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장거리 특급열차의 추억
홋카이도와 혼슈 사이를 연결하는 해협선을 오가던 특급열차 시리즈의 마지막은 일본 철도 역사상 가장 긴 운행 거리를 자랑했던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 제일의 호화 특급열차 카시오페아를 타고 도쿄의 우에노역에서 삿포로까지 갔던 그해 5월의 여행에서 되돌아오는 여정에서 탑승한 열차는 일본 최장거리 특급열차,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 トワイライトエクスプレス(Twilight Express)였다.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 JR동일본의 카시오페아, 호쿠토세이와 함께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3대 특급열차의 하나로 카시오페아의 경쟁상대였다.
1989년 7월 21일에 첫 운행을 시작하여 처음에는 여행사의 기획상품에 포함된 단체 전용열차로 운행되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특급권과 침대권을 일반에게 판매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부터 임시열차로 변경하여 특급, 침대권의 일반 판매가 시작되었다.
열차 이름은 출발일 저녁과 다음날 새벽의 황혼을 의미하는 Twilight에서 유래되었다. 이 밖에 이름을 정할 때 北斗星등 북쪽을 이미지화하는 한자 이름이 이미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스타라이트, 폴 스타등 영문 이름이 후보가 되었다.
결국 동해 바다의 파노라마와 홋카이도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해서 느긋한 분위기에 기차여행을 즐긴다는 주제로 삿포로행 열차에는 동해 바다의 석양과 쓰가루 해협, 오사카행 열차에는 황혼의 쓰가루 해협과 아침에 빚 나는 동해바다를 즐긴다는 의미로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로 정해졌다.
이 열차는 매일 운행하는 열차가 아니기 때문에 임시열차로 취급되었고 JR그룹의 공통예약 상황 검색 사이트 JR 사이버 스테이션에서도 검색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좌석 상황은 역에 직접 가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것 때문에 카시오페아와 같이 예약하기 힘든 열차였는데 카시오페아가 폐지된 것처럼 이 열차도 결국 폐지되고 말았다.
2014년 5월 28일 이 열차의 운행 회사인 JR 서일본은 차량의 노후화를 이유로 2015년 봄에 운행을 종료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홋카이도 신칸센 개업으로 세이칸 터널의 전압 변경 문제와 신칸센의 병행 재래선이 JR에서 제3 섹터 철도로 이관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폐지한 것이다.
2015년 3월 12일 이 열차의 마지막 운행일에 삿포로역에는 1,000여 명이, 오사카역에는 3,500명의 사람들이 나와 마지막 운행을 지켜봤다. 이 열차가 운행하는 노선은 도카이도 본선(JR교토 선), 고세이선, 호쿠리쿠 본선, 신에쓰본선, 우에쓰 본선, 오우본선, 쓰가루 선, 쓰가루해협선, 에사시 선, 하코다테본선, 무로란본선, 치토세 선 등 총 12개의 노선이었다.
앞서 탑승했던 카시오페아와 삿포로에서 아오모리까지는 같은 노선을 달리지만 카시오페아가 혼슈의 동쪽 해안을 따라 운행하는 것과는 반대로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는 혼슈의 서쪽 해안을 달려 오사카에 도착했다.
운행 거리는 오사카발 삿포로행은 1,495.7km를 약 22시간 동안, 삿포로발 오사카행은 1,508.5km를 22시간 50분 동안 운행하여 JR 분할 민영화 이후 일본 제1의 영업거리를 달리는 여객 열차였다.
삿포로역 4번 정거장에 대기해 있는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
앞서 카시오페아 편에서 설명했듯이 이 열차를 이끌어가는 기관차는 회사별, 구간별로 다르다. 삿포로에서 고료카쿠역까지는 JR홋카이도의 기관차가 이끌고 간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시의 고료카쿠역까지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객차를 끌고 가는 JR홋카이도 소속의 DD51형 디젤기관차
고료카쿠역에서 아오모리역까지 운행하는 ED79형 전기 기관차
그리고 아오모리에서 오사카 사이를 운행하는 EF81형 기관차, 사실상 이 열차가 메인 기관차이다.
이제 이 열차의 내부를 살펴보자. 1호차와 2호차에는 스위트룸과 로열룸의 객실이 있다.
1호차의 스위트룸
2호차 스위트룸의 거실
2호차 스위트룸의 침대
1.2호차의 로열 룸, 1,2호차는 전부 A타입의 객실이다.
5-9호차는 B타입 객실인데 이 사진은 트윈 룸이다.
내가 탄 열차는 7호차, B타입 객실이었다. 요금은 당시 기준 22,620엔.
좀 더 자세한 내부 사진을 보자면. 바로 이런 모습이다.
위 사진은 싱글 B타입 객실의 내부 모습이다. 밀실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함들 것 같았다. 이 좁은 내부에서 22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내가 탔던 객실 내부 모습인데, 이층침대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의 모습이 보인다.
복도의 모습이다.
스위트룸이나 로열룸의 탑승객이 아닌 다른 객실의 승객들이 이용하는 샤워시설이다.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예약을 하고 그 시간에 맞춰 샤워를 할 수 있다. 침대열차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식당칸인데 식당칸의 내부 모습은 이렇다.
런치 타임의 식사
모닝타임의 식사
이곳은 4호차에 있는 살롱카. Salon du Nord라고 불렀다. 해석하면 북의 살롱이라는 뜻이다.
삿포로를 출발하여 오사카까지 가는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 나는 오사카까지 가지 않고 가나자와에서 내릴 예정이었다. 사진의 역은 홋카이도의 도야역이다.
이제 열차는 남쪽 하코다테를 지나 세이칸 터널을 통과한 뒤 아오모리를 걸쳐 일본의 서해안을 따라 달리게 되는데, 하코다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하늘은 급속하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강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여행에서 비를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전체 여행 일정의 날씨는 더없이 좋았는데 이 열차를 탑승했을 때만 비를 만났다.
이 날 내리는 비도 사실 기차 안에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여행에 장애가 되는 일은 없었다. 그저 열차의 창밖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왠지...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었을 뿐... 강하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는 거침없이 내달렸고 마침내 쓰가루 해협을 건너 일본 본토에 이르렀다. 이제 열차는 해안선을 따라 아오모리현, 니이카타현을 지나서 도야마현 와 이시카와 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 역은 나오에츠 역이다. 나오에츠... 이곳을 지나다 보니 잠깐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다.. 우에스기 겐신, 일본 전국 시대의 유명한 무장인데 그의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지명이 바로 이 나오에츠이다. 이 나오에츠를 지나면 JR 동일본과 JR 서일본의 경계선이 나온다. 그러니까 이곳을 지나가는 것으로 이제 JR 동일본의 관할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자 이제 새로운 바다를 보게 되는데 도쿄에서 치바현의 보소 반도를 갔을 때는 태평양을 보았고 홋카이도의 동부 해안으로 가서는 오호츠크해를 보았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세 번째로 마주치게 되는 바다인데 이 바다는 바로 우리의 동해이다. 이른 아침 바라본 동해는 거친 파도와 함께 강한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었다. 이 바람 때문에 열차의 속도가 늦춰지는 바람에 내가 내려야 할 가나자와역에는 연착을 하고 말았다.
비는 그치고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도야마역. 도야마현을 지날 때부터 하늘이 다시 개였고 바람도 잠잠해졌다. 도야마를 처음 여행한 이후 4년 만이었다.
멀리 보이는 눈이 덮인 산들이 바로 도야마의 알펜루트가 되겠다..
마침내 도착한 가나자와역, 비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연간 강수량이 많은 도시 가나자와. 이시카와현의 현청이 있는 중심 도시이다.(가나자와 여행기는 나중에 혼슈 철도 여행기에서 다룰 예정이다)_
이렇게 해서 나의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 여행은 끝이 났다. 나중에 한 번 더 타보리라고 다짐했었지만 다른 곳을 가기에도 바빠 두 번째 탑승은 할 수가 없었고 결국 이 여행이 나의 첫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이었다.
삿포로행 마지막 열차가 오사카역에서 출발할 때의 사진이다. 이 운행을 끝으로 트왈라이트 익스프레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 반세기를 운행하는 동안 지구를 470바퀴 도는 거리 1900만 킬로를 달렸고, 116만 명이 이용했던 열차였다.
지금은 사라진 열차들에 대한 이야기가 요즘 시대에 무슨 흥미가 있을까 싶지만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그런 뜻에서 쓰고 나니, 그 열차들을 타고 여행했던 그 시절이 정말 소중한 한 때였음을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호화열차 혹은 최장거리 열차를 탔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열차여행에서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이 결국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하게 남아 있음을... 그리고 정말 그리운 한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