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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횡단 철도 여행-이부스키 검은 모래 온천

이부스키의 모래 온천

by 늘 담담하게

가고시마 주오역을 출발한 지 한 시간여만에 도착한 이부스키指宿, 날씨는 따뜻했고 하늘은 흰구름이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언제나 새로운 역에 도착하면 마음이 설렌다. 그 설레는 것 때문에 항상 도착했을 때가 즐겁지만, 떠나려 할 때는 반대로 아쉬움이 가득하다.


(JR이부스키역)


자, 여행지 이부스키는 어떤 곳일까?


이부스키시(指宿市)는 일본 가고시마현 본토 최남단에 있는 시이다. 가고시마시에서 남쪽으로 약 50km 지점에 있고, 사츠마반도 남동단에 위치한다. 시 북동부에서 남서부에 걸쳐서 동중국해와 가고시마만에 접한다. 남서부 동중국해 연안에는 후지산을 닮아 "사쓰마 후지"로 불리는 가이몬다케(開聞岳)가 있고, 또 중심부에는 가이몬다케의 화산 활동으로 생긴 이케다호(池田湖)가 있다. 주로 해안가에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지만 가이몬다케 부근 지역에서는 가이몬다케보다 내륙에 시가지가 있다.


가고시마현에서도 유명한 온천 도시이며 관광 촉진 및 냉각 절약의 관점에서 매년 4월 하순에 열리는 「알로하 선언」이란 명칭으로 10월 말까지 그 외 직원과 은행 직원이 알로하셔츠를 공식으로 착용하고 있으며 오크라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이케다 호수


이부스키역 족탕

이부스키역( 指宿駅)은 1934년에 개업한 역으로 일본 가고시마현 이부스키시에 있는 규슈 여객철도 이부스키마쿠라자키 선의 역이다. 이부스키 시의 대표역이자, 이부스키 온천의 현관문 역할 기능을 하고 있다.

역에서 빠져나온 나는 서둘러야 했다. 이부스키에서 검은 모래 찜질을 경험해 본 다음 이 날의 가장 핵심적인 여행은 JR 최남단역 니시오야마역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부스키 온천

이부스키온천은 가고시마현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이며, 2003년에 연간 28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91만 명의 숙박객을 모으고 있다. 농업이나 양식 등에 온천 이용도 활발해 온천의 90%가 산업적으로 이용되던 시기도 있었다. 또한 1960년경부터 시작된 허니문 열풍 속에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던 이부스키 온천은 그 메카로 붐볐다.



검은 모래 찜질을 하기로 한 곳은 이부스키 온천의 대표 격인 스나무시회관 사라쿠砂むし会館『砂楽』..

(모래찜질을 할 수 있는 사라쿠, 한국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걸어서는 약 20분쯤 걸린다고 하지만, 처음 가보는 곳에, 부실한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가는 자칫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헤매는 대형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역 건너편 정류장에서 가고시마 교통버스를 타면 바로 사라쿠 앞에서 내릴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

이부스키의 명칭은 '湯豊宿" (온천이 풍부한 숙박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설도 있다. 에도시대 이전에는 고온의 온천이나 증기가 나오던 곳곳이 습지여서 위험한 장소로 여겨졌지만, 이것을 대마의 가열처리 및 취사용, 목욕의 용도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 온천들 중에서 모래찜질을 이용하는 온천인 摺ヶ浜 (すりがはま) 온천은 이부스키역의 남동쪽 해안에 위치해 있다. 길이 약 1km의 모래사장에 온천에서 가열된 고온 부분이 있어 모래찜질의 명소로 알려져 있는데 모래찜질은 유카타를 입고 누우면 그 위에 뜨거운 모래를 삽으로 퍼서 몸이 모래 안에 파묻히도록 하는 것이다. 해안가의 모래사장으로 가면 직원들이 모래를 담아서 몸 위에 부어준다.

(모래찜질을 하는 모습)

(평화로운 해안선, 사진을 자세히 보면 해안의 모래에서 증기가 솟아나고 있다.)

(사진 앞에 보이는 가건물 같은 곳이 바로 모래찜질을 하는 곳이다. )


이 모래찜질의 역사는 기록에서 찾아보면 170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메이지와 쇼와 시대 초기에 걸쳐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농한기뿐만 아니라, 일본 각지에서 손님들이 모여들어 쇼와 초기에는 이곳에 여관이나 여인숙이 약 60여 곳이 성업 중이었다고 한다. 온몸을 뜨거운 모래로 찜질을 하면 특히 신경통 환자에게 효능이 있다.(어깨 통증이 있는 나로서는 최적의 장소)


이 찜질을 할 때는 10분 이상을 넘기면 안 된다. 50도에서 55도 정도를 온도를 가지고 있는 모래에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여러 온천을 경험해 봤지만 이렇게 모래 온천은 또 처음인지라, 이 체험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면 이 온천의 예전의 모습은 어땠을까?

1927년경의 사진이다.
1928년경에 촬영된 사진

역시 1928년경의 사진이다.

1931년 경의 사진



1955년경의 모래찜질 풍경

역시 비슷한 시기일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다.

오늘날의 모래찜질의 사진..


여행 중에 온천을 하게 되면 정말 그냥 푹 쉬었다가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교하게 맞붙려 돌아가는 내 여행 스타일에서는 특히 그렇다. 가끔은 정말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평화롭게 지내고 싶기도 한데..

문득 하와이의 마후이 섬이 그리웠다. 그 섬에 다시 가게 된다면 정말 산책과 드라이브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검은 모래를 털어내고 다시 온천을 하고 아쉬움 속에 온천을 나서야 했다. 이부스키역으로 돌아가야 하는 버스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너무 좋았다. 맑고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온천, 시원한 바람... 온천을 하고 난 뒤의 나른한 느낌,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한숨 자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내가 보고 있는 이 바다는... 태평양, 엄밀하게 따지면 동중국해이다.





결국은 이부스키로 역으로 돌아왔다. 13시 18분 니시오오야마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서이다. 일본 철도 여행을 시작하면서 꼭 한 번은 가야 할 곳이었지만 이상하게 계속 가지 못했던 그곳.. 니시오오야마역....


이부스키에서 열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나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긴 심호흡을 계속해야만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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