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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철도 여행 -초호화 열차, 카시오페아의 추억

일본 장거리 열차 여행

by 늘 담담하게


지금은 일본 철도 역사에서 과거의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장거리 특급열차들이 있었다. 카시오페아, 호쿠토세이,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 등인데, 이 3개의 열차들은 모두 혼슈와 홋카이도를 왕복하는 열차들로서 철도 마니아라면 꼭 한 번은 타봐야 할 열차들이었다.


일본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인 5월에 나는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을 일주하는 여행 때 카시오페아를 타고 도쿄에서 삿포로까지 이동했다. 오늘 홋카이도 철도 이야기는 바로 그 열차, 카시오페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앞편의 주제였던 야간 특급열차 하마나스와 같이 츠가루 해협선을 이용한 열차이기도 하다.


카시오페아 カシオペア (Cassiopeia)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이렇다. 카시오페아는 우에노 역에서 도호쿠 본선, 이와테 은하 철도선, 아오이모리 철도선, 쓰가루 해협선(쓰가루 선, 가이쿄 선, 에사시 선), 하코다테 본선, 무로란 본선, 지토세 선, 하코다테 본선 순으로 경유해 삿포로 역까지 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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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도호쿠 신칸센, 홋카이도 신칸센 일부 구간이 완공되어, 도호쿠 및 홋카이도 방면으로 출발하는 열차들은 도쿄역에서 출발하지만 그 이전에는 도쿄의 우에노역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사진은 카시오페아와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의 승차권을 찍은 것이다. 카시오페아는 도쿄의 우에노에서 홋카이도 삿포로까지 운행하는 열차이기 때문에 탑승권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사진상의 당시 가격은 스위트 디럭스 룸 기준 40,140엔이다. 이 가격은 그나마 JR 패스가 있어서 운임이 면제된 가격으로 패스가 없으면 실제의 가격은 56,220엔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일본의 침대열차 요금은 구성체계가 운임+특급요금+침대요금으로 되어 있다. 운임은 출발역에서 도착역까지의 지불하는 비용이고 특급요금은 특급열차를 타게 되었을 때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비용, 침대요금은 침대열차를 탔을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그러니까 첫 번째 사진 승차권에 나와 있는 가격은 특급요금 5,780엔과 침대요금 34,360엔을 합한 금액이며 이것은 JR패스를 소지하고 있어 운임 16,080엔이 면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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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당시 우에노역 카시오페아 승차장 바로 옆에 전시되어 있던 카시오페아의 1호차의 모습이다.


혼슈와 홋카이도를 갈아타는 것 없이 직접 연결하는 침대 특급 열차로는 1988년 3월 13일에 호쿠토세이가 운행하기 시작했고 이어 1989년 7월 21일에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이 열차들은 당시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이에 따라, JR 동일본이 앞서 두 열차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열차로서 전 객실을 2인용 침대 독실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JR 동일본이 신규 제작한 E26계 객차를 투입하여 1999년 7월 16일에 운행을 시작했다.


전 객실이 2인용 침대룸으로 운행하였기에 다른 침대 특급열차보다 앞서 설명한 대로 고액 요금이었지만 인기가 높아, 시즌을 불문하고 침대권은 승차일 기준 1개월 전에 매진되기도 했다. 그래서 돈이 있어도 타기 힘든 열차라는 이미지가 이때부터 생겨나게 되었다. 열차의 이름은 별자리 카시오페아좌에서 유래된 것으로 그 이유는 심야 열차하면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는 북두칠성과 함께 밤새 북쪽 하늘을 빛나는 별자리이기 때문이었다. 우에노에서 삿포로 방면으로 출발하게 되면 1호차는 제일 뒷부분에 위치하게 되는데 내가 탑승한 스위트룸 디럭스는 2호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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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플랫폼에 들어온 카시오페아호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바로 1호차 스위트룸이다. 예약하기가 정말 하늘에 별따기인 스위트룸... 당시 탑승 가격은 72,840엔.


카시오페아의 차량은 ‘카시오페아 스위트’, ‘카시오페아 디럭스’, ‘카시오페아 트윈’, ‘카시오페아 컴포트’ 등으로 객실이 구분되었다. 객실 안에 화장실, 샤워시설, 세면도구, 수건, 목욕가운, 슬리퍼 등이 갖춰져 있어 쾌적한 기차여행을 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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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개밖에 없었던 카시오페아 스위트룸(전망대 타입)의 내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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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내부로 들어서면 보이는 복도의 모습 2호차에는 모두 4개의 객실이 있는데 3개는 스위트룸 그리고 앞쪽에 스위트룸 디럭스가 1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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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스위트룸 1층은 침대칸이고 아래 사진은 2층의 거실이다. 사진 오른쪽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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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바로 내가 삿포로까지 가는 동안 머물러야 할 스위트룸 디럭스의 내부 전경이다. 바닥에는 슬리퍼가 놓아져 있다. 오른쪽이 창가인데 소파처럼 보이지만 조작을 하면 침대로 변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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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는 잠잘 때에 입을 수 있는 가운이 살포시 놓여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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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보이는 게 내비게이션의 기능을 겸한 TV... 그리고 실내전등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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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 칫솔등.. 일체의 세면도구 세트가 들어 있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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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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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앞서의 창가의 소파를 침대로 변환시킨 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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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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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위에는 세면대가 있고.. 그 위에 저렇게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저 거울을 열면 수납장이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정말 많이 생각하는 티가 확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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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바라본 입구... 입구의 왼쪽이 화장실과 욕실이다. 스위트룸에는 개별 샤워실이 있는데.... 아래 사진이 바로 욕실내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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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우에노역에서 출발하면 잠시 친절한 여승무원이 웰컴 드링크와 미니바를 가져온다. 물과 포도주, 작은 양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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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삿포로를 향해 긴 여정을 시작했다. 따뜻한 5월의 오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여행하기는 알맞은 날이었다. 이제 객실은 어느 정도 살펴보았기에 열차 내부의 시설을 둘러봐야 할 때가 되었다. 첫 번째 사진은 2호차에서 살롱카로 가기 위해서 긴 복도를 지나야 하는데 먼저 통과할 곳이 바로 식당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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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식당칸이다. 주 메뉴는 프랑스요리인데 탑승 당시 가격은 7800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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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살롱카이다. 삿포로행 열차는 이 살롱카의 앞에 기관차량이 붙기 때문에 전망이 그리 좋지 못한데..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도쿄행 열차는 반대쪽에 기관차량이 붙기 때문에 그때에는 전망이 정말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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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열차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으로 식당칸을 이용하지 않는 손님들이 주문한다. 당시 가격은 35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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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속의 모습은 하코다테에서 기관차량을 교체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카시오페아는 종착역까지 가는 동안 모두 세 대의 기관차량이 교대하며 이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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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에서 출발하여, 아모리역까지 카시오페아 객실 차량을 끌고 가는 기관차이다. EF510형. 새벽에 아오모리에 도착하면 JR동일본 소속의 기관차는 떨어지고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츠가루 해협의 세이칸 터널을 통과하기 위한 기관차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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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79형 기관차이다. 승객들이 한창 잠을 자고 있을 때 아오모리역을 출발하여 세이칸 터널을 통과한 다음 하코다테역에 도착하면 이번에는 JR홋카이도 소속 기관차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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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홋카이도 소속의 DD51형 디젤 기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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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79형 기관차의 모습이다. 하코다테역에 도착했을 때 촬영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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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역에서 아오모리역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온 기관차가 분리되어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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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기관차량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바로 파란색이 상징인.. JR 홋카이도소속의 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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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의 JR 동일본 소속 기관차가 이끌었던 것이 이제는 파란색 JR 홋카이도 기관차로 바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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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역에서 촬영한 JR 홋카이도의 기관차의 모습이다. 참고로 도쿄 우에노역에서 출발한 열차에 탑승한 승무원들은 삿포로까지 가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열차의 승무원들은 중간 기착지에서 나름 교대를 했었고 하코다테를 지난 뒤에는 JR 홋카이도 소속의 승무원들로 전원 교체 되어 있었다.



내가 이 열차를 탔던 당시만 해도, 도쿄에서 삿포로까지 가는 과정은 우에노에서 아오모리까지 간 다음 거기서, 삿포로행 야간열차 하마나스를 타거나, 아니면 아오모리에서 하코다테를 오가는 특급열차를 탄 다음 다시 하코다테에서 삿포로행 특급열차로 바꿔 타야 하는 적어도 1박 2일의 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카시오페아를 이용하면서 삿포로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일본 철도여행을 시작하면서 이 열차를 타보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었기에 삿포로에 도착하기 전 방명록에 나는 이렇게 썼다.


"한국에서 이 열차를 타기 위해 왔다. 긴 여정, 잊지 못할 여행, 가슴에 새겨 놓은 추억, 언제나 기억할게, 안녕! 카시오페아"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만화 주인공 대사 같은 내용이지만...


이렇게 인기 높던 장거리 침대 특급열차들이 사라지게 된 것은 홋카이도 신칸센의 등장 때문이었다. 앞서 하마나스 편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홋카이도 신칸센이 개통하면서, 세이칸 터널에서 전압을 승압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고, 결국 그 구간을 운행하는 ED79형 기관차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결국 2016년 3월 19일(우에노발), 3월 20일(삿포로발) 운행을 끝으로 사라지게 되었다.(공식 폐지일은 3월 26일이었다. )


한때는 일본 열차의 최정점이라고 불렸던 카시오페아가 운행을 종료한 지 9년이 지났다. 워낙 철도마니아가 많은 일본인지라, 철도 회사들이 그 뒤 새로운 특급열차들을 선보였지만, 17시간 동안 달려가는 장거리 열차는 이제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JR홋카이도에서도 간혹 홋카이도의 여러 구간을 운행하는 특별 열차를 운행하기도 하지만, 점점 쇠퇴해 가는 홋카이도 철도 사정상, 장거리 운송 열차들은 모두 역사 속에만 남아 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단 한 번이었지만 당시 최고의 열차로 우에노에서 삿포로까지 여행했다는 것, 그것은 잊지 못할 여행이며,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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