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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소모하는 사람들과 거리두기

관계정리

by 오분레터

거리 두기는 나를 지키는 일이다


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어떤 관계는 나를 성장시키지만, 어떤 관계는 알게 모르게 나의 전부를 소모시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이 빠지고, 마음이 무거워진다면, 그 관계는 의심해봐야 한다. 왜 그 사람과 함께할 때마다 나는 점점 초라해지는지. 왜 그 사람을 만난 후에는 내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는지.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는 양보다 질이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더 이상 모든 관계를 다 끌어안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제는 '나를 지키기 위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나를 소모하는 사람들과는 조용히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며, 삶을 지키는 일이다.




에너지를 앗아가는 관계의 징후를 포착해라


마음을 소모하는 관계는 처음부터 티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겉으로는 친절하고, 이해심 많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묘한 피로감이 쌓인다. 대화가 끝나면 왠지 모르게 무거운 기운이 남는다. 상대방은 늘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당신의 이야기는 흘려듣는다. 때로는 교묘하게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너밖에 없다", "너만 믿는다"는 말로 당신을 구속한다.


이런 관계는 마치 작은 블랙홀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블랙홀은 점점 커지고, 결국에는 당신의 삶 전체를 휘감는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말했다. "진정한 우정은 서로의 영혼을 고양시킨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갉아먹는 것은 우정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영혼을 갉아먹는 관계를 끊어내야 할 때다.




아직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


많은 이들이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싫은 소리를 삼킨다. 그러나 그러한 착함은 결국 자기 자신을 배신하는 일이다. 한두 번은 괜찮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면, 착함은 당신을 약자로 만든다.


50대에 들어섰다면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내 삶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더 이상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 시간을, 내 마음을 소모하지 않아야 한다.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경계선은 친절함의 핵심이다. 나를 지키지 않으면, 진정으로 친절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과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원초적인 문제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상대를 미워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일이다. 상대방을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감정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그 사람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라고 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억지로 맞추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마음을 소모하는 관계는 언젠가 대가를 요구한다


인간관계는 보이지 않는 거래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의리라는 이름으로, 혹은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타인에게 내어준다. 그러나 그 대가를 영영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마음을 소모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한다. 한 번 양보하면 두 번을 기대하고, 한 번 참으면 열 번을 요구한다. 그게 사람 심리다. 조용히 다가와 기대고, 어느새 짐을 모두 내게 넘긴다. 그들은 스스로를 피해자라 믿으며, 당신의 선의를 당연시한다.


법칙은 간단하다. 한쪽이 주기만 하는 관계는 반드시 무너진다. 아무리 튼튼해 보이는 관계라도 불균형한 감정 소모의 관계는 언젠가 지탱할 힘을 잃는다. 그리고 붕괴의 순간에는, 무너진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네가 더 노력했어야지”라는 말로 남는다.


이제는 남을 먼저 걱정하기보다, 나를 먼저 돌봐야 할 시간이다. 당신의 마음은 무한하지 않다. 상처 입은 마음은 언젠가 외면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스스로를 가장 먼저 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자. 앞에서도 말했지만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이다.




친절을 남용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진짜 친절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마음을 소모시키는 사람들은 친절을 권리처럼 여긴다. "나는 힘드니 너는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는 태도. "네가 착하니까,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요구.

이들은 당신의 친절을 계산하지 않는다. 감사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결국 주는 사람만 지쳐간다.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 내 친절이 습관처럼 소모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경계해야 할 신호다.


감사 없는 관계는 독이다. 아무리 오래된 인연이라 해도, 감사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건강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관계, 설명 없이 기대기만 하는 관계는 내 인생의 귀한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친절도, 이해도, 인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사랑은 자유롭게 주는 것이지,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관계를 끊어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결단을 요구한다. 관계를 끊을 때 중요한 것은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미움은 나를 다시 그 사람에게 묶어둔다. 미워하는 동안에도 그 사람은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그 사람을 향해 분노하는 시간마저, 결국 내 삶을 소모시키는 시간이다. 그러니 단호해져야 한다. 그러나 증오하지는 말자.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전쟁 중에도 이렇게 말했다. “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친구로 만들 수 없다면, 최소한 적으로 만들지 말자. 조용히, 담담히, 내 마음을 거두어 오자.

거리 두기는 승패를 가르는 싸움이 아니다. 어떤 쪽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 삶을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선택일 뿐이다.




모든 사람을 다 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좋은 딸, 좋은 아들, 좋은 친구, 좋은 동료,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사람을 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내 그릇은 무한하지 않다. 내 시간도, 내 에너지도 유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확장하려 했던 것은 어쩌면 두려움 때문이다.


거절당하는 것이, 미움받는 것이, 외로워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절은 반드시 외로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거절을 통해 진짜 곁에 있어야 할 사람만 남는다. 미움받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나 자신을 잃는 것이다.


자기만의 방이 없는 이는 진정한 자유를 가질 수 없다.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마음속 방이 필요하다. 때로는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 세상과 마주할 힘을 얻는다.

이제는 나를 먼저 챙기는 연습을 하자. 하루에 한 번, 내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을 묻는 연습. 거절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


내가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고, 쉬고 싶을 때 쉬는 것. 남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의 주인이 되는 첫걸음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평생 지속해야 할 로맨스다. 이 늦은 봄날, 우리는 마침내 자신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남이 주지 않는 온기를, 스스로 내게 건네야 한다.


거리 두기는 결국, 나를 사랑하는 다른 이름이다. 나를 지키고, 나를 키우고, 나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길이다. 그 길 끝에는 분명, 더 깊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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