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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10억짜리 라면

by 미라보 Feb 20. 2025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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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살아보니 사랑뿐 아니라 모든 것이 변한다. 그 중에 라면도 포함된다. 


어릴 시절, 라면은 그저 끓여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건 '최고의 간식'이었다. 요즘처럼 다양한 과자들이 없던 시절, 생라면을 부신 다음, 스프를 적당히 뿌려, 봉지 채 흔든 후, 입안 가득 집어넣고 씹을 때의 그 바삭한 행복! 당시 여타의 과자들은 이놈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청소년기, 특히 고등학생 시절의 라면은 '저녁의 설렘'이었다. 야간 자율학습 전에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탱글탱글한 라면, 몽실몽실 풀린 계란 국물에 도시락 찬 밥을 말아 먹던 그 행복감. 주말에도 야자를 하고 싶었을 정도였다(물론 분식점은 주말에 쉬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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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 때에, 라면은 '술안주'로 활약하기 시작한다. 대학 시절 친구들의 자취방이나 주점에서 계란 두세 알 풀어 넣은 라면 한 그릇에 소주잔을 부딪히던 그 밤들. 그때, 라면은 친구였고, 위로였으며, 의리였다. 


그리고 직장에서 1,2,3차 회식이 끝난 후의 라면은? 풀 해, 베알 장, '해장국'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기서 잠깐, <백종원 라면땅 레시피>와 다른 방법을 공개한다. 라면을 뽀개 전자레인지에 30초에서 1분 정도 돌린 뒤, 스프를 찍어 먹으면 고소하면서 짭쪼름한 맛의 간단한 술안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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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접어들면서, 이제 라면과는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 예전처럼 자주 먹지도,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혼자 있거나, 캠핑, 여행같은 예외적인 날에만 먹는 특식이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특별한 날에도 예전만큼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일까? 너무 많이 먹어서 식상한 걸까, 아님 내 입맛이 변한 걸까? 그것 또한 아니면 세상의 익숙한 것들과 서서히 이별할 때가 되어서 그런걸까?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닌데..)


한참을 고민한 끝에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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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취업이 아닌 사업을 했더라면, 그(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돈을 더 모았더라면, 더 열심히 놀았더라면, 악기 하나쯤 배웠더라면" 등등..


이런 가상의 라면들이 실제 라면들과 뒤섞여 질린 것이다.


다니엘 핑크의 <후회의 재발견>을 보면, 인간은 기반성, 대담성, 도덕성 그리고 관계성 후회 등 네 가지 핵심 후회를 한다고 정의했다.

더불어, 후회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던 열쇠임을 역설한다.


인간은 누구나 후회한다. 하여, 가상의 라면을 많이 먹었던 것은 당연했다. 이제라도 줄이면 된다.




라면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말도 들리곤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라면의 영양 비율은 대략 탄수화물 60 %, 지방 10%, 단백질 30%로 꽤 균형 잡혀 있다. 다만 국물은 가능한 적게 마시는 것이 좋다. 나트륨 때문이다. 


라면에 치즈나 계란을 넣으면 부족한 칼슘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대파나 김치를 더해 식이섬유를 채워보자.  


2023년 기준 국내에서 판매되는 라면의 종류는 무려 557종에 이른다. 골라 먹는 재미도 있지만, 이쯤 되면 한 가지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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