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이 조지아 와인을 추천하며 몇 병을 보내주었다. 와인을 살펴보다가 눈길을 끈 것은 빈티지도, 품종도 아닌 상표였다.
'피로스마니'.
순간,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와 얽힌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 이름, 니코 피로스마니의 사랑을 떠올리게 했다.
니코 피로스마니는 프랑스 여배우 마르가리타를 사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짝사랑이었다. 가난한 화가였던 피로스마니는 그녀가 꽃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집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 수천 송이의 장미를 샀다. 그리고 그 장미들을 그녀가 묵고 있던 호텔 앞 도로에 장식했다. 마치 꽃길을 밟고 나에게 오라는 듯이.
마르가리타는 그 순간 감동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렇게 사랑도 끝나 갔고, 결국 피로스마니는 영양실조와 간경변으로 55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흥미로운 점은, 피로스마니가 장식한 그 수천 송이의 장미가 조지아의 포도밭 담장에 피어 있는 장미였다는 것이다. 당시 조지아의 포도밭에서 장미는 단순한 장식용이 아니었다.
포도밭 담장을 따라 심어진 장미는 해충과 질병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카나리아' 역할을 했다. 장미가 먼저 해충에 감염되면, 농부들은 이를 신호로 받아들여 포도나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피로스마니가 자신의 사랑을 장미로 표현했던 것처럼, 장미들도 포도나무를 보호하며 그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제 포도와 장미에 담긴 항산화 성분을 알아본다.
포도는 레스베라트롤과 폴리페놀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 성분들은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레스베라트롤은 특히 피부 세포의 재생을 촉진해 젊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폴리페놀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염증을 완화시켜 피부에 생기와 탄력을 더해준다. 와인을 적당히 섭취하면 이 항산화 성분들이 몸속에 흡수되어 건강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피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미 또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장미 추출물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 C,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페놀 화합물은 활성 산소를 억제하고 세포 손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피부의 탄력을 증가시키고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피부 톤을 밝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플라보노이드는 염증을 억제하고 피부 자극을 줄여주며,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페놀 화합물은 세포의 산화를 억제하고 피부의 노화 징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장미 오일은 보습 및 항염 효과가 뛰어나며, 은은한 향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심신의 안정을 유도해 아로마테라피 용도로도 널리 활용된다.
한편, 문학 작품에서도 장미는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로, 여기에서 '장미'는 진리와 사랑, 그리고 허무함을 나타낸다. 또한,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소설 '에밀리를 위한 장미'에서는 장미가 주인공 에밀리의 불행한 삶과 비밀을 상징하는 요소로 사용된다.
피로스마니 와인은 첫 모금부터 산뜻했다. 세미드라이 와인이라, 바디감과 산도가 낮아 부담이 없고, 빛깔은 마치 포도밭의 장미처럼 고왔다.
심수봉과 알라 푸가초바의 '백만송이 장미'를 번갈아 들으며, 조지아의 미르자아니 마을로 마음속 여행을 떠난다. 미르자아니는 피로스마니가 태어나고 살았던 작은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