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간절했던 게 처음 내 것이 되었을 때의 벅참을 기억한다. 17살 때부터 26살 때까지 잊지 않고 간절히 바랐던 나의 첫 장래희망. 항공기 객실승무원이다. 마지막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었고 그리 잘 본 면접이 아니었기에 기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내면에서는 아주 조금 희망을 걸고 있었나 보다. 합격 발표가 났다는 소식에 떨리는 손으로 결과를 확인했고 1년 반의 기다림 끝에 최종 합격을 마주했다. 2층에서 거실까지 그렇게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나만큼 그 소식을 기다렸을 가족에게 알리기 위해 떨리는 목소리로 합격 소식을 전했다. 그렇게 원했던 꿈을 이룬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 2년 동안 나의 마음은 처음과 같았을까? 전혀 아니었다. 피곤한 스케줄에 불평불만 하고 이건 이래서 저런 저래서 싫어하며 벅찼던 마음이 점점 무뎌졌다. 비행 외에 더 재밌는 일이, 공부가 없을까 하며 자꾸만 눈을 딴 데로 돌렸다.
그렇게 비행하던 오늘 문득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무뎌지기 마련이고, 내 손에 있는 것이 사실은 제일 빛나는 것임을. 무뎌진 것을 방치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쫓아다녀야 한다. 만족을 위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지나침을 택한다. 작년은 이걸 깨닫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무뎌지는 것에 속지 않으려면 외부 자극 없이도 스스로 만족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일부러 그 마음을 계속 가져야 한다. 무의식 중에 저런 생각을 지속하는 게 어렵다면 억지로라도 해보려 하자. 그러면 언젠가 잘되지 않을까. 나의 곁에 머물고 있는 사람, 일, 순간, 행운 같은 것들은 그냥 들어오는 법이 없음을 안다. 모든 게 나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은 지루하고 일상이 된 것들에 새삼스럽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온전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