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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킬앤하이드, 포크

by 미라보 Jan 30. 2025




포크야, 오늘은 너와 진지한 대화를 나눠볼까 해.


먼저, 한국에서는 네가 젓가락에게 밀려 '마이너' 신세지만, 서양에서는 '메이저'로 대접받고 있지. 젓가락보다 600년 늦게 태어났지만, 서양에서 너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해.

그런데, 오늘은 칭찬보다는 살짝 따끔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 미리 이해해주길 바래.




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 우선 네가 좋아하는 투플러스 스테이크를 한 입 먹으며 이야기해볼게. 너는 스테이크를 찍을 때 아주 당당하지? 하지만, 그 순간 바로 네 잔인한 면모가 드러나. 


젓가락은 음식을 살포시 들어 올리며 교감을 나누지만, 너는 무조건 찍어. 음식은 찔리고, 육즙은 터지고, 그 고통이 네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 그리고 너는 항상 칼과 짝을 이뤄 그들을 제압하지. 넌 찍고, 칼은 자르고, 음식 형제자매들의 공포는 말할 수 없이 커져. 




오죽하면 예후디 메뉴인이 “젓가락은 음식을 다치지 않게 평화적으로 집어 들지만, 너는 공격적으로 찌른다”고 했을까.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폭력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이다”라고 했지. 네 방식이 항상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네 입장도 이해해.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냐?'라고 말하고 싶겠지. 나도 그랬어. 왜 나는 장동건처럼 태어나지 않았을까 한탄한 적도 많았지. 하지만, 그건 아니잖아.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알지 못하는 자는 가장 불행한 자"라고 했잖아.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야. 





그리고, 너는 참 차별적이기도 해. 스테이크나 샐러드와는 다르게 파스타를 대할 때는 엄청나게 부드럽고, 조심스러워. 파스타를 감싸 안는 모습은 마치 젓가락처럼 보일 정도야. 차별이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는데, 이런 점은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의료계 분쟁을 봐도, 서로 가지고 있는 수단 만을 통해 목표를 이루려고 해. 양보의 미덕이 아쉽지.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도 있잖아. 그러니, 너도 좀 더 균형 있게 음식들을 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이미지: 홈앤어웨이


그리고 어린아이들과 있을 때, 너 참 순해지더라. 그 작은 손안에 네가 잡혔을 때, 아주 다정하게 음식을 퍼서 넘기고, 그 모습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네가 꼭 그렇게 잔인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순간이지. 그래서 일관된 공정함이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봤어. 


그래서 해결책이 뭐냐고?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잖아. 우선 너의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거야. 


포크야, 나는 너를 사랑해. 서구 음식을 먹을 때 네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어. 


그러고 너는 매끈하고 날렵한 체형, 한 손에 딱 맞는 완벽한 균형감, 어떤 음식이든 안정감 있게 떠받치는 힘과 같은 미적 가치도 뛰어나.


그러니 결코 미워하는 게 아니야. 다만, 네가 평화롭게 변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어. 




끝으로, 진정한 너 자신을 찾는 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될 거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PS) 나는 과연 나의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인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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