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추하의 우연 (遇然)

안타까운 사랑의 시

by 늘 담담하게

지금 세대는 잘 알지 못하는 진추하가 부른 우연偶然이라는 노래가 있다. 1976년에 국내에서 개봉되어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사랑의 스잔나 OST에 있는 노래이다.


이 우연의 가사는 1926년 중국의 시인 서지마徐志摩가 쓴 시이다.


我是天空里的一片云
wǒ shì tiān kōng lǐ de yī piàn yún
나는 하늘을 떠도는 한 조각의 구름
偶而投影在你的波心
ǒu ér tóu yǐng zài nǐ de bō xīn
그저 가끔 당신의 마음에 나 자신을 비춰봅니다
你不必讶异也无须欢欣
nǐ bù bì yà yì yě wú xū huān xīn
당신이 이상하게 여기거나 기뻐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在转瞬间消灭了踪影
zài zhuǎn shùn jiān xiāo miè le zōng yǐng
그 흔적은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질 거니까요
你我相逢在黑夜的海上
nǐ wǒ xiāng féng zài hēi yè de hǎi shàng
당신과 나 칠흑 같은 어둠의 시기에 만났지만
你有你的我有我的方向
nǐ yǒu nǐ de wǒ yǒu wǒ de fāng xiàng
당신은 당신만의 나는 나만의 길이 있습니다
你记得也好最好你忘掉
nǐ jì dé yě hǎo zuì hǎo nǐ wàng diào
이미 알고 있다 해도 잊어버리기를 바랍니다
在这交会时互放的光亮
zài zhè jiāo huì shí hù fàng de guāng liàng
우리 만남에 있었던 서로의 그 빛나던 느낌들 말입니다.

이 시는 그가 사랑했던 8살 아래의 임휘인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을 때, 쓴 것이다.

Xu_Zhimo.jpg 서지마의 사진(1897年1月15日-1931年11月19日. )


안타깝게도 그는 1931년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서지마가 임휘인을 만난 것은 1920년이었다. 서지마는 미국에서 경제학을 배우고 런던의 캠브리지로 문학을 공부하기 유학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서지마의 나이 스물넷.. 임휘인의 나이는 열여섯... 서지마는 아름다운 임휘인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그 사랑은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서지마에게는 그때 부인과 두 살짜리 아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서지마는 부인과 이혼을 해버리지만, 그가 임휘인을 뒤쫓아 1922년 중국으로 왔을 때 임휘인에게는 이미 양사성이라는 정혼자가 있었다. 양사성의 부친 량치차오는 변법자강운동에 참여했던 유명인물이었고 서지마도 량치차오의 제자였다. 스승의 아들과 정혼을 한 여인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의 그 쓰라린 감정을 시로 쓴 것이 바로 우연이었다.


서지마는 그 후 육소만이라는 여자와 재혼을 했지만 그 결혼 생활도 행복하지 못했고.. 죽는 날까지 임휘인을 그리워했다. 비록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임휘인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는 편지로 왕래가 있었고, 임휘인이 몸이 좋지 않아 북경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는 자주 임휘인을 찾아갔었다.


그러던 1931년 서지마는 임휘인의 건축학 강좌에 참여하기 위해 남경에서 북경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그 비행기가 제남부근에서 추락해 버렸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오던 길에서 그는 영원히 떠나 버린 것이다. 서지마의 죽음에 큰 슬픔에 빠진 임휘인은 1931년과 1934년에 서지마를 추모하는 글을 써서 그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래 사진 속에 여성이 임휘인이다.

0921_455012.jpg
4982826665657617095.jpg
Lin_huiyin.jpg
Lin_Huiyin_9.jpg 미국 예일대 졸업 사진
Liang_Sicheng,_Lin_Huiyin,_Zhou_Peiyuan_and_others.jpg

임휘인은 1955년 오랫동안 앓아왔던 결핵이 악화되어 북경에서 죽었다.


이 노래에 대한 사연은 오래전 친구 한 명이 중문과 여학생을 지독히도 짝사랑했었다. 그녀도 그 친구에게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엇갈리는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 그가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때에는 그녀 곁에는 사귀는 선배가 있었고 그 선배와 깨어질 무렵에는 친구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괴로워하다가 입대를 했고, 제대를 한 뒤 돌아왔을 때는 그녀는 이미 졸업을 한 뒤였다.


우리보다 정신적으로 더 성숙했던 그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그의 마음을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어느 날 엽서에 이 시를 적어주었다. 당시에는 이 시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세월이 흘러서 다시 그 시를 읽어보니 그녀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은 당신만의 길, 나는 나만의 길이 있다니... 이미 알고 있다 해도 잊어버리기를 바랍니다. 우리 만남에 있었던 서로의 그 빛나던 느낌들 말입니다.


얼마나 절절한 마음이었는지, 당신에게 잠시 흔들렸지만 엇갈린 운명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kXa7myjYgI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