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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보다.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울음.jpg <출처-pexels>


글쓰기 수업을 듣고 나서 자신의 글을 처음으로 발표하는 날이였다. 발표를 처음으로 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한다는 불편함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읽다가 눈물이 나왔다. 한 번 눈물이 나오자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다른 분께서 내 글을 대신 읽어주셨다. 사실 글의 내용에 아주 슬픈 내용은 없었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라면 겪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경력 단절에서 오는 좌절에 대한 이야기가 다였다. 처음에 든 생각은 창피하다였다. 이런 글 하나 감정 없이 읽지 못해서 겨우 3번 만난 사람들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을까 후회가 되었다.




어렸을때부터 나는 눈물이 많았다. 우리 아빠는 이성적인 스타일이셨다. 한 번은 할머니댁에 갔다가 혼이 나서 친척들이 다 있는 곳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할머니가 왜 애를 혼내냐며 아빠에게 핀잔을 하셨던 것 같다. 아빠는 할머니댁 마당으로 나를 나오라고 하셔서 밖에 가서 혼내셨다. 그리고 다 울고 그치기 전까지는 할머니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윽박지르셨다. 그때 내가 왜 혼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의 마음은 공감받고 인정받지 못했다. 어린 시절 혼날 때 항상 울던 나에게 아빠는 감정적으로 울면서 대답하지 말고 눈물을 그치고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하라고 더 혼내셨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눈물은 논리적이지 않고 감정적이고 나쁜 것으로 인식되었다. 남들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 하다보면 눈물이 날때가 많았고 그래서 나는 깊은 속 마음 이야기를 잘 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 나는 남들이 볼 때 황당한 지점에서도 잘 울었다. 고등학교 시절 독서실에서 혼자 역사 교과서의 일제 강점기 부분을 읽으면서도 감정 이입이 되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슬픈 내용은 전혀 없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화려한 무대, 신나는 노래, 주인공들의 몸짓, 극장의 분위기 이 모든 것들에 감동받아서 'I have a dream' 노래를 들으면서 폭풍처럼 오열했다. 나는 감동적인 순간에도 아주 쉽게 눈물이 났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감동적인 영화나 영상을 같이 찾아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도 아이들은 감흥이 없고 나 혼자만 감동받고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 딸이 "엄마 울어?"하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날 바라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을 제외한 사람들 앞에서 우는 것은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세상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미성숙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누군가 우는 상황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도 아직까지는 마음 속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비쳐질까봐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나는 감수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풍부한가보다. 특히 눈물샘이 많이 발달했나 보다. 이제는 내 감정을 인정하고 싶다. 이런 나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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