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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횡단 철도 여행-관광열차 이부스키노 타마테바코

by 늘 담담하게




늘 외로워하던 어떤 이가 멀리 떠난 여행에서 길거리 광고판의 모델을 보고 이상형을 만났다고 말해주던 것이 생각났다. 말도 안 되는 거라고 모두들 그를 놀려댔었는데.... 가고시마의 중심가에서 밤거리를 구경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환하게 밝힌 광고판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웨딩광고의 모델을 보고 문득 그의 말이 생각났다. 물론 그녀가 내 이상형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문득 몹시 외로워졌고.. 저 여인네가 내게 잠시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 착각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잠시동안 나는 편안해졌고 고단한 여행에서 오는 피로도.. 조금은 덜어내는 것 같았다..


여행 3일째 가고시마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맑았다.

호텔 앞 거리에서 본 하늘이다.

가고시마 시내를 가로지르는 고츠키카와강의 한가로운 풍경이 좋았다. 바쁜 일상에 분주히 움직이는 현지인들보다는 아무래도 여유가 있어서 그런 느낌을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잠시나마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가고시마의 시전차를 보면서 가고시마주오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날 하루 갈아타야 하는 열차도 많고, 열차시간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도 많았기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정을 앞에 두고 있었다. (가고시마 시전차에 대해서는 가고시마 여행 마지막 편에서 다룰 것이다.)

가고시마 주오역에 이르렀을 때 뜻밖에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분명히 맑았었는데.. 하지만 날씨는 이내 개었다.


이 날 첫 번째로 타야 할 열차의 이름은 이부스키노타마테바코 指宿のたまて箱, 한국어로 번역하면 이부스키의 보물상자 정도가 되겠다. JR규슈의 홈페이지에서 이 열차를 찾아보면..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이부스키노 타마테바코(이부스키의 보물상자)’는 일본에서 유명한 이부스키(指宿) 지방의 용궁전설을 모티브로 이름 지어진 열차로 ‘이부타마’라는 애칭으로도 불립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전설의 한 장면처럼 열차 문이 열리면 물안개가 뿜어져 나옵니다. 약 1시간 동안 바닷가를 달리는 열차여행과 사쿠라지마(桜島)화산, 킨코만(錦江湾) 해안의 정경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이 열차는 2011년 3월 12일의 규슈 신칸센의 전선이 개업함에 따라 다음날인 13일부터 운전을 개시하여 가고시마에서 이부스키 구간을 하루 3 왕복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열차의 이름은 사쓰마 반도의 최남단에 있는 나가사키바나長崎鼻 의 일대에 전해지는 우라시마타로전설의 보물에서 따왔다.

사진의 오른쪽에 솟아 있는 봉우리가 가이몬다케이고 왼쪽원형으로 보이는 물이 이케다호수 그리고 가운데쯤에 돌출되어 있는 곳이 바로 나가사키바나라는 곶이다. 예부터 자연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곳이다.

이곳에 전래되어 온다는 우라시마 타로浦島太郎의 전설은 사실 일본의 여러 곳에서 약간씩 변형된 내용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본적인 내용은 이렇다.


"어떤 맑은 날, 우라시마 타로라는 이름의 젊은 어부가 낚시를 하던 중 작은 거북이 한 마리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타로는 거북이를 구해주고 바다로 돌아가게 하였다. 다음 날, 거대한 거북이가 그에게 나타나 그가 구해준 거북이가 용왕의 딸이며, 용왕이 그에게 감사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타로는 용궁성에 가서 용왕과 공주를 만난다.


타로는 그곳에서 그녀와 함께 며칠간 머물렀다. 타로는 다시 그의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고, 그녀에게 떠나게 해달라고 말했다. 공주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열어보지 말라며 이상한 상자 하나를 주어 떠나보낸다. 그러나 바깥은 이미 300년이 지난 이후였고, 그의 집과 어머니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슬픔에 빠진 타로는 별생각 없이 공주가 준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서 하얀 구름이 나오더니 타로를 늙게 만들었다. 모든 민담들이 그렇듯이, 이 이야기에도 다양한 각색본이 존재한다. 한국의 우렁이 색시가 이와 비슷하다."


(카가와현 미토요시에 있는 우라시마 타로의 동상)


열차의 디자인은 미토오카 에이지가 했으며, 고쿠라 공장에서 약 1억 6000 만 엔을 들여 개조되었다. 외부 도장은 바다 쪽 (하행 방향으로 향해 왼쪽) 측면과 전면의 바다 쪽 절반이 흰색, 산 측 (하행 방향으로 향해 우측) 측면과 전면의 산 측 반이 흑색이다. 차량은 2 인용 회전 리클라이닝 시트, 대형 테이블이 설치된 4 인용 구획석, 소파 석 · 바다 쪽 창가를 향한 1 인용 좌석이 준비되어 있으며, 좌석의 종류는 다양하고 풍부하다.


여성 승무원들이 탑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의 좌석이 준비되어 있다.

바로 이 좌석이 내가 예약한 좌석이다. 창가 좌석은 이미 예약이 다 차서 안되었다.


좌석옆에 있는 책들은 대부분 우라시마 타로의 전설에 대한 것들이다.


이제 이 열차가 운행되는 이부스키마쿠라자키선指宿枕崎線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본의 JR노선에서 가장 남쪽을 달리는 노선인 이부스키마쿠라자키선은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에서 마쿠라자키시를 잇고 있다.

영업거리는 87.8KM, 노선의 역수는 총 36개이다. 사쓰마 반도의 동쪽과 남쪽 해안을 돌아가며, 온천과 모래찜질로 유명한 이부스키시와 어항 마쿠라자키로 들어가는 관광노선이다. 또한 가고시마시 근교의 통근 및 통학에 있어서도 역할을 담당한다. 가고시마시 교외의 주택지를 지나면서 통근 및 통학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고시마츄오-고이노 구간은 약 20분 간격, 키이레역까지는 20~40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한다.


히라카와 역 근처에서 미야케 바닷가 역 근처까지는 해안선을 달리고 날씨가 좋은 경우 오스미반도가 보인다. 이부스키역·야마카와역까지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하며 관광특급 이부스키의 보물상자(指宿のたまて箱)는 1일 3 왕복으로 가고시마주오-이부스키간을, 쾌속 나노하나(なのはな)는 가고시마주오행 3편(야마카와발 2편/이부스키발 1편), 가고시마주오발 야마카와 행 3편/이부스키행 1편이 운행한다.


이 구간을 운행하는 또 다른 쾌속 열차 나노하나의 모습이다.

앞 좌석에 앉지 못해서 이렇게 뒤에서 풍경을 봐야 했다.

같은 차량에 탔던 아주 귀여운 일본인 아가씨..

이부스키역까지의 풍경은 도심 구간을 벗어나면 이렇게 바다를 보면 달려간다.

같은 열차라고 해도 해안선을 달리는 열차에 타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특히나 푸른 바다가 보일 때면 더욱 그렇다.


홋카이도의 네무로본선을 타면, 북태평양을 보며 달려가고, 구시로와 아바시리를 잇는 센모본선은 오호츠크해를 끼고 달려간다. 태평양을 끼고 달려가는 히로시마해안선도 그렇다. 이 노선의 열차들을 탈 때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안정되었다.


이부스키노타마테바코를 타고 가는 이 날의 여정은 사실 바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열차를 타고 달릴 때에는 행복한 느낌으로 가득했다. 혼자만의 여행에서 이런 행복감을 느끼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 날 오전의 열차 여행은 근래 보기 드물게 즐거운 여행이었다. 열차를 타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침 9시 54분에 가고시마주오역을 출발한 열차는 10시 46분에 이부스키역에 도착하게 된다. 이부스키역에서 내리면 버스를 타고 가서 이부스키의 유명한 모래찜질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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