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했지만, 주말마다 만나는 오랜 연인이 따로 있다.
이름은 ‘우나’, 성은, ‘사’
사우나는 신체의 고단함을 벗어 던지고, 몸과 마음을 온전히 쉬게 해주는 나의 연인이다.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쉼’을 찾는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몸의 피로를 녹여내고, 단잠 속에서 정신의 무거움을 내려놓는다. 사우나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의 모든 평화가 내 안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뜨겁고 차가운 물속에서의 유희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며 한 주의 스트레스가 녹아 내린다. 단백한 건식 사우나와 촉촉한 습식 사우나를 즐긴 후, 시원한 냉탕에 몸을 던지면 "아, 좋다~!"가 절로 나온다. 마치 육신과 영혼이 정화되는 듯하다. 그리고 그 후에 찾아오는 단잠은 깊고 푸르다.
온탕, 열탕, 냉탕, 그리고 때로는 황토탕이나 이벤트탕까지, 다양한 온도의 탕을 오가며 내 몸이 가장 편안해 하는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놀이다. 열탕에서의 가시 같은 뜨거움, 온탕에서의 포근함, 그리고 냉탕에서의 알싸한 상쾌함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선택 코스’인 세신사의 황금 손길도 빼놓을 수 없다. 탕 속에서 불려진 피부 위에 세신사의 손길이 닿는 순간, 한 주간 쌓인 온갖 잡념이 각질과 함께 떨어져 나간다. 이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우나, 세계적인 놀이 문화
사우나는 우리만의 특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핀란드의 사우나 ‘뢰일뤼’는 그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우나(sauna)’라는 단어 자체가 핀란드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사우나는 핀란드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인구 550만 명의 나라에 약 330만 개의 사우나가 있을 정도로, 사우나는 그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핀란드인들에게 사우나는 휴식을 넘어 영혼의 정화 의식으로 여겨진다. 통나무로 지어진 사우나 안에서 땀을 흘린 후, 호수나 눈밭에 뛰어드는 그들의 모습은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놀이와 같아 보인다.
튀르키예의 사우나 ‘하맘’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고풍스러운 돔 형태의 천장 아래, 뜨겁게 달궈진 대리석(괴벡타쉬) 위에 누워 몸을 데운 후, 거품 마사지와 함께 전신을 이완시키는 하맘은 마치 몸을 위한 축제와도 같다. 특히 하맘은 개인적인 쉼의 공간과 함께 친구, 가족, 동료가 함께하는 사교장이기도 하다.
사우나, 평등의 공간
사우나의 또 다른 매력은 평등함이다. 이곳에서는 모두 벌거벗은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직위, 재산, 외모와 상관없이 모두가 같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쉼을 누린다. 이곳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고, 타인과의 차이(?)를 내려놓는다. 온돌 위에 누워 잠잘 때는, 햇빛을 쬐러 나온 똑 같은 크기(?)의 물개들 같다.
사우나, 행위예술의 무대
더 나아가, 사우나는 행위 예술의 무대이기도 하다. 똥머리 수건을 감고 탕 안을 도는 사람, 탕 속에서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 끊임없는 주절거림과 근력운동을 하는 이들까지. 각자가 하나의 퍼포먼스를 펼치듯, 서로 다른 행위들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다. 이곳에서 우리 민족의 예술성을 목도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사우나의 미용 효과
사우나는 그 특유의 열기로 피부를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땀을 많이 흘리다 보면 모공이 열리고, 피부에 있던 노폐물과 각질이 쓸려 나간다. 이는 여드름이나 잡티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열기 덕분에 혈액순환도 촉진되어 피부에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니, 생기 있고 탄력 있는 피부로 개선되는데 도움이 된다.
체중 감량 측면에서도 은근 꿀이다. 땀을 통해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가면서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물론 일시적이지만, 사우나의 높은 온도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고 칼로리 소모를 촉진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요요없는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사우나, 나의 리셋 버튼
결론적으로, 사우나는 나의 오랜 연인이자 삶의 리셋 버튼 같은 존재다. 뜨겁고 차가운 온도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은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사우나, 그곳은 쉼과 치유, 놀이와 미학이 공존하는 특별한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