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하늘 초등학교는 1학년이 9반까지 있는 큰 학교(신축 아파트들이 많은 곳에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초등학교다.)라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은 같은 반이 되기 쉽지 않았는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주인이와 태욱이는 같은 반이 되었다.
오늘은 금요일.
학교가 끝나고 주인이, 태욱이, 민서, 예준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그 옆 티하우스엔 주인이 엄마와 예준이 엄마가 아이들 간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한이는 얼굴 보기가 힘드네? 저번에 우리 이준이 학교에서 친구랑 좀 힘들어할 때 이한이 엄마한테 물어봤었거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4학년 애들은 이제 사춘기가 온 건지 너무 어려워. 근데 이한이 엄마, 사람 너무 괜찮더라. 진짜 상담받는 기분이었어."
"아. 이한 엄마~ 사람 너무 좋지. 나랑 성격 진짜 비슷해~ 내 과야! 하하하. 이준이는 좀 괜찮아? 이한 엄마한테 저번에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근데 걔도 다른 사람 상담은 잘하는데 확실히 자기 자식은 잘 모르더라. 우리도 그렇잖아. 역시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는 거지! 나도 걔한테 자주 상담받아~ 걔가 또 우리 주인이 그렇게 예뻐하잖아. 그래서 나도 이한이, 주한이 고민 상담해 주지... 거기도 걱정이 많아요~ 주한이도 성격이 좀 별나잖아. 하하하."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놀이터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잖아! 비키라고!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민서가 화를 내고 있었다. 그 옆에서 주인이가 별일 아니라는 듯 누워있었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이 엄마가 아이들을 모두 불렀다. 아이들은 주인이 엄마 앞으로 모여서 먼저 이야기를 하겠다며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조용!! 누가 친구들끼리 싸우라고 했어!? 이러면 다 집으로 간다고 했지? 너희! 다신 못 놀아! 민서! 너 지금 왜 소리 지르고 화냈어?"
"주인이가 공놀이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해하면서 공놀이 못하게 눕잖아요."
"주인가 누운 걸로 지금 그렇게 화를 낸 거야?"
"네..."
"주인이! 넌 왜 누워있었어?"
"아니, 난 공놀이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다리에 힘도 풀리고... 그래서 그냥 잠깐 누운 거야. 근데 갑자기 민서가 소리 지르고 화내잖아.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민서야. 친구가 힘들어하면 조금 기다려 줄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 나쁜 말 하고 화내면 안 되는 거야. 그럼 같이 못 노는 거야. 알았지!?"
"아니... 주인이가 공놀이하지 말라고 일부러 누운 거예요."
"아니라잖아. 힘들어서 잠깐 누운 거래. 친구 말도 들어줘야지. 너 마음대로 생각하고 화부터 내면 안돼. 알았지? 주인이 너도! 힘들면 공놀이 그만하자고 친구들한테 얘기를 해. 친구들이 하고 싶어 한다고 억지로 계속하지 말고. 가서 다른 놀이해. 이제 공놀이는 금지! 이제 또 싸우면 너네 다 오늘 놀이터 놀이 끝!"
아이들은 주인이 엄마의 훈육 같지도 않은 단호한 훈육을 듣고 놀이터로 돌아갔다. 공놀이를 하기 싫었던 주인이는 신이 났고, 공놀이를 계속하고 싶었던 민서와 태욱이는 조금 속상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시 놀이를 시작했다. 오늘도 역시 주인이가 하고 싶은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친구들과 주인이는 주인이가 원하는 대로 재미있게 놀게 되었다.
"어휴... 주인이 쟤는 왜 저리 남 눈치를 보냐. 진짜! 답답해! 그리고 요즘 민서 왜 저리 예의 없고 드세지는지 모르겠네. 민서 엄마한테 얘기 좀 해줘야겠어, 내가 아니면 또 누가 얘기해 주겠어. 초반에 잡아줘야지. 저러다가 친구들한테 아주 막 나가겠어. 요즘 예준이한테도 좀 막 대하는 거 같더라. 그렇지?"
"그래? 예준이야 워낙 그냥 해맑으니 그냥 저리 놀면 다 좋다고 행복해해. 하하~"
"아냐. 그래도 잘 지켜봐. 예준이한테도 막 나쁘게 얘기하고 그러더라고. 우리가 같이 잡아줘야지. 다 내 자식 같은 애들인데... 우리 애들 딴 데 가서 욕먹는 꼴! 난 못 봐."
"알았어~ 언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날 밤-
주인이 엄마가 이한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자기! 요즘 왜 이리 얼굴 보기 힘들어? 오늘 애들 다 같이 놀이터에서 놀았거든. 이한이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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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리고 저번에 이준이 상담도 해줬다면서. 잘했어~ 난 알고 있었지. 이준이가 워낙 모범생 스타일이야. 공부도 엄청 잘하거든. 예준이 엄마가 엄청 걱정하더라고. 잘했어.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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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서가 너무 친구들한테 막 말하고 그래서 걱정이야. 민서 엄마한테도 얘기해 줘야지. 저번에도 민서가 나쁜 말 하니까 주한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서 같이 민서 편들면서 막 다른 애들하고 싸우더라고. 주한이야 어리고 순진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는 거지 뭐. 그래서 내가 애들한테 그러지 말라고 잘 얘기해 줬었어. 이한이도 놀랐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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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쉬어~~~! 다음 주엔 애들 데리고 나와~ 응~~"
이한이 엄마는 안 그래도 거리를 두고 있는 요즘. 더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 예준 엄마가 이한 엄마를 칭찬했을 때 여왕벌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왕벌은 자기 영역에서 다른 사람의 말이 자신의 말보다 힘을 얻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한 엄마는 예준 엄마가 상담한 일을 절대 여왕벌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왕벌은 이한 엄마에 대한 신뢰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다른 이야기들과 섞어 교묘하게 대화에 심어 놓고 그 대상을 폄하하여 듣는 사람이 그의 가치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 여왕벌이 아이들을 훈육하는 장면 어떤가요?
글로 보니 이상한 점이 잘 보이시죠? 막상 실제 상황에 놓이면 엄청 공정해 보이는 게 함정입니다. 표정과 말투는 아이들 모두에게 단호하거든요. 주인이에게도 단호한 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여왕벌의 아이를 변호하고 잘못을 가려 주기 위한 얄팍한 술수입니다.
여왕벌과 그녀의 아이는 자신들의 잘못이나 들키기 싫은 자신들의 실제 모습을 덮기 위해서 그 순간 가장 만만한 먹잇감을 찾아 그 대상을 모함하여 빠져나갑니다.
위 글에서 화를 내 준 민서는 주인이에게, 주인이 엄마에게 너무 고맙고 만만한 먹잇감입니다. 주인이가 원하는 대로 공놀이를 그만두게 해 주었고, 주인이 엄마가 원하는 대로 주인이의 잘못을 뒤집어씌울 먹잇감이 되어 주었으니까요.
감히... 화를 내줘서 고마운 존재입니다.
나도 모함당할까 무서워서, 그 옆이 더 안전해 보여서, 혹은 진심으로 여왕벌이 나에게는 따뜻하게 대해 주는 것 같아서... 그들의 옆에 있다면? 당신도, 당신의 자녀도. 곧 그 먹잇감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