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지우가 말한다.
“세나는 오늘 빼자. 걔 또 어차피 싫다고 할 거야.”
분명히 웃는 얼굴인데,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세나는 자리에서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걸 못 본 척했다. 아니, 못 본 척하려고 애썼다.
그 후로 몇 번 더.
지우가 간식 돌릴 때 세나만 우연히 간식을 받지 못했다. 다 같이 사진을 찍을 때, 세나는 프레임 밖으로 살짝 밀려나 있었다.
“다은아, 여기!” 지우가 부르면 세나는 우리에게 오다가도 한걸음 뒤에 멈춰 섰다.
나는 심장이 콕 하고 아픈 것 같았지만, 입은 꼭 다물었다.
“내가 괜히 나서면…… 더 어색해질지도 몰라.”
그때, 창가에 비친 내 그림자가 살짝 흔들렸다.
마치, 화가 난 것처럼…….
급식 줄.
세나가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또?” 지우가 아주 작게 웃었다. 민지도 따라 웃었다. 나도 함께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 누군가 내 손목을 톡 건드린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데……?’
창문 쪽.
내 그림자가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림자는 눈이 없는데도, 노려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세나는 누가 도와주려고 했다는 듯이 혼자 조용히 “괜찮아.”라고 말했다.
나는 또 외면했다.
내 그림자가 더 길어졌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뭐 해?”
다음 날, 비가 내렸다.
창밖에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
나는 멍하니 칠판을 보다가
갑자기, 교실의 빛이 한 번 꺼졌다 켜지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세 명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지우의 그림자.
웃으면서도, 다른 그림자의 어깨를 꾹 누르고 있었다. 바로 세나의 그림자.
입이 움직이는데,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내 그림자.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그만해.”
나는 입을 열지 않았는데, 칠판에 서 있던 분필이 작게 떨린다.
그때, 지우의 그림자가 말했다.
“내가 뭘? 넌 내 친구잖아.”
그 목소리는 지우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지우의 웃음소리와 꼭 닮아 있었다.
종이 울렸다.
빛이 다시 켜졌다. 그림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무것도 이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 끝.
세나가 연필을 찾고 있었다.
“내 거, 써.”
나는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건넸다.
아주 사소한 일.
그런데 이상했다.
내 그림자가 살짝 미소 지은 것 같았다. 분명 그림자는 얼굴이 없는데…….
다음 날.
지우, 세나, 다은이, 민지, 나 모두 같이 인생 컷 사진을 찍으러 갔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세나를 내 옆으로 당겼다.
“여기, 자리 있어.”
다은이가 조심스레, 세나 쪽으로 공간을 더 만들어 주었다.
민지는 잠깐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우의 그림자가 팔짱을 꼈다. 그건 분명, 화난 모습이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무섭기도 했지만, 내 그림자가 내 어깨를 톡톡, 하고 토닥여 주는 것 같았다.
그 옆에 있는, 세나의 그림자가 아주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내 그림자는 세나의 그림자를 꼭 안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