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츠크해안선을 달리다.
시레토코샤리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다음으로 정차하는 철도역은 야무베쓰역(止別駅)이다. 이제 센모 본선은 오호츠크해의 해안선을 따라 아바시리를 향해 달려간다.
대부분의 센모본선 역들이 그렇듯이 이 역 또한 현재는 무인역이다. 이 역은 1925년 11월 10일에 개업했다.
이 역이 개업한 날, 역 앞에 만국기가 내걸리고, 근처 초등학생들이 나와서 열차를 맞이했다고 한다. 당시는 국유 철도의 역으로 개업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기타미 철도의 흔적이 있던 곳이다.
*기타미 철도北見鉄道- 1930년에 개업했던 철도 회사로서 고시미즈정까지 8.89km의 짧은 노선을 운행했던 회사. 1939년에 폐지되었다.
이 역의 이름은 아이누어 야무펫(차가운 강)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역의 목조역사 안에는 나름 유명한 에키바샤 えきばしゃ (역마차)라는 라멘 가게가 있다. 스즈이 타카유키(鈴井貴之) 감독의 영화 『은의 엔젤(銀のエンゼル, 2004)』의 촬영지로 쓰였다.
동부 홋카이도를 여러 번 돌아본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센모본선은 3개의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아바시리에서 시레토코샤리 구간으로 이 구간은 오호츠크해를 차창 밖으로 볼 수 있고, 원생화원역이나 기타하마역 같은 곳에서 내려서 주변의 자연 풍경과 바다를 돌아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시레토코 샤리에서 카와유 온천역 구간으로 이 구간은 시레토코 반도 여행이 포함된다. 세 번째는 비루와 역에서 구시로역까지, 이 구간은 구시로 습원이 포함되어 있는 구간이다.
야무베쓰역 다음은 하마고시미즈역浜小清水駅이다. 1925년에 개업한 역으로 이 역 개업 당시, 역 앞에 커다란 조형물이 설치되었고 촌장이 대표하여 열차를 맞이했다고 한다.
하마고시미즈역이라는 이름은 1952년부터 불러온 것이고 최초의 이름은 후루토이역古樋駅이었다.
역 명은 이 역이 고시미즈정의 해안에 위치한데 따른 것이다. 고시미즈小清水 지명은 아이누어 폰 야무 벳츠 (pon- yampet 차가운 강의 지류)를 의역한 것이다. 이 역은 특별히 살펴봐야 할 역은 아니지만 이 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후레토이 전망대부터 원생화원이 시작되고 이 전망대에 올라서면 오호츠크 해를 비롯해 원생 화원, 도후쓰 호수, 그리고 시레토코 연봉까지 바라볼 수 있다.
이 역에도 지금은 사라진 사철이 존재하는데 바로 고시미즈 궤도철도이다. 1941년에 개업해서 1952년에 폐지된 노선으로 노선의 역은 3개, 전체 길이는 18km이다. 고시미즈궤도 철도는 홋카이도 제당이 설립한 노선으로 센모본선의 노선이 고시미즈정 시가지와 떨어져 있어, 하마고시미즈역에서 시가지를 연결한 것이다.
센모본선의 노선 중에서 오호츠크 해안을 달리는 구간은 하마코시미즈역에서 기타하마역까지이다. 이 역을 지나 샤리방면으로는 다시 바다가 보이지 않게 된다. 이 노선의 풍경은 변함이 없는데 옛 사진들을 한번 살펴보자.
1969년, 구시로행 열차, 증기기관차가 객차를 이끌고 달려가고 있다. 사진 너머에 있는 호수가 도후쓰 호수이다.
이 사진의 역이 바로 1971년의 하마고시미즈역이다. 완만하게 곡선이 내륙으로 이어지는데 시레토코 샤리 방면이다. 오늘날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마고시미즈역 다음은 겐세이카엔 역(원생화원역 原生花園駅)이다. 이 역은 매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만 정차하는 임시역으로 역 부근에 있는 고시미즈 원생화원小清水原生花園의 개장 시기에 맞춘 것이다.
이 역은 1964년 6월 1일에 개업했는데 당시에도 임시 승강장이었다. 그 후 1978년에 폐지되었다가 1987년에 다시 임시 승강장으로 재개업을 했다. 원생화원역은 봄을 제외한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에 다 가봤지만 가장 좋은 시기는 역시 꽃이 가득 피고 기차들이 정차하는 여름 시즌이다.
원생화원은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걸으며 주변의 풍경을 살펴볼 수 있다. 약 8km의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는 원생화원을 다 돌아볼 수는 없지만 오호츠크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원생화원역 주변만 돌아보아도 괜찮다.
고시미즈 원생화원은 아바시리 국정공원의 일부로 오호츠크해와 도후쓰 호수 사이에 형성된 모래 사구 지대에 약 40종류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6월에서 7월로 백합, 해당화, 붓꽃등이 피어난다.
나는 오호츠크해가 아름답다는 것을 이 원생화원에서 깨달았다. 여름날, 드넓은 수평선의 오호츠크해와 온갖 꽃들이 피어난 원생화원을 걸으면서 내 안에 있던 여러 가지 고민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 원생화원의 반대편이 도후쓰호이다.
도후쓰호濤沸湖는 기수호(해수와 담수가 섞여 있는 호수)로 면적은 약 900ha이다. 호수 이름은 아이누어 토 푸트 (호수의 입구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람사르 협약에 가입되어 있는 호수이다. 개인적으로 이 원생화원역과 하마고시미즈역 사이의 풍경을 좋아한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과 오호츠크 해의 풍경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고시미즈 지역을 자동차로 여행할 때 보았던 풍경들도 정말 좋아한다. 여름이면 그야말로 푸른 바다, 푸른 숲이 펼쳐진 한가로운 풍경들...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
이제 센모본선의 여행은 아바시리를 향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다. 느릿한 보통열차에서 바라보는 한가로운 전원풍경을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