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졌네

아이의 생떼보다 나를 더 지치게 하는 말

by 닭강정

오늘의 시

《엄마가 졌네》

마트 바닥에
드러누운 아이 하나

눈치 보며
웃는 척, 달래는 척
속은 타들어가고

"초코는 하나만 사자"
"그럼 오늘만 특별히"
"다음엔 안 돼, 알았지?"

온갖 협상술 펼쳐가며
겨우겨우
유모차에 앉히고 나니

뒤에서
툭 내뱉는 한마디

"엄마가 졌네~"

... 졌다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가 이긴 건지
누가 진 건지
이 싸움은
애초에 룰도 없었는데

지는 기분만
내 몫이었다



Essay : 졌다는 말이 왜 이렇게 서운한지


마트에서,

아이가 바닥에 드러눕고

고함을 지르고

초콜릿을 손에 쥔 채 버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순간

엄마로서의 체면이며 논리며 인내심을

모두 소환해 왔다.


“오늘만 특별히.”

“한 개만 약속.”

“다음엔 안 돼, 알았지?”


어르고, 달래고, 협상하고

겨우 유모차에 앉혀

내 속도 겨우 가라앉히고 나서

숨 좀 돌리려던 찰나에


누군가 툭,

“엄마가 졌네~”


그 말에

허탈함이 진짜 몰려왔다.


사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내가 그 순간 얼마나 애썼는지를

모조리 지워버리는 기분이었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싸움이 아니었는데

결과만 본 듯한 그 말이

너무 무심하게 날 박았다.


이상하게,

아이의 고집보다

그 말 한마디가

더 지치게 했다.


그래도 아이는 웃고 있었고

나는 아이를 안고 돌아섰다.


졌다,

하지만 잘 달랬다.

오늘은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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