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홋카이도의 대 자연을 보다
이소분나이역의 다음 역은 마슈역摩周駅이다. 데시카가정弟子屈町의 중앙에 위치한 역으로 1929년에 개업했다. 원래 이름은 데시카가 역이었지만 1990년에 관광진흥의 목적으로 이름을 마슈역으로 바꿨다. 이 지역은 대부분 넓은 목초지역으로 그 때문에 마슈역 부근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 음식점들이 있다. 데시카가는 구시로 종합 진흥국 가미카와 군의 마을로서 지리적으로는 굿사로호 칼데라와 마주 보는 마슈호 칼데라의 기슭에 해당되며 북쪽으로는 네무로 고원이, 남쪽으로는 시베챠정이 위치해 있어 구시로 습원으로 이어진다. 이 지역은 동부 홋카이도 지역을 여행할 때 중요 스폿이다. 지역 내에 이오잔, 카와유 온천, 마슈온천, 굿사로호, 마슈호 등의 주요 관광지가 모여 있다.
*데시카가의 지명
데시카가라는 지명에 대해서 아이누어의 "테 ㇱ카카(tes-ka-k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명칭의 해석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이누어 연구자인 야마다 슈조는 많은 홋카이도내의 지명에 있어서의 "테 ㇱ(tes)"(어살처럼 엮어진 것[어살 =나무나 대나무 따위로 물이 한 곳으로 흐르게 막고, 거기에 통발을 놓아서 물고기를 잡는 장치)라는 의미로서 암반이 강을 어살처럼 가로지르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지적한 후, 현지에서 구시로 강을 가로지르는 암반을 가리킨 것이 아닐까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뒤에 "카(ka)"(~위)가 2개 연속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암반이 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곳의 기슭'이라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마슈역 주변에는 테시카가정 사무소, 테시카가 경찰서, 테시카가 우편국, 마슈온천, 유노 시마 공원, 테시카가 소학교 등이 있다. 현재의 역사는 1990년에 개축한 것이다. 사실 이소분나이역과 마슈역 사이에는 미나미데시카가 역이 있었다. 이 역은 2025년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역이다. 2020년 3월 14일에 폐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JR홋카이도의 많은 무인역들이 이런 형태를 지니고 있다.
미나미데시카가 역은 1929년에 개업한 역으로 역명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곳이 위치한 곳이 쿠마우시熊牛인데, 쿠마우시는 아이누어 クマ、ウシ 쿠마 우시에서 음차 한 것이다.
여기서 아이누어 지명에 대해 알아보고 가자.
메이지 유신 이후 홋카이도 개척시대에 본토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측량과 지도 작성이었다. 그 작업 후 각 지역의 지명을 일본어로 표기하려 할 때, 지명 대부분이 아이누어로 되어 있기에 이것을 한문으로 옮겨야 했다. 그래서 아이누어 발음과 가장 비슷한 한자의 음을 따오거나, 뜻을 가져와서 지명을 정했다. 이 지역도 원래 지명인 아이누어 쿠마우시와 가장 비슷한 발음인 쿠마 우시 熊牛로 표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어로 표기된 쿠마우시는 곰과 소를 가리키는 것이고 원래 아이누어 쿠마우시는 생선을 말린 선반이 위치한 곳이라는 뜻이다. 아이누어를 비슷한 일본어 발음으로 음차를 하다 보니 원래의 지명이 갖고 있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지명이 되어 버렸다.
자, 그러면 이 역도 쿠마우시역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이미 도카치철도에 쿠마우시역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데시카가의 남쪽에 있다는 뜻으로 미나미데시카가 역이라고 정했다. 이제는 사진상의 역사도 향토 자료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옮겨졌다. 이 역의 폐지는 결국 센모 본선의 어두운 미래와 연결되고 있다.
마슈역의 다음 역은 비루와 역(美留和駅)이다. 이 역은 1930년에 개업했다. 역사에 그려진 그림들은 이 역 부근에 있는 비루와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것이다. 역명은 근처에 있는 비루와 산을 아이누인들은 ペルケ・ヌプリ베루케누푸리 (찢어진 산), ペルケ・イワ 베루케이와 (찢어진 바위산)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름이 차츰 ペルケ・イワ・ナイ베루케이와나이 - ペレイワナイ베레이와나이→ ペルア베루아로 호칭이 변화하면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역 주변에는 비루와 우편국, 비루와 소학교 등이 있다.
비루와 역 다음은 카와유온천역川湯温泉駅이다.
이 역은 1930년에 개업한 역으로 원래 이름은 카와유역이었다. 현재의 역사는 1936년에 개축한 것이다. 역명은 아이누어 セセキ・ペッ세세키펫에서 유래되었다. 그 뜻은 뜨거운 강( 熱い川 )으로 의역한 것이다. 현재의 역명, 카와유온천역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1988년이다. 온천역답게 역사 내에 족탕이 있다.
홋카이도의 몇몇 무인역들은 여행자들을 위해 식당이나 카페 같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서 있기도 하는데 이 역 안에도 오챠드그리스 オーチャードグラス라는 음식과 차,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민영화 이전 국철시대부터 이용되어 온 엔틱 한 분위기의 카와유 온천역은 귀빈실로 사용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이 바로 오챠드그리스라는 가게가 된 것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이틀 동안 푹 고아 만드는 비프스튜. 고기가 아주 부드러워서 가장 인기이다. 데미글라스 소스를 듬뿍 사용한 하야시라이스 햄버거 라이스도 추천할만하다. 열차 여행을 하다 이렇게 작은 역에 내려 역사 내에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커피 한 잔 혹은 아이스크림이나 음식을 먹는 것은 일본 철도 여행의 독특한 매력이다.
카와유 온천은 여러 번에 걸친 나의 동부 홋카이도 여행에서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곳이다. 숙박지가 그리 많지 않은 동부 홋카이도 여행에서 카와유온천은 시레토코에서 구시로로 이어지는 센 모본선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고, 서남쪽으로 구시로 습원, 동북쪽으로는 시레토코 반도로 갈 수 있고 주변에도 이오잔, 마슈호, 굿사로호등이 있어 여행하고 쉬기에는 딱 알맞은 곳이다. 카와유 온천가의 중심부에 가보면 실제로 고온의 온천수가 흐르고 있다.
온천의 중심을 흐르는 강이다.
그래서인지 카와유 온천은 항상 온천수가 뿜어 내는 수증기로 싸여 있어, 마치 안개 마을처럼 보인다. 이 강을 중심으로 주변에 약 20여 개의 온천 호텔, 여관, 선물가게등이 모여 있다.
카와유 온천은 100% 원천을 선언하고, 염소 사용 및 순환 여과의 장치 등을 사용하지 않고 물을 더하는 가수도 하지 않은 솟아 나온 그대로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온천의 성분은 매우 강력한 산성으로 온천수에 못을 담가두고 10여 일이 지나면 다 녹아버린다. 이런 강한 산성은 살균력이 강한 것 이외에 면역력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 카와유 온천의 기원을 살펴보면 원래부터 이곳에 온천이 흐른다는 것을 알려져 있었지만 탕치湯治 의 기능을 언제부터 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기록이 없다.
숙박시설로는 1886년에 온천 숙소가 설립되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인근의 이오잔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도박장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에 곧 폐쇄되었다. 그 후 1904년에 러시아풍 건축의 온천 숙소가 설립되어 이것을 현재의 카와유 온천의 기원으로 하고 있다. 다이쇼 시대까지는 1채의 온천숙소가 영업을 했지만 쇼와 시대에 들어서 자동차 도로의 개통에 이어 1930년에 센모본선의 개통, 1934년의 아칸 국립공원이 지정되어 이때부터 온천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급증했다. 제2차 세계대전중에는 관광 수요가 위축되었고 종전 직후에 일어난 1948년의 대화재에 의해 카와유온천은 잊혀 버렸다.
그러나 1953년에 공개된 영화 그대 이름에서 굿사로호 주변이 주요 촬영지가 되면서 현지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다시 급증하고 그때부터 급속하게 발전했다. 1970년대까지는 겨울철 도로 폐쇄가 많았지만 제설체제가 세워지고 도로 정비가 진행되어 일 년 내내 온천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다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8년 홋카이도 지진과 코로나 등으로 방문객 수가 줄어들면서 점차 쇠퇴해 가고 있다.
자, 이 역에 내리면 가볼 곳들이 꽤 많다. 먼저 카와유 비지터 센터. 아칸 마슈 국립공원 내 마슈 지역의 자연과 동식물,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곳이다. 예전에는 이곳을 카와유 에코 뮤지엄 센터라고 불렀다. 카와유 온천을 둘러싸듯 자생하는 사할린 가문비나무 숲과 동물·야생 조류등의 전시 공간이 있고, 아칸 마슈 국립공원의 매력을 소개하는 영상 코너가 있다. 2층에는 데시카가 마을에서 로스팅된 오리지널 블렌드 커피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코너도 있다.
이 온천가에는 온천 이외에 다이호 스모 기념관이 있다.
일본인들이 야구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스모의 48대 요코즈나를 지냈던 다이호 고키(大鵬 幸喜 1940-2013)가 이곳 카와유온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던 것을 인연으로 하여 이곳에 기념관이 개관한 것이다.
다이호 고키의 사진, 본명은 나야 고키
그는 원래 사할린의 시스카마을(현재의 러시아 사할린주 포로나이스크)에서 우크라이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혁명 이후에 사할린으로 망명한 우크라이나 카자크 기병대 장교 출신인 마르키얀 보리슈코이다. 그가 다섯 살이 되던 1945년 소련이 사할린섬을 침공해 오자 그는 어머니와 함께 홋카이도로 이주했다.
당시 그의 가족들이 탔던 배가 왓카나이를 거쳐 오타루로 갈 예정이었는데 그의 가족은 왓카나이에서 내렸다.
그 이유에 대해서 어머니의 건강이 안 좋았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가 어머니에게 내리고 싶다고 말해서 하선한 것이었다. 이 배는 왓카나이를 떠나 오타루로 가던 도중에 소련 측 잠수함의 공격으로 침몰하고 만다.
어머니가 재혼하여, 홋카이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다가 카와유온천이 있는 데시카가 고등학교에 다녔다가 중퇴했다. 1956년부터 스모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1960년 오제키로 승격되었다. 1961년부터 1971년 은퇴할 때까지 제48대 요코즈나로 남았다. 스모 대회에서 통산 32회 우승의 기록을 수립하면서 "쇼와(昭和)의 다이요코즈나"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 밖에 마쿠우치 32회 우승, 주료 1회 우승, 산단메 1회 우승의 기록을 수립했다. 1960년대 일본에서는 다이호 고키가 요미우리 자이언츠, 계란말이와 함께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1970년에는 일본 프로 스포츠 대상을 수상했다.
2013년 1월 19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병원에서 심실빈맥으로 향년 7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2월 25일에 그에게 국민영예상을 추서 했다.
카와유 온천은 여름에도 갔지만 겨울에 가기도 했는데 예전에는 겨울 축제로 다이아몬드 더스트인 카와유가 열렸다.
다이아몬드 더스트는 영하 10도 이하 등 차가운 날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어는 현상으로 겨울에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많은 카와유 온천에서 겨울밤에 볼 수 있다.
온천가의 중앙부를 흐르는 강 주변에서 펼쳐지는 다이아몬드 더스트를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사람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저렇게 조명을 비추고 있다.
온천 주변으로 눈으로 만든 캔들이 늘어서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열리지 않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_EeFVDendY
카와유 온천의 다이아몬드 더스트를 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여름에는 몇 번 카와유온천을 갔었지만 겨울 기간에는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서 가보지 못했는데 겨울 홋카이도의 많은 축제들 중에서 이 다이아몬드 더스트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차가운 겨울밤에 불빛에 반짝이는 마치 하얀 가루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풍경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음은 카와유온천의 주변에 있는 마슈호, 굿사로호, 이오잔이다. 카와유온천에서 가장 가까운 여행지가 이오잔硫黄山이다.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유황 냄새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마슈호 전망대에서 보이는 이오잔의 풍경이다.
이오잔의 정식 이름은 아토사누푸리 アトサヌプリ, 높이 512m의 신생대 4기에 해당하는 화산이다. 좁은 의미의 이오잔은 아토사누푸리 기슭에 있던 유황광산을 말한다. 아토사누푸리의 어원은 아이누어로, 아투사 "( atusa 알몸이다)과"누뿌리 "( nupuri 산)에서 유래되었다. 즉 "알몸의 산"이란 뜻이다.
이오잔은 약 7000년 전의 굿샤로 칼데라 내의 분화로 형성된 활화산이다. 마지막 분화는 수백 년 전에 일어났다. 유황을 풍부하게 포함한 이오잔은 부국강병을 표방했던 메이지 시대(1868-1912)에 연료와 화약원료로써 활발히 채굴이 이루어졌다. 그 운반을 위해서 부설된 철도가 현재의 JR 센모본선이다. 아이누어로 아토사누프리=알몸의 산이라 불리는 이오잔은 이름 그대로 노출된 바위 표면만이 있는 광경이 펼쳐지며 1,500군데 이상의 분기 구멍에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가스가 분출하고 있다. 이 유황 광산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남전쟁등에서 발생한 국사범 수용 시설을 건설하여, 이 수용자들로 하여금 채굴을 하도록 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유황을 나르기 위한 철도 건설등의 인프라 정비는 구시로 지역 개발의 기초가 되었다.
전에 있던 방문자 센터가 리뉴얼 한 뒤 모크 모크 베이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일본의 유황온천 혹은 유황 가스가 분출되는 곳에서 어김없이 판매되는 계란
이오잔이 중요한 것은 이곳이 카와유 온천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가까이에 있는 카와유 온천은 구사쓰 온천과 매우 닮은 강산성의 유황천으로 원천 100%의 북쪽의 유명 온천으로서 전국에 알려졌다. 그 뜨거운 물은 마슈호 호수의 복류수(伏流水)가 이오잔의 지하를 지날 때에 가열되어 용출한다.
유황가스가 솟아나서 이 지역에는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 같지만 7월에는 100헥타르에 이르는 일본 최고의 이소쓰쓰지의 군락지로 유명하다. 이소쓰쓰지가 강한 산성에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오잔은 대개 시레토코반도 여행 이후 카와유로 돌아오는 일정에서 들르거나 혹은 카와유온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의 첫 일정으로 가게 된다. 볼거리가 워낙 많은 홋카이도에서 이오잔은 그렇게 새로운 관광지는 아니지만 카와유 온천지역을 여행할 거라면 들러볼 만하다. 특히 이소쓰쓰지가 가득 피어나는 7월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