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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헬로 세부 01화

기다림의 연속

by 커피마시는브라운


공부.jpg <출처-pexels>



내일(24년 12월 28일)이면 아이들과 함께 필리핀 세부로 4주 어학연수를 떠나는 날이다. 몇 달 전부터 계획한 어학연수였다. 몇 년 전부터 신랑은 아이들과 함께 어학연수를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덧 큰 아이가 내년이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중학교에 가면 체험학습도 마음대로 쓰기 어렵다는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 나는 더 늦기 전 아이들과 함께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기로 했다. 사실 아이들의 영어 공부도 그렇지만 내가 영어 공부를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선 많은 어학연수 나라 중 필리핀을 선택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였다. 1대 1 수업 4시간, 그룹수업 3시간, 일기 및 스피치 단어 수업 1시간 하루 8시간으로 구성된 꽉찬 수업을 아이들은 들어야 한다. 이런 커리큘럼에도 불구하고 호주, 캐나다, 미국 등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저렴한 금액이다.(물론 진짜 원어민들과 필리핀 원어민들 선생님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처럼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가성비가 더 맞는 것 같아서 우리는 여행 겸 필리핀 세부에 어학원을 등록했다.




'아침 8시에 비행기를 타려면 대체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 거지?'


우리는 29일 아침 8시 인천공항에서 세부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다. 우리집에서 인천공항까지 새벽시간에 검색해보니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공항에 2시간 전에 도착하면 되니 새벽 4시 30분쯤 출발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에게 새벽 4시 30분쯤 출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요즘 인천공항에 사람이 많다면서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도 비행기 타기 힘들었다는 쇼츠를 공유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도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하기로 계획하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3시 30분 집에서 출발하는 일정으로 바꾸었다.


밤 9시 준비물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자려고 누웠다. 평소 자는 시간이 아니니 잠이 오질 않았다. 무사히 필리핀에 도착할 수 있을까 긴장되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에 설레이는 마음도 들었다. 요 근래 문제였던 피부 두드러기가 오늘 따라 더 간지러웠다. 2달째 약을 먹는데도 차도가 없으니 큰일이였다.


'언제쯤 좋아질 수 있을까. 더운 나라에 가면 체질이 한 번 바뀌면서 좋아질까? 아니면 모기가 더 많은 환경때문에 더 간지러울까?'


생각은 빨리 자야한다는 나의 마음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여권,가족관계증명서,항공권이티켓,보험증서,노트북...필요한 것 다 챙겼지? 내일 새벽 잘 일어날 수 있겠지?'


머리를 이러저리 굴려가며 준비서류를 다시 챙겨봤다. 핸드폰 알람도 다시 확인해본다. 그래도 생각들 속에서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화장실에 가려고 잠에서 깨니 밤 11시 30분이였다.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약간 졸렸었는데 다시 누우니 아까 했던 생각들이 반복되었다.


'준비서류 다 챙겼고, 내일 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겠지? 나 못 일어나는 것 아니겠지? 요즘 공항에 사람이 진짜 많다던데 3시간 전에 도착해도 비행기 제 시간에 못타면 어쩌지?'


걱정이 또 꼬리를 물었다. 그때부터 잠을 거의 못 잤다. 내일 힘이 들꺼라고 생각해서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자 잠이 더 안왔다. 다시 시간을 보니 새벽 1시였다. 1시간 30분 동안 뒤척이고 있은 것이다.


'오늘 푹 자려고 일부러 커피도 안 먹었는데...'


잠을 못자고 뒤척이다 보니 오후 3시가 되었다. 이제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갈 시간이였다. 여권과 필요한 서류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옷을 입고 아이들과 신랑을 깨웠다. 평소 잠이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둘째도 오늘은 바로 일어낫다. 모두 옷을 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새벽 3시 36분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 예상보다 6분 늦게 출발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을꺼야'라며 마음을 다독여보았다. 아이들도 설레고 긴장이 되는지 가는 길 내내 잠을 자지 않았다.


인천 공항 가까이 가자 차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이런 시간부터 차들이 많다니 연말이라 여행을 많이 가는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출국장 위쪽에 신랑이 우리를 짐과 함께 내려주고 차를 주차하고 오겠다며 먼저 짐을 붙이고 있으라고 했다. 공항에 도착한 순간 공항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기내 수하물을 붙이는 곳부터 사람들의 줄이 길었다. 기내수하물을 붙이는데 50분이 걸렸다. 지인 말을 듣길 정말 잘했다. 2시간 전에 도착했다면 마음 졸였을 것 같다.


필리핀짐.jpg 우리가 한 달 동안 생활할 짐들


출국장 가는 길에 줄이 정말 길었다. 여행을 아주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인천 공항에 오면서 출국장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을 처음 보았다. 새벽 시간이라서 문을 열지 않은 출국장도 있어서 더 심했던 것 같다.(최근 인천 공항 출국장 및 보안검색 대기 줄에 대한 뉴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공항사진1.jpg 출국장 들어가는 줄




신랑과 아이들은 출국장에 줄을 서고 나는 달려가서 공항에 있는 은행에서 미리 신청해놨던 환전을 찾아오기로 했다. 환전을 기다리는데도 줄이 길었다. 앞에 20명 정도 있었는데 결국 내 앞에 서계셨던 여자분은 비행시간때문에 결국 환전을 못하고 가셨다. 20분 기다려서 환전을 하고 신랑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출국장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신랑과 아이들은 출국장에 입장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랑과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4주 후에 건강하게 만나."


아이들과 나는 출국장으로 신랑은 집으로 돌아갔다. 출국장 입장, 보안검색대 통과, 출국심사까지 하고 나니 7시 10분에 면세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2시간 전에 왔으면 촉박해서 진짜 비행기를 통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찔했다. 이번에 우리가 타고 가게 된 티웨이 항공은 셔틀트레인을 이용해야지 탈 수 있었다. 우리는 우선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번호 근처에 가서 간단히 아침을 먹기로 했다. 처음으로 타 본 셔틀트레인은 소요시간이 15분 걸릴꺼라는 예상과 달리 자주 운행했고 운행시간도 5분 안쪽으로 금방 도착했다. 우리는 탑승번호 근처에 위치한 파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와 빵, 음료를 사서 아이들과 함께 간단히 먹었다.

이제 탑승할 시간이다. 잠시동안 한국 안녕~~


이제 출발.jpg 이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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