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의 작은 교토, 히토요시
개인적인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보다는, 대체적으로 아담한 소도시가 좋다. 히토요시도 그런 경우인데, 구마모토에서 히사츠선을 이용해서 가고시마로 여행할 때, 히토요시는 하룻밤쯤 쉬어가기에 딱 알맞은 도시이다.
히토요시 시(人吉市)는 구마모토현 남부에 있는 곳으로 구마모토시에서 남쪽으로 직선거리로 약 70km쯤 떨어져 있다. 규슈 산지에 둘러싸인 히토요시 분지에 위치한 이 도시는 예로부터 구마카와 강 주변의 온천과 뱃놀이로 유명하다. 역사적으로 히토요시, 구마 지방의 중심지였고 히토요시 번人吉藩의 성시로 번창했던 곳으로 2025년 3월 1일 기준 인구는 약 29,000명 정도이다.
히토요시의 남부지역은 해발 1,000m급의 산지로 미야자키현 에비노시 えびの市와 가고시마현 이사 시伊佐市에 접하고 있다. 시의 중심부는 히토요시 분지의 서쪽으로 구마카와 강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지른다. 시내에서는 마에 강·야마다 강·가노메 강 등 다수의 지류가 구마 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중심부는 예부터의 성시의 상점가가 남아 있어 소교토(小京都)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일본정부 관광국에서 소개하는 히토요시편을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히토요시 시는 구마모토 현 남부의 히토요시 분지의 중심도시로 주위를 규슈산지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19세기 후반까지 시를 관통하여 흐르는 구마카와 강에 항구가 있어 목재의 집산지로 발전했었다. 700년의 역사를 가진 성곽도시인 히토요시 시에는 이 지역을 통치한 사가라 씨의 거성이었던 히토요시성 터, 히토요시·구마지방의 수호신을 모신 아오이 아소 신사와 히토요시 온천 등이 있다. 히토요시 온천은 히토요시역 주변과 구마가와 강유역에 용출하는 사가라 온천을 비롯한 30여 온천의 총칭으로 입욕권을 구입하면 일곱 군데의 호텔·여관 중 세 군데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주변에는 전장 4.8킬로미터의 종유동·규우센도우가 있다. 헬멧과 라이트를 켜고 안쪽 깊숙이 들어가는 탐험 코스도 있으며 일본 삼대 급류 중의 하나인 구마카와 강을 뱃사람의 장대조절로 배를 타고 내려가는 ‘구마카와 강 배 타고 내려 가기’도 즐길 수 있다. 히토요시 승선장에서 와다리까지 천천히 경관을 즐기는 ‘청류 코스’와 도승선장에서 기암사이를 빠져나가면서 규센도까지의 급류를 타고 내려 가는 ‘급류 코스’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히토요시는 사가라 가문(相良)의 거성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는데 가마쿠라 시대 초기인 1193년에 사가라 씨가 히토요시의 지토 (일종의 영주라고 이해하면 될 듯)로 임명된 후 메이지 유신 이후 폐번치현까지 통치자의 변화가 없었던 매우 드문 역사를 가진 곳이다. (사실 대부분의 지역은 격변하는 역사의 흐름에 의해서, 자의든 타의든 통치자의 변화가 있었다.)
마침내 규슈횡단특급이 히토요시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 공항에 내린 다음, 지하철로 하카타역(후쿠오카역)으로 가서 규슈 신칸센으로 구마모토로 이동해서 구마모토성을 돌아보고 다시 규슈횡단 특급을 타고 히토요시에 도착한, 정말 빡빡한 일정이었다.
JR히토요시역의 모습. 이 역은 구마카와 철도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역으로서 구마카와철도에서의 역 이름은 히토요시온천역이다. 1908년에 개업했다.
구마카와철도의 승강장이다. JR히토요시역의 승강장과 바로 붙어 있다. 구마카와 철도는 구마모토현의 제3섹터 철도회사로 특정지방교통선으로 지정된 유노마에선湯前線의 운영을 위해 1989년에 설립되었다.
유노마에 선은 구마카와 철도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철도 노선으로,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시의 히토요시온센역과 쿠마군 유노마에 마치의 유노마에 역을 잇는데 전체 길이는 24.8km이다. 1924년 3월 30일 현재 구간(히토요시-유노마에)이 개통되었다. 하지만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1987년 2월 폐선이 결정되었고, JR그룹 분할 민영화로 JR 규슈에 인수된 뒤 1989년 2월에 제3섹터로 전환이 결정되어 같은 해 10월 제3섹터로 전환되면서 구마카와 철도에 인수되었다. 2020년 일본 서남부 폭우 사태로 인해 보유한 모든 철도차량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설이 침수되어, 2020년 7월 24일부터 전구간 운휴상태가 되었다. 중소사철이다 보니 아예 폐선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8월 말에 복구가 결정되었고, 2021년 3월 초부터는 복구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개시했다. 2021년 11월 28일에 히고니시노무라~유노마에 구간이 복구되었다. 2025년에 전 구간이 복구 예정이다.
역에서 나오면 보이는 시계탑. 일정한 시간마다 인형이 나와서 춤을 춘다는데, 제대로 살펴보지는 못했다.
역의 남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큰길,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구마카와강이 나오고 강가에 여행 첫 번째 날의 숙소인 히토요시여관이 있다. 나는 히토요시 여관으로 가기 직전에 있는 아오이아소신사青井阿蘇神社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히토요시여관과는 불과 몇십 미터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히토요시와 구마 지방의 수호신을 모신 이 신사는 가마쿠라 시대의 건축 양식을 가지고 있어 현재 5동의 건물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아소신사의 누문. 억새로 이어진 지붕과 검은색을 칠한 아오이 신사는 일반적인 신사와는 달라 보였다.
국보로 지정된 건물들, 바로 위의 사진은 본전 건물이다.
경내에 있는 녹나무, 1958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나무로 신사가 세워진 시대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레 18미터, 높이 19미터의 거목이다.
아오이아소신사는 806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신전(社殿)은, 사가라 나가츠네(相良長毎)에 의해 1609년~1613년에 걸쳐 건축된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2008년 6월 9일, 문부과학성이 히토요시시의 아오이 아소 신사의 신전군(社殿郡) 5동 누문(楼門), 배전(拝殿), 폐전(幣殿), 누각(楼), 본전(本殿)을 국보로 지정했다. 건조물의 국보 지정은 규슈에서는 55년 만에 5번째이며 일본 최남단의 국보 건축물이며, 구마모토터 현 내에 현존하는 문화재의 국보지정은 처음이었다. 구마모토현 내의 국가・현 지정의 신사, 사찰 건축의 90%가 구마(球磨) 지방에 있으며, 아오이 아소 신사는 그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건조물이다.
아오이 아소 신사는, 806년에 창건되어 구마지방의 진수로써 신앙심을 모으는 역할을 하였으며, 중세 이후는 히토요시 성주인 사가라 씨의 씨족 신이 되었고, 현재의 신전은 에도시대 초기에 건립되었다. 검게 칠해진 경사가 급한 초가지붕에 극채색을 사용한 장식성이 높은 조각 및 모양이 특징인 모모야마 양식으로, 본전, 폐전, 배전이 늘어서 있다.
아오이 신사를 돌아보려 할 때부터, 날이 흐려져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미리 살펴본 일기 예보에도 비가 예상되어 있었고 비 때문에 더 이상의 히토요시 시내의 여행은 어려워져서 히토요시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히토요시 여관은 아오이 신사에서 작은 개울을 건너 십여 미터쯤 가면 강변에 있다.
일본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히토요시 여관인데, 계획을 세운 지 몇 년 만에 드디어 가게 된 것이라서 조금은 흥분되었다. 그런 작은 흥분 속에 도착한 히토요시 여관, 아담하고 작은 여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