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벗, 가래 에게.
성은 떡, 이름은 가래, 서양식 명명이지만, 너희 집안은 우리 한민족가문과 아주 돈독해. 우리 가문의 애경사에 너희 집안은 늘 함께 했지.
너에게 이 글을 쓰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 사람들은 언제나 쉽게 접하는 존재들 속에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곤 해. 그런데 네 덕분에 난 그 소박함 속에 숨겨진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어. 오늘 그것을 이야기해 보고 싶어.
가래떡, 너는 정말 소박해. 네 친구들, 예를 들어 시루떡이나 바람떡, 무지개떡 등은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옷으로 치장하지만, 너는 늘 한가지 색의 같은 옷 만 고집하지. 그 흰색의 순수함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상징이자 너의 진정한 매력이야.
마치 달 항아리를 보는 듯한 그 고요하고 부드러운 색채는 보는 이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줘. 요즘은 백설기조차 자색고구마나 콩 같은 액세서리를 하는데, 너는 흔들리지 않고 굳건해. 누군가는 널 보며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할지 몰라.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너의 그 소박함때문일거야.
요즘 떡볶이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떡볶이의 진정한 주인공은 소스가 아니라 너였다는 생각이 들어. 달콤, 매콤한 양념이 너의 위에 뿌려져 있을 때, 모두들 이 놈들만 바라보지만, 사실 녀석들이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는 건 너 덕분이야.
너는 그 양념들을 흡수하고 맛을 내어, 그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해. 떡국도 마찬가지야. 떡국의 주재료는 너인데, 사람들은 떡국만을 기억하고 널 소홀히 대하는 것 같아. '떡국 대업'을 위해 몸이 잘리고, 말리는 그 고통을 감내했을 텐데, 그 누구도 그 희생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아.
그만큼 너는 겸손한 존재야. 그래서 앞으로 나만이라도 가래떡볶이, 가래떡국 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너는 다른 친구들과 조화를 이루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 물론 너 자체로도 훌륭해. 김이 모락모락한 네가 조미김에 싸이고 간장이나 꿀에 찍혔을 때는 정말 어메이징하지.
그렇지만 너는 다른 재료들과 함께 있을 때도 너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 불고기나 갈비탕, 만두, 라면에 너를 더하면, 그 음식이 훨씬 풍성해지고 맛있어져.
너는 그렇게 다양한 상황 속에서 언제나 조화를 이루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어.
스킨십이 뛰어난 너처럼,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지.
사실, 너의 팬들은 생각보다 많아. 나의 오랜 벗은 네 이름을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것조차 질투를 해. 너를 자신만의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거지. 네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야.
가래떡, 네 덕분에 나는 소박함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었고, 겸손함의 중요성을 배웠어. 그리고 조화를 이루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지. 너는 떡이라기 보다,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아폴로 같은 존재야.
고맙다, 마이 프렌드
PS) 나는 과연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가? 아니면 독불장군처럼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