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홋카이도 철도 여행- 해협선, 그리고 하마나스

by 늘 담담하게

이번 이야기는 혼슈와 홋카이도를 터널로 연결한 츠가루 해협선, 그리고 홋카이도 신칸센 신아오모리-신하코다테 호쿠토 구간이 개통되면서 사라진 특급 및 급행열차 중 하마나스 はまなす에 대한 것이다.


츠가루 해협선津軽海峡線은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의 아오모리역에서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하코다테역을 잇는, JR 홋카이도와 JR 동일본이 공동으로 운행하는 철도 노선의 애칭이다. 츠가루 선, 카이쿄선, 에사시 선, 하코다테 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츠가루.jpg 츠가루 해협

'원래 츠가루 해협으로 분리돼 있던 혼슈와 홋카이도를 직접적으로 연결해 준 것은 철도 연락선인 세이칸 연락선이었고, 1908년부터 운항되고 있었다. 그러나 1950년대에 6.25 전쟁에 의한 기뢰가 종종 츠가루 해협으로 유입되고,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앞편에서 이야기한 도야마루 침몰사고 등의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도야마루호 사고는 전쟁 이후 일본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린 초대형 참사였다. 이 사고로 태평양 전쟁 이전부터 구상만 잡혀 있던 계획이 단번에 구체화되었고, 선박수송 대안으로 장기간의 공사기간과 거액의 공사비를 국비로 책정하여 세이칸 터널이 건설되었다.


처음에는 재래선 간선 규격으로 설계하였으나, 정비신칸센 계획에 따라 신칸센 규격으로 바꿔 건설되었다. 정비 신칸센 계획은 개업당시에 잠재적으로 보류하였으나, 궤간 및 가선 전압 등은 차후 신칸센이 입선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건설하였기 때문에, 훗날 고안된 신칸센철도규격신선의 원형 및 시초가 되었다.


1988년 3월 13일, 세이칸 터널이 개통함으로써 츠가루 선, 세이칸 터널을 통과하는 카이쿄선, 연결선인 에사시선과 하코다테 본선으로 구성된 아오모리~하코다테 구간에 츠가루카이쿄선이라는 통칭이 붙였다. 이후에는 홋카이도와 혼슈의 화물, 여객 수송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여객열차 외에도 하루에 왕복 50편의 화물열차가 운행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막연하기만 했던 2016년 3월 26일 홋카이도 신칸센 개업에 따라 카이쿄선 구간의 전압을 20 kV에서 25 kV로 승압하였고, 보안장치를 ATS-P 등에서 DS-ATC로 변경하는 등 설비 갱신이 되어 재래선 전용 기관차는 해당 구간을 더 이상 운행할 수 없게 되었으며, 특급과 침대열차는 신칸센 개업과 동시에 폐지되어 현재는 츠가루카이쿄선을 통과하는 재래선의 정기 여객차량은 없다. 카이쿄선 구간 정기 열차는 앞으로도 신칸센과 화물열차만 운행되고, 이에 따라 츠가루 해협선이라는 애칭도 폐지되었다. 한편 신칸센의 병행재래선으로 지정된 에사시 선 구간은 키코나이역을 기준으로 반토막 나, 서쪽 구간은 폐지되고 츠가루 해협선에 해당되던 잔여구간은 제3섹터화되어 도난 이사리비 철도로 이관되었다.


자, 이제 2016년 이전 이 츠가루 해협선을 운행했던 열차들 중 하나였던 하나마스 はまなす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마나스.jpg 급행 하마나스


처음 하마나스라는 열차이름을 들었을 때 도대체 누가 열차 이름에 하마나스(해당화)를 붙였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엄연히 공모에 의해 결정되었다.

Hamanasu.jpg?type=w2 (야간 급행열차 하마나스가 삿포로역에 정차해 있다.)

야간 급행열차 하마나스는 츠가루해협선의 개통으로 폐지된 세이칸 연락선의 심야 항공편의 대안으로 1988년 세이칸 터널이 완공된 시점부터 운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운행중단까지 28년 동안 삿포로역과 아오모리역을 1일 1 왕복, 약 7시간 30분 동안 운행했던 하마나스는 2012년 3월 17일에 급행 기타 쿠니(북쪽나라라는 뜻, 오사카역- 니이가타역 운행), 2014년 3월 15일에 침대 특급 아케보노(여명이라는 뜻, 우에노역- 아오모리역 운행), 2015년 3월 14일에 침대 특급 호쿠토세이(북극성, 우에노-삿포로구간운행)가 연이어 정기 운행을 종료했기 때문에 폐지되기 전까지 일본 전체 JR 그룹에서 객차를 사용하고 정기운행을 하는 유일한 야간 급행열차였다.

하마나스1.jpg 하마나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열차 이름 하마나스는 침대 특급 호쿠토세이, 쾌속 열차 카이쿄(해협이라는 뜻, 과거 아오모리와 하코다테 구간을 운행하던 열차)와 함께 일반 공모로 결정되었다. 하마나스는 과거 1955년부터 1966년까지 하코다테역- 오타루역- 삿포로역- 아사히카와역- 아바시리역구간을 운행하는 준특급 열차의 명칭으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하행 열차의 아오모리역 출발은 22시 18분, 하코다테역 도착이 심야 0시 44분, 삿포로역에는 6시 7분에 도착했다. 상행 열차는 삿포로역 출발 22시, 하코다테역 도착이 2시 52분, 아오모리역에는 5시 39분에 도착했다. 야간에 쓰가루 해협과 홋카이도 내 이동이 가능하여 매우 편리한 열차였다.


이 열차를 이용한 것은 겨울, 하코다테에서였다. 아오모리에서 출발한 열차가 하코다테에 도착하는 시간은 0시 44분, 그날 하코다테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 저녁 하코다테야마 전망대에 올라가서 하코다테의 야경을 촬영하려고 했지만 얄밉게도 눈은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면 그치고 다시 옥상으로 나와서 촬영을 하려고 하면 다시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몇 번을 전망대와 옥상을 오락가락하다 보니 힘이 빠져서 사진 촬영을 포기하고 말았다.

CIMG2804.JPG?type=w2

(이 사진이 그날 그나마 제대로 찍힌 사진 중의 하나이다. 해가 지고 나서 눈이 쏟아지는 바람에 흔들리고, 초점이 어긋나는 등 최악의 사진들이 쏟아졌다)


결국 하코다테 야경을 포기하고 내려와서 터벅터벅 걸어서 하코다테역으로 왔지만 추운 대합실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고자 근처 호텔의 온천을 찾아갔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하코다테 온천호텔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호텔의 온천도 9시가 마감이어서, 그 이전에 온천욕을 끝내고 나와야 했다. 서둘러 온천욕을 끝내고 나와서 우연히 안내문을 읽게 되었는데 그 순간 나와 일행들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이 호텔은 지금은 폐업했다)



CIMG2860.JPG?type=w2


CIMG2861.JPG?type=w2

그 시절만 해도 번역기를 그대로 사용해서 이런 어이없는 문장들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하코다테역으로 다시 돌아와서 대합실에서 추위에 떨며 꾸벅꾸벅 졸다가 마침내 열차의 탑승 시간이 되자 플랫폼으로 나갔다. 하마나스의 좌석은 자유석이 있고, 좌석이 뒤로 기울어지는 드림카, 누워서 갈 수 있는 카펫카, 그리고 침대칸이 있다. JR홋카이도 레일패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하코다테에 도착하자마자 역으로 가서 카펫카를 예약하려 했지만 이 좌석의 예약성공은 당시 하늘에 별따기여서 실패하고 결국은 그 차선책으로 드림카를 타게 되었다. (하마나스의 카펫카 예약은 거의 성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당시 철도로 일본을 여행하는 이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드림카가 아닌 자유석은 좌석이 뒤로 젖혀지지 않아서 정말 괴롭기만 하다.


800px-Hamanasu-aomori.jpg?type=w2

객차를 끌고 가는 기관차는 하코다테역에서 바뀐다. 사진에 보이는 기관차는 ED79형 전기 기관차이고, 하코다테에서 삿포로역 사이는 DD51형 디젤 기관차가 이끌고 간다. 앞부분에 삿포로역에 정차해 있는 하마나스 사진과 하코다테에 정차한 하마나스의 사진을 보면 두 사진의 기관차가 각각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Hamanasu-Carpet-car.jpg?type=w2


800px-JR_Hokkaido_night_train_express_Hamanasu__Carpet-car__%28second_floor_seat%29.jpg?type=w2

하나마스의 카펫카, 야간열차를 누워서 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추가 요금 없이..


800px-JR_Hokkaido_night_train_express_Hamanasu_Unreserved_seat.jpg?type=w2

자유석 차량의 모습이다.

800px-_JR_Hokkaido_night_train_express_Hamanasu__B_sleeping-car.jpg?type=w2 하마나스의 침대칸
800px-JR_Hokkaido_night_train_express_Hamanasu_Reserved_seat.jpg?type=w2

내가 탔던 드림카,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여곡절 끝에 하마나스에 탔고, 기관차를 바꾼 하마나스는 삿포로를 향해 출발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보라를 뚫고 북쪽으로 달려가는 야간열차,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낭만적인 풍경이었지만 현실은 불편하기만 했다. 다행히도 곳곳에 좌석들이 비어 있었기에 다른 좌석으로 옮겨가서 가운데 배낭을 놓고 그 위로 다리를 뻗었더니 조금은 편해졌다. 새벽시간 열차를 타고 하코다테와 삿포로 구간을 이동한 경험은 지금까지 하마나스와 카시오페아, 호쿠토세이까지 모두 세 번이었다. 그때만 해도 일본 열차의 최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카시오페아는 침대칸에서 여유롭게 창밖을 보며 갔고, 하마나스는 불편한 좌석을 참아내야 했던 정말 극과 극의 체험을 했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나름의 추억이고 낭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에는 홋카이도 가이드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다. 물론 지금 돌이켜 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지만..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열차는 계속 삿포로를 향해 달려갔고 마침내 6시 7분경 삿포로역에 도착했다. 그 이후 하마나스를 다시는 타보지 못했다. 하코다테를 오가는 열차도 낮시간의 호쿠토 아니면 슈퍼 호쿠토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하마나스의 퇴장은 이용 승객의 급감뿐만 아니라, 앞서 설명한 대로 신칸센이 홋카이도까지 연결되는 과정에서 전압 문제 때문이었다. 홋카이도 신칸센의 개업 때문에 홋카이도와 혼슈를 연결하는 세이칸 터널의 가선 전압이 변경되어야 하고 이 때문에 기존의 전기 기관차(ED79형 전기기관차)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전압의 변경으로 인해 침대 특급 호쿠토세이가 2015년 3월 14일 다이어 개정으로 정기운행을 종료하게 되었고 8월 22일을 마지막으로 운행 종료가 되었다. 역시 또 다른 침대 특급 카시오페아는 2016년 3월에 폐지되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다 애틋함이 있기 마련인데, 불편하기 짝이 없던 하마나스도 철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벌써 9년이 흘러갔다.


지금은 홋카이도를 여행할 때는 열차보다는 렌터카 혹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주류인데, 2014년 이전만 해도 도쿄에서 삿포로까지 가려면 우에노역(지금은 도쿄역에서 출발)에서 아오모리역까지 야간열차 아케보노를 타고 가서 아오모리를 여행한 뒤, 다시 야간열차 하마나스를 타고 삿포로까지 가면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어서 철도 여행을 많이 이용했었다.

아케보노.jpg

2020년대가 되었어도 JR홋카이도의 경영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어 기존의 철도 노선마저 폐선이 되어 사라져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철도 노선과 함께 한때 수많은 여행자들이 탔던 열차들의 추억 또한 추억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