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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애니 -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 대해서

신카이 마코토의 순애에 대해서(1)

by 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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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그의 작품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열렬 팬으로 그의 작품에 대한 쓴 글이다. (이런 애니 작품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읽지 않아도 된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이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 대해서 이다. 200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전체 5분 길이의 아주 짧은 단편 애니인데, 이 작품을 보면 그 후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인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그리고 2007년 공개된 <초속 5cm>에 까지 일관적으로 흐르는 일상의 외로움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이후 그가 표현하고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의 근원이며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 작품은 발표시기와 제작 시기에 대해서 1999년인지, 2000년인지 다소 혼선이 있는데 1999년부터 제작해서 2000년에 발표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감독의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해보면 2000년이라고 되어 있다.


이 작품을 만들 무렵에 대한 상황을 그의 인터뷰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1인 제작 시스템’의 감독으로 혜성처럼 데뷔했는데….

“그림을 배운 적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한 경험도 없었다. 직장에서 영상제작용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직장에 다니며 그리기 시작했는데 육체적 한계를 느꼈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 뒤 최소한의 잠과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모든 시간을 그리는 데 투자했다. 그 당시는 그냥 그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

앞서 이야기에서 그는 나가노현 출신으로 주오대학 일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나와 있음을 밝혔는데, 그가 혜성처럼 등장했다라든가 혹은 천재의 출몰이라고 이야기되는 배경에는 이렇듯이 애초에 애니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회사를 다니면서 전혀 낯선 분야에 새롭게 도전했고, 그 결과가 이렇게 놀라운 작품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다시 그녀와 그의 고양이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서...


1999년 초여름부터 초겨울에 걸쳐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음악 담당인 텐몬, 캐릭터 디자인 담당인 시노하라 미카를 제외하고는 모든 작업을 신카이 감독 혼자서 담당하였다. 당시 함께 했던 스태프들은 이후로도 신카이 감독의 작품에 계속 참여하게 되는데 제작 기간을 비롯한 작업의 일정을 줄이기 위해 전편을 흑백으로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되는 것을 보면 " 삶 속에서 겪게 되는 막연한 외로움, 가슴을 저미는 듯 아련한 고통, 그리고 어느샌가 나누게 된 그녀와 고양이 사이의 미미하지만 따스한 온기... 때로는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아직은 세상을 좋아할 수 있다는, 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을 영상과 소리로 재현해내고 싶었다는 것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야기였다.. "라고 되어 있고


초속 5cm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2000 년에 발표된, 신카이 마코토의 자주 제작 애니메이션.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든 작업을 혼자서 한 작품.

생활해 가면서 마주 대하는 막연한 외로움, 희미한 통증, 작은 온기 같은 말로는 전하기 어려운 감정을 영상과 소리에 투입한 작품. 전편 모노톤의 작품이면서, 심금을 울리는 그 작품성이 높이 평가되고 이후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바로 원점이 된다."라고 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발매된 별의 목소리 DVD의 뒷부분에 특전 영상으로 들어 있는데, 지금 이 작품을 보고 싶다면 초속 5CM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면 된다.


이 작품을 처음 보게 된 것은 공식 DVD가 발매되기 이전, 용산의 전자 상가에서 우연히 얻게 된 별의 목소리 해적판이었다. 러닝타임이 5분도 채 되지 않는 단편이지만, 흑백의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쓸쓸한 한 여자와 고양이의 일상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사실 별의 목소리를 보면서 뭔가 아련한 통증 같은 것을 느꼈는데 뒤이어 이 작품을 보면서 얼마나 내 삶이 쓸쓸한 삶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정말 절절하게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 작품이 이후 발표된 그의 작품들의 기원이 되었을까?..


짧은 상영 시간이지만... 자세히 보면.. 몇 가지 특징들이 보인다..


첫 번째로, 이 작품은 특별한 대사도 없고 고양이의 시점에서의 독백 같은 내레이션이 끝까지 이어진다.

다음 작품인 별의 목소리에서도 두 주인공은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cm에서도 이런 방식은 계속된다.


두 번째로, 문학적이며 감성 어린 내레이션... 이 또한 이후의 작품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게 되는데

고양이 쵸비가 이야기하는 내용들을 한번 살펴보자...


"그래서 그녀의 머리카락도 내 몸도 눅눅해졌다. 주위는 너무 좋은 비냄새가 가득했다. 지축은 소리도 없이 천천히 회전하고 그녀와 나의 체온은 세상 속에서 조용히 계속 열을 빼앗기고 있었다...."


".. 하지만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을 무척 좋아한다. 깔끔하게 묶은 긴 머리, 가벼운 화장과 향수 냄새 그녀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서..."


"길고 긴 전화 통화 후 그녀가 울었다.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곁에서 오랜 시간 울었다. 나쁜 건 그녀 쪽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만이 언제나 보고 있는 그녀는 언제나 누구보다 상냥하고 누구보다도 예쁘고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다."


"끝없는 어둠 속을 우리를 태운 이 세상은 계속해서 돌고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그녀는 말이 없다. 따악 후반부에서 누군가 도와줘라는 단 한 줄의 대사만 할 뿐..

그녀의 자잘한 일상이 이어지는데, 거기에 고양이 쵸비의 내레이션이 계속되고, 사실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화면 속의 그녀의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은 그녀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그녀의 외로운 일상에 관한 묘사이다.


전형적인 일본의 1인용 아파트... 거기에서의 쓸쓸한 장면들 역시 이후 작품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 후지사와 히로키가 동경에서 살아가는 장면에서도.... 초속 5cm에서 토오노 타카키가 살아가는 도쿄에서의 삶에서도 볼 수 있다.(이에 관련된 것은 외로움 혹은 상실이라는 주제로 따로 이야기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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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들이 묶여 있는 이 장면... 다음 작품들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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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외에.. 이렇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일상의 도구들은, 혼자서 살고 있는 그녀의 외로움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네 번째로 고양이 쵸비, 여기에서 단순하게 희화화된 모습이나 초속 5cm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는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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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쵸비의 모습)


다섯 번째로 바로 이 작품을 통해서 음악감독 텐몬과 인연이 이어져 이후 그의 작품 모두, 텐몬의 아름답고 애잔한 음악이 배경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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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빠뜨린 게 있다면 추후에 덧붙이기로 하고 이만 줄이련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인 장편 애니로 가는 과정이었던 별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후 초속 5센티미터까지 이어지는데 일종의 나만의 해설서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위키에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일본어 표기 彼女と彼女の猫- 카노죠토카노죠노네코-[*], Their standing points)

신카이 마코토가 1999년에 제작하여 2000년에 공개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12회 CG애니메이션 콘테스트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게임 제작사인 일본 팔콤에 근무하면서 만든 작품이며, 거의 혼자서 제작한 5분 미만의 흑백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생활 속의 막연한 외로움·희미한 아픔·자그마한 따스함 등, 말로는 전하기 어려운 감정을 영상과 소리로 표현한 작품이다. 마음에 와닿는 플롯 구성, 흑백 모노톤이면서도 치밀하게 그려진 작화나 컷 비율의 좋은 연출 등은 기존의 자주 제작 애니메이션의 질을 훨씬 뛰어넘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음악은 텐몬이 담당하였는데 이것이 신카이의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러한 화면 묘사나 연출 기법, 텐몬의 음악과의 조화 등은 후에 신카이 작품의 기초가 되었다. 편집의 차이로 풀 버전·3분 버전·다이제스트판 3개의 버전이 존재한다. 후에 제작·판매된 별의 목소리의 DVD판에 영상 특전으로서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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