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순애, 상실의 기원
이번 이야기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번째 작품, 별의 목소리에 대한 것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전문적인 영화평론가도 아니고, 그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으로서, 그의 작품에 대한 나만의 해설을 쓴 것이다. 이 글에 대해서 동의할 수도, 혹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이 아니고서는 초창기 작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은 초속 5센티미터부터 알기 시작했고, 언어의 정원, 별을 쫓는 아이에 이어 너의 이름은 이 대성공을 거두어 그때부터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 알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별의 목소리(일본어 ほしのこえ 호시노코에, 영문 제목 The voice of a distant star)는 앞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세계관(애니에서 표현하는 세계 및 연애관을 통칭하는 것으로 하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네이버에서 이 작품에 대해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2000년 12회 DOGA 그래픽 콘테스트에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라는 약 5분 정도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신카이 마코토의 자주 제작 애니메이션. 자주(自主) 애니메이션이란 혼자서 기획, 각본, 제작을 전담하는 말 그대로 1인 제작 애니메이션을 의미한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국내에서도 SICAF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적이 있으며,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담백하고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연출과 시나리오에 깊은 인상을 받은 팬들이 많았다. 이번에 나온 <별의 목소리>는 2000년 초여름에 제작에 착수였으나, 별 진전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2001년 여름 신카이 마코토가 그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 작품 완성에 전념하면서 약 7개월 간의 난산 끝에 2002년 1월경 드디어 완성되었다. 아름다운 배경과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감동을 주는 이 작품은 "우주와 지상으로 헤어져버린 첫 세대"라는 메인 카피를 내세우고 있다. 이미 <건버스터> 등의 작품에서 한때 친구였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으나 이 작품이 주는 감동과는 다른 종류의 재미를 주기에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이 작품은 멀리 떨어진 연인 간에 휴대폰을 통한 메일이라는 연결고리를 두어, 엇갈려 가는 시간 속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너무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대사와 배경에 비해 캐릭터 생김새의 일관성이 많이 떨어진 점은 아쉽다. "
덧붙여 설명하자면... 5분 정도의 짧은 단편이었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이후 그는 새로운 작품을 구상한 뒤 제작에 들어갔으나, 회사 생활과 병행하다 보니 자연히 제작이 쉽지 않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둔 뒤 이 작품에 본격적으로 매달려 자신의 컴퓨터로 7개월 동안 제작한 뒤 이 작품을 완성했다.
그 뒤 DVD로 발매된 직후 큰 인기를 얻었고, 신카이 마코토에게 상업적인 성공과 명예를 안겨주었다.
이 작품은 소설과 만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먼저 소설을 보면..
소설판은 모두 2개가 발간되었다.
첫 번째 소설판은 2006년 가노 아라타가 쓴 별의 목소리 사랑의 말/별을 넘다(한국번역판 제목)인데 이 소설에서는 애니에서는 별로 드러나지 않았던 남자 주인공 테라오 노보루의 비중이 높은 작품이었다. 이야기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여주인공 나가미네 미카코와 테라오 노보루가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성에서 기존의 애니와는 차별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으나, 국내 번역본은 실망스러운 번역과 성의 없는 편집등으로 혹평을 받았다.
두 번째 소설판은 오바 와쿠가 쓴 작품으로 내용은 기존 애니와 별 차이가 없으나, 애니보다 더 진전된 결말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5분짜리 길이에서 별의 목소리는 상영시간이 25분으로 대폭 늘어난 분량이었지만 아직 장편이라고 보기에는 내용이나 체계에 있어서는 부족한 게 많았던 별의 목소리는 결말이 모호하게 끝나 버렸다.
이 모호한 결말은 이후 작품에서 반복된다. 관객의 상상에 맡기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있고, 여운이 길게 남지만 확실한 결말을 원하는 이들과 해피 엔딩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이해했던 것인지, 이 작품에서는 애니의 모호한 결말이 아니라 분명한 결말을 지어주었다.
이번에는 만화판..
만화판은 2005년에 사하라 미즈가 그려서 발매되었고 이 역시 국내에서도 번역판으로 발간되었다.
이것이 바로 번역판의 표지이다. 애니의 미카코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전체 내용은 원작 애니와 큰 차이는 없으나, 소설과 애니를 적절하게 믹스한 것으로 보면 된다.
지금까지 별의 목소리의 애니, 소설판, 만화판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다시 애니로 돌아가서... 먼저 전체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39년 화성으로 향한 유인 탐사팀은 타루시스 테라스 분화구속에서 다른 문명의 유적을 발견하지만 갑자기 출현한 다른 생명체에 의해 전멸당하고 만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유적으로부터 발견된 수많은 기술은 인류의 과학 수준을 단번에 반 세기 이상으로 발전하게 만든다. 또한 태양계 바깥에는 타르시안(지구 탐사팀을 공격한 외계인)의 유적이라고 할 수 있는 워프 포인트가 발견되고 인류는 항성 간 항해가 가능한 수단을 손에 얻게 된다. 그 후 타르시안의 조사를 위해 국제 연합 우주군 전함 리시테아, 레다, 피마리아, 에라라 이렇게 4척의 전함이 건조되어 2047년에는 1,000명 이상이 선발멤버에 의해 조사단이 편성된다.
이때 일본 사이타마현의 중학교에 다니는 나가미네 미카코와 테라오 노보루는 동급생으로 같은 동아리에서 다정한 두 사람이었지만 중학교 3학년 여름 미카코는 국제 연합군의 선발멤버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노보루에게 말한다. 그리고 다음 해 2047년 겨울 미카코는 지구를 뒤로 하고 떠나고 노보루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지상과 우주에 떨어진 미카코와 노보로는 휴대메일로 연락을 하지만 리시테아호가 목성의 에우로파 기지를 통해 태양계의 바깥으로 갈수록 메일의 전파의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노보루는 미카코로부터의 메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일상생활을 보낸다.
그 뒤 리시테아 함대는 워프를 실시해 미카코와 노보루 사이의 시간의 엇갈림은 결정적인 것이 되고 만다.
이 작품을 한 줄로 압축하라고 한다면 지상과 우주로 갈려져 서로를 그리워하는 어린 연인의 슬픈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쉽게 닿을 수 없는 먼 거리로 떨어진 두 연인, 휴대메일로 그리움을 담아 보낼 수밖에 없고, 그 메일조차 거대한 우주의 거리를 넘어서야 하고 그것은 반드시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점점 더 멀어져 가면서, 각기 다른 상황에서 성장해 가야 하는 안타까움.
그리고 불안과 깊은 외로움에서... 버리지 못하는 첫사랑...
이런 요소들은 이후의 작품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초속 5cm에서 더욱 구체화되면서 이어진다.
다시 말하면 앞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작품들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그 몇 가지 특징은 앞으로 계속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먼저 맛보기로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면 유독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첫사랑에 대한 깊은 집착이다.
별의 목소리에서 두 주인공 미카코와 노보루는 중학교 시절에 만난 첫사랑이었다. 같은 중학교를 다녔고, 두 사람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서로가 좋아했던 검도부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후 작품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 등장하는 사와타리 사유리와 후지사와 히로키 또한 같은 중학교를 다녔고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초속 5cm의 주인공 토오노 다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 또한 초등학교 시절에 만난 첫사랑이었다. 결국신카이 마코토 초기 세 작품은 모두 첫사랑과 그 상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보통의 경우 바람처럼 왔다가 열병을 앓은 것처럼 지나가는 것이 첫사랑이지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어린 시절에 만난 첫사랑을 결코 잊지 못하고 그것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아간다.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그들은 이후의 삶에서도 다른 이와는 관계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고독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는 왜 이렇게 첫사랑에 집착하는 걸까?
이야기는 다음 주로 이어진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해설은 초속 5센티미터까지 이어진다. 그 이후 작품에 대해서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것저것에 바빠서, 이어 쓰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더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