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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하코다테 하치만자카

하코다테 일루미네이션

by 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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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하코다테 일루미네이션이 시작되었다. 하코다테 관광컨벤션 협회에서 올린 사진들을 보면서, 저 익숙한 풍경들... 언제였던가 그곳에 서 있었던 기억들이 눈앞을 아련하게 스쳐 지나간다.



가장 반가운 사진은 바로 하치만자카 가장 윗부분에서 항구 쪽을 내려다본 사진이다. 이 풍경 사진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엉킨다. 여러 차례 글로 쓴 바 있지만 이곳을 사랑했거나 혹은 사귀었던 사람과 가 본 적은 없다. 그러니 흔히 상상하는 옛사랑의 흔적 같은 것과는 관련성이 없다.



하지만 이 언덕에 서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일방적인 내 감정일 뿐이지만, 그저 그 사람이 하코다테에 간 적이 있었다는 말을 했기에.. 그 사람이 보았던 그 풍경을 다른 시간에 그곳을 간 내가 보았다는 그것이 그렇게 인상적이었을까... 호감을 가졌던 사람이 이곳에서 서 있었을 텐데....... 1년 전에 나는 하치만자카에 대해서 이런 글을 썼다.


다음부터는 1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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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그토록 가고 싶었던 하코다테에 도착했다. 그리고 서둘러 그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드디어 와 버렸다"


하치만자카, 이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하코다테 연락선이 보이고 바다를 향한 언덕의 풍경이 아름다워서 각종 영상이나 광고에 등장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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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늘 하치만자카를 이야기하는 나를 보며 이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간 적이 있느냐고, 그래서 무슨 사연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사실 나는 이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간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언덕에만 서면 알 수 없는 쓸쓸함, 그리움, 설렘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다면 처음 하코다테에 왔을 때부터 그랬던 거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다.



하치만자카가 내게 그토록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은 호감을 가졌던 사람이 하코다테에 갔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그 후부터 이곳에 올라오면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면서 그런 감정들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전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 하치만자카에 대해 아주 감정과잉의 글을 썼다.


"있잖아요, 난 비가 내리는 거리, 언덕, 그리고 눈이 오는 교회와 하치만자카의 언덕에서 내가 보았던 그 쓸쓸한 풍경들 속에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내 마음이, 내 그리움이 그 거리에서 당신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내 마음이 당신에게 전해지고 있는 건가요?"


스무 살 청년도 아니고, 다시 읽어보면 씁쓸하기만 한데 물론 그런 감정을 제대로 말해보지도 못한 채 연락이 끊겼고 그래서 더더욱 그 사람에게 전해질 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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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진을 쭈욱 보니 정말 각기 다른 시기, 다른 계절에 이곳에 갔다. 사랑의 맹세를 한 곳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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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하치만자카, 그 언덕에서 깨끗한 하코다테의 거리 풍경과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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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하치만자카, 색이 변해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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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하치만자카, 쓸쓸한 풍경, 눈이 쌓인 초겨울의 그 거리와 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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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하치만자카, 한낮의 뜨거움이 조금은 사라진 그 언덕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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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의 하치만자카,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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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날의 하치만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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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루미네이션으로 빛나는 하치만자카, 그 사람에게 물어보기라도 했을 것을, 하치만자카에 간 적이 있느냐고... 역시 바보 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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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항구 쪽만 바라보고 있다가 길 오른편으로 잠시 비켜섰다. 그러다가 눈길을 돌린 곳에서 보게 된 성모 마리아상, 그동안 그렇게 하치만자카를 왔으면서도 이곳에 수도원이 있는 줄 몰랐다. 샬트르 성바오로 수도원... 신의 사랑은 영원하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성모상 왼쪽이 사유리 유치원인데, 이 유치원 설립 백주년을 맞이하여 1975년에 건립한 성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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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상을 보며 기도했다. 이곳까지 다시 오게 하신 것에 감사드리고, 이 언덕에서 떠올린 그 사람이 잘 지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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