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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민중적 서사, 양말

by 미라보 Feb 02. 2025




양말, 오늘은 너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 보자.

너는 발이 입는 옷, 분명히 의류 종족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늘 뒷전으로 밀려나는 의류계의 아웃사이더지. 백화점에 가면 더욱 실감해. 셔츠나 바지는 당당하게 독립된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너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좁은 고시원 같은 곳에 밀려 있지. 유명세 있는 경우, 가끔 주목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늘 구석진 자리에서야. 


그래도 오늘은 그런 서운함을 잠시 잊고, 너의 특별한 역할과 존재감을 되짚어 보자.


너는 발의 가장 가까운 친구야. 발의 체온을 유지해주고, 깨끗하게 보호하며, 그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중요한 일을 해. 또한, 걷는 동안 생기는 마찰도 완화해주는 역할까지 해주지. 특히, 너 없는 겨울은 상상도 못해.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다재다능한 인재가 또 있을까? 




하지만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너는 종종 이상한 곳에서 악용당하기도 해. 예를 들어, 화장지가 없을 때 그 대용으로 끌려가는 경우, 변태들의 이상한 놀이에 동원되고, 심지어 네 몸 안에 돌멩이를 넣어 싸움에 악용되기도 해.


하지만 너는 그런 고난 속에서도 너의 역할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나타내고 있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내가 얘기해 볼께



도비와 해리포터 촬영지


먼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의 도비를 기억하니? 너는 그에게 자유와 해방을 상징했어. 해리포터가 너를 통해 도비를 해방시키면서, 억압받던 존재를 해방하는 도구가 되었지. 이 장면은 많은 독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어. 지금도 영화 촬영지에는 너를 기념하며 팬들이 놓아둔 수많은 네 친구들이 있다고 해. 


김이환 작가의 <양말 줍는 소년>에서도 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환상적인 세계 속에서 소년이 너를 줍는 일은 단순한 노동일 수 있지만, 그것은 그의 일상과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위였지. 너는 일상 속 반복되는 일들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대변하는 존재야.



또한, 알베르 까뮈의 일화도 있어. 그의 어머니가 결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냐고 물었을 때, '양말 한다스'라고 했대. 너는 결혼이라는 중요한 순간, 따뜻함과 축하를 담은 선물이 된거야. 어때, 흥미롭지?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너는 주연으로 활약하지. 너의 속에 가득 찬 선물들은 가족 간의 사랑과 기대를 담고 있어. 크리스마스 양말은 오랜 전통 속에서 기대와 설렘, 그리고 가족 간의 애정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지. <나 홀로 집에>외에도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이력도 있어.  



한국에서는 '버선발로 뛰어나온다'라는 표현처럼, 너는 따뜻한 환영과 반가움을 나타내.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긴다는 이 말은 사람 간의 따뜻한 관계와 마음을 상징해. 




뿐만 아니라, 백기완 선생의 <버선발 이야기>에서는 너가 민중적 서사로 등장하지. 여기서 너는 나눔과 공동체적 가치를 담고 있어. 자기 것과 남의 것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 함께 올바로 살아가는 세상을 상징하는 존재가 바로 너야.


이렇듯, 너는 비록 의류 종족 내에서 아웃사이더로 여겨질지 몰라도, 문학과 영화 속에서 중요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존재야. 사람들의 발을 따뜻하게 감싸주면서,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순간들을 함께해 왔잖아.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예술과 삶 속에서 즐겁게 생활하길 바래.


PS) 나는 나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 속에 스스로 갇히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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