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어서 와! 오늘도 주인이가 어찌나 이한이를 찾던지. 이한아! 안녕? 주한이도 왔구나! 어서 와!"
오늘도 이한이 엄마는 주인이 엄마의 초대를 받았다. 벌써 세 번째 초대다. 처음 초대받았을 때 부담스러울 거라는 걱정과 다르게 편안하고 즐거웠던 이한이 엄마는 주인이 엄마에 대한 편견이 조금 사라졌다.
오늘도 주인이와 이한이 그리고 이한이보다 2살 어린 동생 주한이까지, 셋은 장난감을 모두 쏟아 놓고 즐겁게 놀이를 시작한다. 가끔 이한이가 혼자 속상해하긴 하지만 이한이 엄마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누구나 싸우기도 하니까.
엄마들은 식탁에 앉아 이한이 엄마가 사 온 빵과 주인이 엄마가 내린 커피를 함께 먹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이런저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동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얘기하면 할수록 자기랑은 정말 아이들 키우는 결도 잘 맞고 말도 잘 통하는 거 같아. 물론 자긴 나보다 애들한테 너무 천사처럼 대하긴 하더라! 하하하! 상담사라서 그런가? 하하하"
"내가 그런가? 아니야. 안 그래. 나도 얼마나 애들한테 화 잘 내고 혼도 많이 내는데."
"에이. 그게 뭘 혼내는 거야. 이한이 내 아들이었으면 난 진짜 몇 번 크게 혼냈다. 난 단호하게 훈육하거든. 진짜! 자기니까 그렇게 참는 거지. 진짜 착해. 애들이 자기 닮아서 그렇게 착한가 봐."
'언제 무슨 일이 있었나?'라고 이한이 엄마는 생각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때마침 주한이가 엄마를 불렀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 모양이다.
주인이 엄마는 그사이 아이들 간식을 뚝딱 맛있게 내왔다. 아이들은 신나게 치킨너겟과 주스를 먹으며 보드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자기도 유치원 엄마들 그때 봤잖아. 자기도 알다시피 내가 동생들, 언니들 얼마나 챙겨. 근데 윤이 엄마도 그렇고 민서 엄마도 그렇고 고맙다는 말 한 번을 잘 안 해. 내가 윤이는 우리 집에서 밥을 해 먹인 게 몇 번인데. 솔직히 좀 그렇지. 나도 사람인데. 내가 윤이 진짜 예뻐하거든. 다른 애들도 다 그렇지만 윤이는 정말 진짜 내 딸 같아. 윤이 엄마도 내 동생 같고. 내가 정말 좋아하거든. 그래서 더 서운한 거야. 아, 참! 그때 들으니 윤이 엄마랑 자기랑 동갑이라고 했지? 저번에 둘이 같이 산책하자고, 운동 시작하자고 막 그러지 않았어?"
"아, 그랬어. 동갑이고 윤이 엄마 성격 너무 좋더라고. 마침 둘 다 다이어트 시작한다고 막 얘기하다가. 같이 운동하자고 해놓고선 시간이 없어서 그 뒤로 따로 만나질 못했네. 연락도 못 하고."
"걔가 그래요.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어. 동네에서 걔가 유일하게 정 주고 마음속 얘기하는 사람이 나거든. 나랑 워낙 가족같이 친하니까. 내가 서운해도 언니니까 그냥 참고 넘어가. 뭐. 어쩌겠어. 내가 챙겨야지 걜 누가 챙기겠어. 하하! 아휴. 또 걔가 요즘 힘든 일이 조금 있거든. 나한테만 얘기한 거라 무슨 일인지 말은 못 해주지만 지금 연락해도 정신없을 거야. 걔 좀 괜찮아지면 내가 나중에 같이 자리 마련해 볼게."
"그렇구나. 많이 안 좋은 일은 아니지? 저번에 하원하는 거 보고 인사하긴 했는데.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잘 해결될 거야. 걱정하지 마. 큰일은 아니야. 걔가 워낙 마음이 여려서 그래. 내가 이런 얘기한 거 티 내진 말고."
"응. 티 안 내지. 빨리 잘 해결돼서 윤이도 애들이랑 같이 모여서 놀면 좋겠다."
"어휴. 윤이? 그 울보 울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하하하하."
"엄마 윤이도 와? 그럼 주아도 부르자!" 이한이가 엄마들의 대화를 듣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주인이 엄마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한아! 주아랑 친해?"
"네~ 주아랑 매일 놀아요. 주아 우리 집에 초대하기로 했어요."
"아. 이한이가 주아랑 유치원에서 친하게 잘 논다고 하더라고요. 주아 어머니는 뵌 적도 없는데 계속 주아를 집에 초대하자고 난리예요."
"하하. 그랬구나? 주아 엄마한테 내가 얘기해 볼게. 주아 엄마랑 난 자주 만나. 그 언니 또 요즘 어디 아프다고 아주 난리야. 그래서 내가 아는 병원 소개해 줬잖아. 손이 많이 가는 언니야. 하하하. 그럼, 나중에 주아네 언니도 같이 보자. 주아 엄마는 좀 나이가 많아. 자기보다 많이 언니야."
"진짜 언니는 동네 안 친한 사람이 없나 봐요. 하하."
"그러게. 그러니 내가 이리 피곤하지. 다들 이렇게 가만 내버려 두질 않네. 근데 난 진짜 자기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하고만 이렇게 내 속 얘기하지. 아무랑 속 얘기 안 해."
아이들은 그 뒤로 한 참 더 놀고 '즐거운 주인이네 초대'는 오늘도 이렇게 평화롭게 끝났다.
-그날 밤 주인이네 집-
주인이 엄마가 주아 엄마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다.
"언니 잘 지내? 요즘 바빠? 저번에 아프다고 들었는데 단톡에서 사람들이 병원 알려준 곳들 가봤어? 우리 다음 주에 한 번 봐요~! 주아랑 주인이 한 번 같이 놀게~"
그 옆에 누워있던 주인이가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엄마! 이한이가 주아 초대할 때 나도 같이 가도 되지? 만약 그때 나 초대 안 하고 주아만 초대하면 박이한 배신자야."
- 여왕벌이 여왕벌의 영역에서 어떻게 인간관계 중심을 차지하는가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이 모습은 엄마들 관계뿐만 아니라 직장, 학교 등 어떤 사회에나 있는 여왕벌들의 모습과 많이 겹쳐 보일 겁니다.
- 주인이 엄마는 이한이 엄마의 훈육 방법에 대해 칭찬인 듯 핀잔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왕벌은 자존감이 낮습니다. 스스로 채우지 못하는 자존감의 결핍이 남을 깎아내리는 행위로 표출이 되는 거죠. 멋져 보이거나 나아 보이는 사람을 계속해서 폄하합니다. 화내지 못할 정도의 수위로 칭찬을 섞으며, 상대의 자존감을 갉아먹습니다. 그렇게 길들이기를 시작하는 거죠.
“너보다 내가 더 대단한 사람이야!”
과시하며 나의 영역에서 감히 잘난 척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 주인이 엄마는 왜 윤이 엄마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여왕벌은 자기 영역에 처음 들어오는 자가 자신을 거치지 않고 친분을 먼저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저런 이야기를 들은 이한이 엄마는 주인이 엄마가 따로 자리를 마련해 줄 때까지 윤이 엄마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할 생각은 하지 못하겠죠. 이러한 똑같은 기술로 주인이 엄마는 윤이 엄마에게서 이한이 엄마를 차단합니다. 그 사이에서 험담 같지 않은 험담, 칭찬 같지 않은 칭찬도 잊지 않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왕벌의 주도하에 둘은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적당히 여왕벌이 원하는 만큼만 친해지도록 말이죠.
- 주인이 엄마는 주아 엄마와 진짜 자주 보고, 친한 사이일까요?
이한이 엄마가 느낀 거처럼 주인이 엄마와 주아 엄마는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 여왕벌은 자신의 인맥을 과장되게 포장하고 과시합니다. 그렇게 여왕벌의 영역에 처음 초대된 자들은 여왕벌의 인맥에 의지하게 됩니다. 마치 여왕벌의 소개가 없이는 다른 엄마들과 친해지기 힘들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죠.
내 아이의 친구 관계를 위해 여왕벌의 무례함을 참고 있나요? 여왕벌이 여왕벌인 것을 알고 있으니, 본인은 길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착각을 하면서요. 여왕벌인 것을 알고도 내 아이를 내어주고 있잖아요. 그것조차 여왕벌이 원하는 길들어진 모습이죠.
혹은, 제일 친한 동네 엄마가 여왕벌인 것을 모른 채 옆에서 내 아이를 내어주며 지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