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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카리

집에서 B가 부모님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잠깐 집 밖으로 나왔다.

집 앞에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고 그 너머로는 가정집들이 늘어져있었다.

도심과는 다르게 집들과 집들의 간격이 멀고 사이사이에 넓은 마당과 텃밭이 있었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도 보였다. 과연 야생동물들이 내려와 볼 만하겠네,라고 생각했다.


”저 개울가 깊은 곳에서 카피바라도 본 적 있어. “

나를 뒤따라 금방 집밖으로 나온 B가 말했다.


“야생의 카피바라? 들아본 적 없는데…”


“진짜야! 사진 볼래??”


“멀리서 찍은 사진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진짜 카피바라 맞아? “


“진짜라니까! 동물원에서 본 카피바라랑 똑같았어.”


“….. 뉴트리아 아니야?”


“… 뉴트리아? 잠깐만 검색해 볼게.”

B는 시골이어서 잘 터지지도 않는 데이터로 열심히 무언갈 검색해보고 있었다.

일본은 시골에서 저렴한 통신사를 사용하명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메이저 회선을 사용해야 한다고 들었다.

나와 B는 도심에서 오래 살았기에 가격이 저렴한 통신사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시골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때 데이터가 너무 느려지고 권외라고 나오기도 했다.


“…. 새끼 카피바라인 줄 알았는데.”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잠깐 끊어졌다.


잠시 후 B의 아버지도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나오셨다

“자 그럼 성묘 가볼까. “

아버지가 말하셨다.


우리는 다 같이 아버지의 차를 타고 성묘를 갈 준비를 했다. B의 조상들을 기리는 묘지는 집에서 약 15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다.

묘지로 가는 길 도중에 어머니와 B가 대형쇼핑몰에 들러서 꽃 몇 다발과 향을 사가지고 왔다. 성묘할 때 올릴 꽃과 향이라고 말했다.


묘지에 도착하니 내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커서 나는 깜짝 놀랐다. B의 집안뿐만 아니라 이 근방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묘가 전부 모여있는 것 같았다.

돌로 된 큰 묘비와 그 주변 장식들이 산의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중에는 엄청 큰 묘비와 휘황 찬란한 묘석으로 장식된 큰 묘지도 있었다.

B의 가족이 모시는 묘지는 그런 곳과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정갈하게 잘 관리된 중간크기의 묘지였다. 몇 번이고 꽃과 항이 꽂혀있었던 흔적이 남아있는 항아리가 앞에 놓여있었고 조상의 이름이 적혀있는 묘비가 반짝이고 있었다.


먼저 B의 부모님이 가져온 꽃을 올리고 향을 피운 뒤 물을 한 바가지 묘비에 부어서 깨끗이 씻어내고 합장을 하셨다. 두 분 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깊게 기도를 하고 계셨다. 특히 아버지의 기도는 생각보다 오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은 우리 차례. 앞 서 부모님이 하신 것과 똑같이 조상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합장을 했다.


B는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옆을 슬쩍 보니 B는 올리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아직 눈을 감고 합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B가 눈을 뜰 때까지 옆에서 조금 더 기다려주었다


짧은 시간의 성묘를 마치고 우리는 식사를 하러 가기 전 한 군데를 더 들르기로 했다. B가 어릴 적 돌봐주고 사랑했었던 강아지들의 묘가 있는 곳에 가보기로 한 것이다. 그곳은 차로 10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이었다. 산을 올리가는 길 중턱에 있는 작은 신사였다. B의 두 강아지는 이 신사에서 쉬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애완견들을 기리는 신사라고 했다.


신사에 도착하니 B는 조금 들뜬 것처럼 보였다.

“여기 정말 오랜만에 와보네! 쿠로랑 시로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


“…. 이름 너무 대충 지은 거 아냐?”


“뭐 어때 외우기 쉽고, 직관적이고! 두 마리 다 똑똑해서 자기 이름도 잘 기억했었어.”


신사 안 쪽에는 작은 명패들이 걸려있는 케이스가 있었다. 그 명패에는 사랑하는 애완견을 보낸 사람들이 애완견의 이름과 함께 작별인사를 적어둔 것 같았다.


“우리 쿠로는 이쯤이고… 시로는… 아 여깄다! 이거 내가 쓴 거야.”


작은 명패에는 강아지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오랜만에 찾아와서 미안해 얘들아. 기다렸지?”

B는 그렇게 말하고 강아지들에게도 기도를 올렸다.

나와 아버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B를 지켜보고 있었다. 먼 산기슭에서 시끄럽지 않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전부 일정이 끝나고 나서야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했다. 식당으로 가기 전 집에 잠깐 들르니 밭일을 끝내고 돌아오신 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셨다.


“아, 할머니!”


“아이고 우리 손녀 오랜만에 돌아왔구나.”


“건강하시죠? 너무 보고 싶었어요! “


할머니는 연세가 있어서 보였지만 아직 정정해 보였다.

B의 부모님은 B가 어릴 때 맞벌이로 바쁘셨다고 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 B를 키워주고 돌 봐준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였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B는 가족들 중 그 누구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잘 따른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치매로 입원을 하셨는데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면회도 힘들어지고, 병원에서 나오기 힘들어져서 못 만난 지 정말 오래되었다고 했다.


“아직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리러 가는 건 힘들대?”


“병원에서 면회를 거절한다고 하는구나.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하고, 직계가족 한 명정도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 같다. “

아버지가 대답했다.


“어쩔 수 없지. 빨리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야 할 텐데…”


“그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니까 기다려야지. 자 그럼 할머니도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 좋은 가게 예약해 두었어요. “

B가 어머니와 함께 할머니를 부축하여 다 같이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가게 안에 작은 정원이 있는 일본 전통식당이었다.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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