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막걸리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의 전통 증류주다. 소주는 주로 쌀을 증류해 만든 증류식과 옥수수, 고구마 등을 발효해 희석한 희석식으로 나뉜다. 깔끔한 맛이 특징인 소주는 성인 1인당 한 해 53병(2021년 기준)을 마실 정도로 한국인의 애정템이다.
한편, 쌀이나 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막걸리는 걸쭉하고 구수한 맛으로, 그 과정에서 생성된 유산균과 효모 덕분에 건강에도 이롭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은 다양한 맛과 스타일로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재해석되고 있다.
소주와 막걸리는 언제나 곁에서 함께하는, 그리고 결코 배신하지 않는, 친근하고 믿음직한 친구 같은 존재다.
하지만, 우리가 늘 녀석들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이국 친구들, 특히 위스키나 코냑에 대한 애정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애정이 주로 경제적 이유에서 자주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꼬냑은 17세기 프랑스 남서부의 코냑(Cognac) 지역에서 처음 생산되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브랜디만 '코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포도를 원료로 두 번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되어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코냑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력이 짙어진다.
숙성 기간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며, 최고의 코냑은 수십 년을 묵히기도 한다. 코냑은 향기와 풍미로 감각을 일깨우는 예(藝)스러운 술(sul)이다.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코냑과 향수는 공통점이 많다. 코냑의 향과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감각을 확장시키듯, 코냑을 모티브로 한 향수나 화장품 또한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Angels' Share by Kilian, Courvoisier와 같은 코냑 회사에서 만든 향수들은 코냑의 그윽한 매력을 담고 있으며, 톰포드의 '코냑 세이블'과 같은 화장품은 코냑의 풍미를 다양한 색으로 표현한다.
코냑과 향수는 모두 감각을 단계적으로 열어가는 예술이다. 코냑을 한 모금 마실 때,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고, 그 뒤로 혀와 입으로 전해지는 복합적인 풍미가 미각을 만족시킨다. 이는 마치 향수를 뿌렸을 때 코끝을 자극하는 탑 노트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가 차례로 펼쳐지며 여운을 남기는 과정과 흡사하다.
개인적으로 위스키보다 코냑을 선호하는 이유다. 평소 향수를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 세 가지 계열의 향을 시도해 보길 권한다.
시트러스 계열은 상쾌한 주말이나 여름철에 적합하고, 우디 계열은 말 그대로 나무의 향기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강인한 남성미를 표현하고 싶을 때는 사향노루에서 채취한 머스크 향이 적합하다. 이 세 가지 향을 적절히 조합하면 또 다른 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코냑을 사랑한 예술가들은 많다. 특히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코냑을 곁에 두고 작품을 집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코냑이 주는 깊은 향과 부드러운 여운이 창작에 영감을 준다고 믿었다. 또한 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적인 작품을 그릴 때 코냑이 창조력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달리는 코냑을 마시며 "나는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마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주와 막걸리가 일상의 동반자라면, 코냑은 특별한 게스트다. 때문에 코냑이나 위스키를 마시는 날은 자신을 위해 색다른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이 녀석의 깊고 고급스러운 맛을 즐기며, 그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고자 함이다. 해서, 그저 술을 마시는 것을 넘어,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주기 위함이다.
향수를 뿌리고 코냑을 마시는 순간은 마치 웅장한 랩소디가 울려 퍼지는 듯한 감각의 향연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