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_ Adlaide
지금 시각 9시 15분. 공항 라운지에 앉아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호주에서의 마지막 비행기. 이 비행기를 타면 나는 Perth로 갈 것이고, 그 곳에서 호주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야한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쉬움이 이러한 것인가. 왠지 떠나기 싫어지는...
"An End is another Start."
조금 전에 공항 Internode 인터넷을 활용해서 Facebook에 가입했다. 그 안에 개인정보를 등록하면서 'An end is another Start'라는 글을 적었다. 끝은 시작이란 또 다른 의미가 아닐까? 비록 이곳을 떠남이 아쉬움으로 남기는 하지만, 그 아쉬움을 기억과 추억으로 남기고 또다시 새로운 뭔가를 위해서 출발할 수 있는 훌륭한 계기로 만들어야지..
오늘은 특별한 일정을 세우지 않았다. 어제 맥주를 마시고 Markus가 놓고 간 싸구려 와인을 섞어 마셔서 였는지 아침부터 숙취로 인한 두통과 불편한 속을 감내해야만 했다. 글렌베그 해변을 가볼까 생각을 했지만, 굳이 많이 보아온 해변에 대한 큰 미련이 없었기에 애들레이드에서의 여유있는 하루를 선사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 덕분에 오늘 하루는 세명의 부산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아침에 식빵을 먹었으나, 불편한 속 덕분에 라면을 먹으면서 숙취를 달래고, 잠시 도서관에도 가보고, 탁구도 치고, 수다도 떨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탑승 시간까지 20여분이 남았다.
특별한 일이 없다 보니 글을 쓰는 것도 많은 분량과 오랜 시간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글을 적는 부담이 적어 편한 것은 있지만, 왠지 하루가 너무 쉽게 흘러간 듯한 생각이 남기도 한다.
나의 꿈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불어 teacher가 아닌 helper로 남고 싶다. 하지만 아직 나는 아직 너무도 부족하다. 25살 부산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돕고 싶었다. 내 딴에는 그들을 존중하며 내 울타리가 아닌 그들의 울타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던 말을 돌이켜보면 나의 관점에서 그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몇 년을 더 살고 더 많은 경험을 했기에 나름대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해준다고 생각했겠지만, 어쩜 그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하지도 못할 말을 하고 있었는지도... 나의 경험과 생각을 얘기해주었지만, 그건 나의 것이었을 뿐, 그들의 것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비록 나와 같은 시행착오가 없이 인생을 보다 멋지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햇을지라도, 과연 그것이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을까?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내가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어가는 또다른 모습이겠지.
오후 무렵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통해서 다시금 호주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생각했다. 이제 꼬박 4일이 남았다. Perth에서의 4일. 그사이 지난 한달을 살았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면서 이 시간을 정리하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멋진 마무리를 남겨야지.
몇가지 잊은 일이 있어 추가적으로 글을 쓴다.
부산 친구들이 담배 한값을 선물로 주었다. 나름대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가방 속에 담배 한값을 넣어놓았던 것이다. 비록 작은 것이기는 했지만, 그 선물에 마음이 너무 흐뭇함을 느꼈다. 비록 그 담배를 바라고 했던 일들은 아니었지만, 그들을 위해서 식사를 준비하고, 라면을 샀던 모든 것들에 대한 뿌듯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누어 베풀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들에 대한 행복감?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방을 나왔을 때 어제 밤 만났던 광주 친구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내가 운이 좋았는지, 그 친구가 나를 공항까지 바래다 주었다. 공항 버스를 타면 된다고 말했는데 기꺼이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데... 사실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나도, 그도. 하지만 타지에서 만난 고향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서로에게 작은 정성을 베풀 수 있었음이 고마웠고, 그런 고마움 속에서 나 역시 더욱 더 내가 가진 것에 대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모두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