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의 어학연수 수료식 행사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예정되어 있었다.
수료식 행사 전 어학원에서 야외에 스페셜 디너를 마련해주셨다. 밖에서 먹는 특별한 음식이였지만 나와 둘째아이는 장염으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먹는 족족 화장실을 가야하기도 했고 입맛이 없어서 과일 외에는 입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들을 앞에 두고 과일 조금과 물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밖에서 먹는 식사는 근사했다. 수영장이 있는 야외에 멋진 조명과 야자수가 어우러져 마치 호텔 연회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해주었다.
얼마 전 있었던 시눌룩 축제를 보여주기 위해서 선생님들은 의상과 춤을 연습해서 우리 앞에서 멋진 공연을 펼쳐주었다. 우리는 선생님들을 환호하며 열광했다. 시눌룩 축제에 못 가서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나마 시눌룩 축제를 맛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공연을 위해서 선생님들이 의상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춤 연습을 하느라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서 나에게는 더 가치있는 공연이였다. 역시나 필리핀 사람들은 흥이 많고 끼가 많다.
몸은 엉망진창이였지만 수료식을 하는 기분은 특별했다. 4주의 기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기간이였다. 우선 집안일에서 해방되어서 음식, 청소, 빨래 이 세가지를 신경쓸 필요가 없었기때문에 아이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었다. 또 다양한 지역에서 온 다양한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서로 아플때는 챙겨주고 걱정해주면서 짧은 기간이였지만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었다.
아이들도 이 곳 생활이 좋았는지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8시간 수업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을테지만 아이들은 공부 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자극을 많이 받은 듯 했다. 큰 아이는 이제 식당에 가서 주문도 하고 호텔 데스크에 전화해서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둘째 아이는 본인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장점인 애교로 필리핀 선생님들 사이에서 '오렌지걸'로 불리며 유명인사가 되었다. 영어로 입도 뻥끗 못하던 나도 아무말이나 막 던지게 되었다. 이 곳에서 4주는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