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있네

그래도 집에만 있으니까 편.하.잖.아?

by 닭강정

오늘의 시


《놀고 있네》

새벽 6시 기상
밥하고, 먹이고, 치우고
세탁기 돌리고, 널고, 개고
기저귀 갈고, 우는 애 안고
장난감 치우고, 다시 어질러지고
애기 재우고, 일어나고, 또 먹이고

"그래도 집에만 있으니까 편하잖아?"
하는 말 듣고
숨이 멎을 뻔했다

그래
놀고 있다
집 안에서 진짜 잘 논다

청소랑 숨바꼭질하고
세탁물이랑 줄다리기하고
시간이랑 씨름하고
정신이랑 술래잡기하고

이쯤되면 이건
집 안에서 펼쳐지는
철인 3종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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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그래도 너는 집에서 노니까 좋겠다.”

그 말이 내 가슴에 콱 박혔다. 말끝을 흐릴 수 없을 만큼 선명하게, 잊을 수 없을 만큼 무례하게.


그 말 한마디가 내가 지내온 하루를, 나의 역할을, 나의 존재감을 송두리째 지워버리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내가 집에서 논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말 안에는 ‘집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책임이 덜하다’, ‘쉬고 있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주부는, 엄마는, 돌봄을 전담한 존재는 그렇게 가볍게 규정되곤 한다.


그날 이후, 나는 문득문득 내 하루를 들여다보았다.

아침 6시에 눈을 뜨고,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아침밥을 짓고, 먹이고, 다시 치우고.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널고, 접고, 청소기를 돌리고, 장난감을 치우고, 다시 어질러지고, 또 치우고…

이 끝없는 반복 속에서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이가 울면 안아주고,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감정을 따라가며 나를 잊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누군가의 눈에는 ‘노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집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래, 놀고 있어. 청소랑 숨바꼭질하고, 시간과 씨름하고, 정신이랑 술래잡기하는 중이야.”


단지 일을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름표가 없다는 이유로, 나는 ‘노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나의 하루는,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처럼 강도 높고, 결과 없는 훈련의 반복이다.


비록 누군가는 ‘놀고 있다’고 말할지라도,

나는 나의 하루를 자랑스럽게 껴안는다.


이 하루하루가 모여 아이의 내일이 되고,

이 ‘놀고 있는’ 시간이야말로 삶의 본질을 지키는 시간이라는 걸,

이제는 나 자신에게라도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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