좋은가 봐? 우리 이제 말도 서로 편하게 하자."      

 

이한이 엄마는 이 대화의 흐름에 판단할 순간조차 없었다. 그냥 대답했다.     

 "아. 네. 아! 응!"



기분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5분도 채 안 되는 그냥 그런 대화였다. 다른 엄마들은 기분이 좋아 보였고, 그 뒤 아이들 이야기와 일상 이야기로 분위기는 빠르게 전환되었다.      

그날 밤, 이한이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주인이 엄마에게서 온 카톡이다.     


"자기야~~ 자기 진짜 나랑 성격이 좀 비슷한 거 같아~~~ 나도 사실 내성적이라서 처음엔 친해지기 힘든데 친해지면 진짜 끝까지 가거든~~ 이번 주에 이한이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와~ 같이 밥 먹자~~^^잘 자용!"                   



- 주인이 엄마가 왜 여왕벌인지 알 수 있을까요?      

숲 체험을 주도했기 때문에? 아닙니다. 물론 여왕벌은 이러한 모임, 활동을 주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그러한 모임과 활동을 이용해 사람들이 관계를 이루는 상황에서, 자신이 당신을 선택할 권한이 있는 사람처럼 과시합니다. 그리고 위의 대화에서 이한이의 성격이 좋다는 칭찬은 칭찬이 아닌 거 아시겠죠? 주인이의 마음에 들었다는, 너의 자녀가 내 아이에게 선택을 받아서 이 모임에 넣어 준다는 과시입니다. (이 집단에서 주인이 마음에 안 든 아이는 문제가 있는 아이로 매도당해 왔을 겁니다.)


- 글을 보면서 사람들은 생각하죠. '왜 저기서 아무 말을 못 하지?'      

이미 여왕벌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여왕벌이 만들어 놓은 영역 안으로 초대된 사람은 여왕벌이 주도하는 분위기를 쉽게 깨지 못합니다. 여왕벌 주변에 이미 여왕벌의 시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거든요.

‘내가 기분 나빠할 상황이 아닌가? 원래 그냥 말을 저렇게 하는 스타일인가? 나쁜 뜻은 없겠지.’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들은 자녀를 위해서 동네 엄마들과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나와 조금 안 맞는 동네 엄마라도 내 자녀를 위해 조금 참고 친분을 유지하려는 엄마들의 눈물겨운 노력입니다. 


- 마지막 카톡은 어떤가요?      

여왕벌들은 부지런해요. 주변 사람들을 세세히 잘 챙기는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왕벌의 관심에 감동하기도 합니다. 이한이 엄마도 헷갈리던 마음이 마지막 카톡으로 녹아내렸을 겁니다.

‘아. 나와 친해지고 싶었던 거구나.’하고 말이죠.     


- 그럼 도대체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답은 간단해요.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생각을 상식적인 선에서 정리한 후 거리 두기. 저런 여왕벌 엄마와 친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아이한테 나쁜 일은 절대로 안 생깁니다. 이 글에서 제일 마음이 편안한 엄마는 서안이와 서안이 엄마일지도 몰라요. 이한이 엄마도 여왕벌과 거리를 두기에 늦지 않았습니다. 일단 여왕벌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면 관계가 미로같이 얽혀서, 거리 두기 위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지금 여기서 구해줘야 할 아이들은 이미 미로 안에서 헤매고 있는 윤이, 서윤이, 민서, 예준이, 지민이, 태욱이 그리고 최주인입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이 여왕벌의 미로에서 구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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