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보면 압니다.
나는 사람을 대할 때 습관적으로 입 주변을 유심히 보게 된다. 직업병이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부정교합 상태나 턱의 상하 비례와 돌출정도 등을 평가한다.
미소선이 아래 입술선과 일치하는지, 앞니 사이가 벌어지지는 않았는지, 심지어 앞니가 보철물인지 자연치인지도 얼추 보인다.
눈, 코, 입이 얼굴 표정을 이루는 중요 포인트이므로 아마도 치과의사들은 성형외과 의사 다음으로 미인을 잘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누가 봐도 다 예쁘다고 느끼는 여인들의 얼굴 비례를 통계 내어보면 대체적으로 일정한 황금 비율에 들어맞는다.
정면에서 봤을 때 양쪽 동공에서 수직으로 내린 선에 양 입꼬리 끝이 일치한다든지, 인중에서 입술선까지의 길이와 입술선에서 아래턱 끝까지의 길이는 1대 2가 되어야 한다.
활짝 웃을 때 치아가 입 전체를 채우는 게 아니라 양 입꼬리 부근에는 치아가 없는 '검은 여백(corridor)'이 있어야 매력적인 얼굴이다.
측면에서는 아래 턱끝에서 아랫입술 끝을 연결한 '심미선(Esthetic Line)'에 코 끝이 닿아야 한다.
원숭이처럼 입이 돌출된 안모는 이 선이 많이 기울어 코가 닿지 않는다.
그 외에도 많은 기준들이 있지만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막연히 예쁘다가 아니라 정확한 비례에 근거해 미인을 가려낼 수가 있다.
이러한 독사 같은 날카로움으로 한 때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적도 있었으니 나의 아내는 얼마나 미인이겠나.
입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구강 내 상태만 봐도 대략적인 성격이나 살아온 환경 같은 걸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일종의 고정관념에 따른 편견일 뿐이므로 이것만으로 사람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을 경우에는 고정관념도 일종의 간이 정보 분류 작업이 될 수가 있다.
작가 지망생들이 브런치북을 응모했을 때도 심사하시는 분이 어떻게 일일이 다 읽어보고 평가를 내릴 수 있겠나.
대략 초기 한 두 편의 글과 구독자나 라이킷 수 같은 SNS 댓글 성적으로 판가름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방법으론 숨어있는 수작을 놓칠 우려도 있지만 그나마 대략적인 필터링은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경제력은 있어 보이는데도 충치가 많고 구강위생상태가 불량하다면 맞벌이하는 바쁜 부모 대신 조부모 손에서 오냐오냐 응석받이로 컸을 가능성이 크다.
마구 떼쓰는 아이가 감당이 안 되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고 단 것으로 쉽게 키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고집이 세고 참을성이 부족하며 비만인 체형이 많다.
의지가 약해 일을 미루거나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유추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충치를 유발하려면 다음의 네가지 요소가 모두 겹쳐야한다.
숙주인 '치아',
충치를 유발하는 '세균',
그리고 충치균의 먹이가 되는 '당분'
마지막으로 '시간' 요소이다.
충치를 없애자고 치아를 다 뽑을 수는 없는거고, 항생제 복용이나 가글제를 매일해서 입안의 세균을 다 박멸하면 세력 균형이 무너져 캔디다증 같은 곰팡이균 질환이 생기게 된다.
그러니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요소로는 세균의 먹이가 되는 당분 섭취를 줄여 세균이 굶어죽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세균이 당분을 섭취했다고 해도 그 대사산물인 산이 나와 치아를 부식시키기 전에 즉시 이를 닦아서 시간 요소를 주지 않으면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치가 많다는 것은 귀찮은데 한 번쯤 이 안 닦는다고 어떠랴하는 자기 변명과 게으름 때문이다.
반면 치아가 깨끗하고 구강 위생상태가 좋은 사람은 자기 관리가 엄격하고 의지가 굳은 성격이 많다.
자기 절제가 강하므로 공부든 사업이든 성취를 이루어 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치아가 건강한 사람은 건강하고 날씬한 사람이 많다.
저녁 식사 후 즉시 이를 닦아버리면 치약의 강한 민트향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다.
그러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물기가 많고 섬유질 투성이인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씹는 과정에서 벌써 이를 닦는 것과 같은 자정작용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런 다이어트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치아와 몸 모두 건강한 것이다.
가지런한 치열로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사람들은 남들에게 호감을 주므로 매사에 자신감 있는 태도와 밝은 성격으로 사회성과 인간관계가 좋다.
반면 부정교합으로 치열이 나쁜 사람들은 자신있게 웃지 못하고 입을 가리며 소심한 행동과 편협된 성격을 가질 확률이 높다.
전반적으로 모든 치아들이 마모가 심하다면 잘 때 이를 갈거나 집중할 때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앙다무는 습관이 있을테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예민한 성격이거나 완벽주의자일 수 있다.
자면서 이를 가는 힘은 식사할 때 보다 열 배에 가까운 큰 힘이 치아에 가해진다고 하니 엄청 위해한 것이다.
마치 믹서기에 음식물을 넣지 않고 빈 상태에서 공회전을 오랫동안 시키면 모터가 타 버리는 원리와 유사하다.
또한 잦은 구토로 인해 위액의 강산이 역류해 전 치아를 고루 부식시키고 이를 칫솔질로 닦아 문질러 치아 마모를 가속시키니 과음을 하는 습관이 있거나 역류성 식도염 같은 소화기계 질병도 의심해 볼 만하다.
이처럼 대체로 치아 상태가 건강한 사람이 신체도 건강하고 자라 온 환경과 성격이 좋은 경우가 많다.
우리의 조상들은 치아가 많은 사람이 현명하고 덕이 많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신라시대에는 왕을 결정할 때 떡을 물어 떡에 찍힌 치흔을 보고 치아 개수를 헤아려 가장 이가 많은 사람을 왕으로 추대했으니 이를 '이사금'이라 했다.
'잇금'에서 '님금'이 되고 '임금'이 된 기원이라고 한다.
예전에 나의 사위가 딸과 사귈 때 우리 집에 결혼 허락을 받고자 인사를 드리러 온 적이 있었다.
외국인이라 우리말이 서툴러 떠듬떠듬 간신히 외어서 무릎 꿇고 하는 말이,
"어머님, 아버님.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하는데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그때 대답 대신 스케일링을 해준다는 핑계로 치과로 데려가 구강 검사를 했다.
마치 미국의 흑인 노예 시장에서 치아를 보고 건강한 노예를 고르는 것처럼 말이다.
마시장에서 우량마를 고를 때도 이빨을 본다고 한다.
사위 후보의 구강 진찰을 해보니 썩 만족스러웠다.
"오냐. 니 해라."
점쟁이한테 가서 볼 궁합을 구강 검사로 대신한 셈이다.
사주 궁합도 결국은 통계에 의한 '고정관념'의 산물이 아니겠나.
나의 구강 검사 궁합법은 적중률이 높다.
지금 우리 딸은 능력 있는 사위를 만나 미국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반면 내 지인 중 동생뻘되는 한 친구는 결혼 전에 아가씨를 데리고 인사하러 왔었는데 구강 검사를 해보고는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두터운 메이컵으로 예쁘장한 모습이었지만 부정교합에다 어금니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저런 상태로 식사나 제대로 할 수나 있었겠나 싶었다.
당연히 입이 짧아 날씬했고 턱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서 얼굴 윤곽은 'V 라인'이 되어 제 눈엔 예뻐 보였나 보다.
친구에게 신중히 생각해 보라고 조심스레 반대의사를 비췄지만 연애에 눈이 먼 상태인데 들을 리가 있나.
결국 결혼 6개월 만에 이혼하고 말았다.
놀랍게도 남자 문제가 있었고, 여자임에도 성격이 난폭해서 부부싸움 현장엔 깨진 유리 파편 조각 투성이었다고 한다.
마음이 여린 그는 그때의 충격으로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외로이 늙어가고 있다.
요즘 영화나 TV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재벌 금수저들의 모습은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라 능력 있고 스마트한 데다가 얄밉게도 인성도 좋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서인지 사람됨됨이까지 좋은 게 모든 걸 다 가졌다.
그러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
충치 치료를 하고 치아교정을 해서 운명이 나아진 게 아니라 그렇게 해서라도 인생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가 운명을 바꾼다.
이것은 편견도 그 무엇도 아닌 엄연한 팩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