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사는 학창 시절 친구가 설중매 사진을 보내왔다. 첫 봄소식을 혼자 보기 아까워 사진으로 나눠준 것이다. 사진 속 홍매화는 하얀 눈 속에 묻혀 있었다. 진분홍 꽃잎이 눈과 어우러져 더욱 청초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설중매는 혹독한 겨울을 뚫고 피어난다. 차가운 눈 속에서 꽃을 틔우는 매화는 다른 꽃들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꿋꿋이 피어나는 모습은 인내와 희망을 품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피어난 매화는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이 사진을 보며,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변치 않는 친구의 우정이 깊이 전해졌다. 비록 사진 속 꽃들의 향기는 맡을 수 없지만, 그 안에는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름다운 순간을 보고 멀리 타국에 사는 나에게까지 나누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일이다.
매화는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린다. 긴 겨울을 견디며 기다린 끝에 더욱 강인하게 피어나는 꽃. 그 인내와 끈기는 그대로 하나의 아름다움이 된다. 매화를 바라보며 기다림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모든 아름다움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그 시간을 지나야 만 비로소 온전히 피어날 수 있음을.
오늘, 시카고에서도 쌓였던 눈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문턱에 다가선 듯하다. 머지않아 따스한 햇살이 퍼지고, 나무에는 연둣빛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하얀 눈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다채로운 봄꽃들이 차례로 피어나겠지. 친구가 보내온 설중매처럼, 그 봄은 어느새 내 마음속에도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