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되면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살아왔는가."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답하게 된다. "자식들을 위해서요. 부모님을 위해서요. 배우자를 위해서요. 직장을 위해서요." 자신의 이름은 맨 마지막에 등장하거나, 아예 빠진다. 그동안의 삶은 나 아닌 그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이 당연한 듯 흘러갔다. 자식의 입학과 졸업, 취업과 결혼에 이르기까지 손발이 닳도록 뛰었고, 부모님의 병원 진료와 생활비를 책임지며 자식 노릇도 충실히 해냈다. 회사에서는 위로부터의 압박과 아래로부터의 도전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 그렇게 삶은 언제나 나 외의 그 누군가가 내 중심으로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이제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할까." 여전히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제는 그 가족을 위해서라도, '나'라는 존재를 먼저 챙겨야 할 시점이다. 내 마음이 지치고, 내 건강이 무너지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해서 돌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나 자신을 먼저 보살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헌신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헌신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자. '나를 돌보는 일'은 결코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이타적인 배려다.
많은 이들이 '나부터 챙긴다'는 말에 어색함을 느낀다. 그렇게 50년을 살아왔으니 당연하다. 마치 세상에서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로 보일까 봐 조심스럽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비상 상황에서 아이를 안고 탈출하려면, 부모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래야 아이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를 먼저 챙기는 일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내뱉는 말은 쉽게 날카로워지고, 몸이 지친 사람의 손길은 따뜻할 수 없다. 결국 이타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정신적으로 안정된 사람, 감정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타인의 말에 더욱 세심하게 귀 기울일 수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여력을 가진다. 반대로,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는 사람은 쉽게 피로하고, 자주 분노하며,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는다. 이는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먼저 나를 챙기는 일은 단순히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기초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길 때, 그 소중함이 관계 속에서 퍼져나간다. 결국 진짜 이타심은 건강한 자기 돌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50대는 인생의 반환점이다.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남은 시간은 꽤 길다. 그러나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 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역할을 해내느라 바빴다면, 이제는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취미 하나 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면, 작은 관심사라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그림을 그리거나,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 된다.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시간이 쌓이면 그것이 인생의 의미로 자리 잡는다.
스스로를 챙긴다는 것은 단순한 '자기 위안'을 의미하지 않는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타인의 기대에 맞춘 것이었다면, 이제는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 가족의 삶을 응원하듯이, 이제는 내 삶도 응원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했지?',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뭐였지?' 이런 질문을 던지며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생 2막의 시작은 내가 나를 챙기는 순간부터 열린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위한 희생을 미덕으로 여긴다. "나는 안 먹어도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너희부터 챙겨라" 이런 말들은 부모 세대의 사랑 표현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 사랑이 과하면, 결국 본인이 무너진다. 건강을 잃고, 감정이 고갈된 부모는 자식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없다. 오히려 자식은 부모의 병든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건강하게 나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경제적인 여유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픈 몸을 달고 병원비에 허덕이는 것보다, 미리 질병에 대비한 여유자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 삶이 먼저 안정되어야 자녀도 마음 놓고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배우자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가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꾸려갈 때, 진정한 동반자가 된다. 나를 돌보는 시간, 나에게 쓰는 비용, 나를 위한 배움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다. 나의 밝은 얼굴, 건강한 체력, 온전한 정신은 가족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그러니 자신에게 아끼지 말자. 그것은 곧 가장 따뜻한 사랑의 표현이다.
당신은 늘 자신을 가장 뒤로 미뤄왔다. "애들 대학 가고 나면",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조금만 더 참으면" 그렇게 미뤄진 시간은 수십 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당신의 삶은 사라졌다. 하고 싶던 여행은 여전히 계획 중이고, 배우고 싶던 악기는 먼지 속에 묻혔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아쉬움과 허전함이 자리 잡고 있다. 더 이상 당신을 후순위에 둘 수는 없다.
이제는 당신을 당신 삶의 중심에 세워야 할 때다. 하루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나의 감정을 점검하고,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중요해 보여도,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나를 후순위에 두는 삶은 결국 누구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진짜 이타적인 삶은 내가 먼저 충만할 때 가능하다. 그러니 이제는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나의 욕구를 인정하고, 나를 존중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자. 내가 나를 사랑하는 그 순간부터, 내 주변도 변하기 시작한다. 나를 먼저 챙기는 이기적 마음이야 말로 가장 이타적 마음이란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