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삿포로를 함께 했더라면
삿포로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노란 은행나무가 우거져 삿포로의 단풍 명소로 유명한 홋카이도 대학 정문 길도 눈이 가득합니다.
혹시 겨울 홋카이도를 갔던 적이 있었을까요? 마지막으로 만났던 게 벌써 아득히 오래전이었으나, 겨울 삿포로를 갔다는 말을 당신으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어서...
눈이 내린 저 길을 엉금엉금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스쳐 지나갑니다. 눈 쌓인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를 걷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봄 여름에 주로 갔었던 모에레누마 공원도 하얀 눈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겨울 풍경도 좋긴 하지만 전 그래도 봄의 모에레누마 풍경이 더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날, 저 산책로를 따라, 등산(?)을 하는 일은 정말 좋았어요
삿포로역 앞도 눈이 가득합니다. 삿포로역을 나올 때마다 쭈욱 남쪽으로 뻗어있는 일직선의 도로를 보면 익숙한 풍경에 아, 이제 내가 삿포로에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삿포로 시계탑은 오히려 겨울 풍경이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사람들은 시계탑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가지만 시계탑 안으로 들어가서 눈이 내린 거리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았어요, 해가 진 뒤의 풍경이 더 좋았던 삿포로 시계탑...
겨울 삿포로에 갔다면 꼭 모이와야마 전망대에 올라서 하얀색으로 바뀐 삿포로 시가지를 봐야 해요.
그리고 해가 지고 나면 환상적인 겨울 야경을 볼 수 있답니다. 정말 잊지 못할 풍경이에요
오후 4시만 되어도 어두워지는 삿포로, 어두워지기 직전의 풍경...
이상하게, 아주 이상하게도, 삿포로와 하코다테에서 전차를 타게 되면 당신을 떠올리게 돼요. 하코다테 전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 때문인지, 저 흔들리는 전차를 타고 가면, 당신과 함께 이 전차를 탔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어날 리 없는, 부질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당신과 함께 전차를 타고 가면서, 저기는 어떤 곳이고, 다음은 어떤 곳이에요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요...
아, 당신과 함께 가고 싶었던 홋카이도 대학. 눈이 가득한 캠퍼스를 그냥 같이 걸어보고픈... 아니 뭐 우리 사이를 어떻다고 규정짓지 않더라도... 그냥 같이 걸어보고 싶었던 곳이에요.
썰렁한 경기 때문에 기대감이 낮아진,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네요,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일로 고민이 많겠지만, 늘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은 여기보다 더 춥겠지요.
감기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