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는 언제 했냐고

쓰레기통보다 내가 먼저 터질뻔

by 닭강정

오늘의 시


《분리수거는 언제 했냐고》


애 둘 하루 종일 데리고
말싸움, 몸싸움, 중재전

세탁기 두 번 돌리고
밥은 세 번 차리고
간식은 쉼 없이 날아갔고

장난감은 밟히고
물은 엎질러졌고
난 이미 한 번 울컥했었다

애들 재우고
간신히 앉았는데
열한 시 땡

신랑 귀가
문 열자마자 한마디

"집이 왜 이래?"
"분리수거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팔을 들었다

꿀밤을
정통으로 날리고 싶었다



Essay : 분리수거는 당신 차례야


그날은 진짜 버거운 날이었다.

애들끼리 싸우고, 울고,

중재하고, 타이르고,

도무지 안 되겠어서

결국엔 소리도 질렀다.


밥은 뜨뜻할 새도 없이

세 번쯤 차렸고,

물은 엎질러졌고,

간식은 두어 번 더 내놓았고.


장난감은 분명 치웠는데

기억이 안 나는 이유는

금세 또 어질러졌기 때문이다.


몸은 하루 종일

배터리 없이 돌아가는 장난감처럼

축축 늘어졌다.


애들 재우고

소파에 겨우 몸을 붙였을 때

그냥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조용한 게

너무 간절한 밤이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남편이 들어왔다.


“집이 왜 이래?”

“분리수거는?”


그 한마디에

그날 하루가 한 줄로 정리된 기분이었다.


내가 얼마나 버텼는지는

아무도 보지 않았고,

결국 눈에 보이는 건

설거지, 장난감, 바닥뿐이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변명할 힘도,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아서.


사실 그날,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그런 말이 나올 시간에

그 분리수거,

당신이 하면 되는 거였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