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의 차이

Ella Fitzgerald -Isn't This A Lovely Day

by 강인한

https://youtu.be/tINbLDbDJ9s?si=mvSNV-0cm2t5W7Dq

출처 유튜브 Ella Fitzgerald
The weather is frightening
날씨는 무섭고
The thunder and lightning Seem to be having their way
천둥 번개는 제멋대로 치는데
But as far as I'm concerned It's a lovely day
하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멋진 날이에요

The turn in the weather
바뀐 날씨는
Will keep us together
우리를 함께 있게 할 거예요
So I can honestly say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That as far as I'm concerned
제가 보기엔
It's a lovely day
멋진 날이에요.
And everything's okay
그리고 모든 게 다 잘될 거예요.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전날에 그렇게 맑았는데도 다음날 갑자기 비가 온다던지,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한 순간에 흐려지곤 한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오기도, 한동안은 비가 오지 않아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게 날씨의 변덕이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그 선호에는 내가 집 안에 있을 때만 해당되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언젠가 날씨가 좋아서 친구와 한강에서 피크닉을 즐기기로 약속을 잡고 외출을 했던 적이 있다. 돗자리를 펴고 막 음식을 시키려는 찰나, 갑자기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내 옷은 흠뻑 젖어버렸고, 신발에는 빗물이 서서히 들어와서 내 신경을 자꾸만 건드렸다. 그러다가 양말에 빗물이 스며드는 그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져버렸고 불만은 내 기도를 타고 올라와 입 밖으로 펑- 하고 터져나갔다.


“오늘 하루를 다 망쳐버렸어”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한가롭게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어둑어둑 해질 때쯤 치맥을 즐길 생각이었는데 변덕스러운 날씨 하나로 모든 계획이 가볍게 다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기 시작했다. 불평 불만 할 새 없이 온몸이 젖어버리기 전에 나와 친구는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만 했다. 둘이서 정신없이 비를 맞으며 거리를 뛰어다녔다.


비를 맞으면 맞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다. 분명 나의 계획은 다 망가졌고, 빗물에 신발까지 다 젖어서 저걸 언제 또 말려야 하나 걱정이 될 법도 한데 말이다. 비를 맞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비에 쫄딱 젖은 강아지 같아서 웃음이 나왔고, 잔뜩 꾸미고 나온 친구의 망가진 모습에 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근처에 보이는 건물 아래로 들어가 겨우 비를 피할 수 있었고, 한참 동안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 기분은 아까와는 분명 달랐다. 깔끔하게 하루를 포기를 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하나의 추억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그 순간 미묘하게나마 내 기분이 바뀌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근처의 작은 호프집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안주를 먹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행복한 순간이자 기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변덕스러운 날씨보다 더욱 예측할 수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당장 1초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세상의 변덕스러움에 내 감정을 온전하게 의지하고 싶지 않다. 하나하나 휩쓸려 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변덕스러움에 지쳐버릴 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 일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일이 바뀔 수도 있다. 누군가는 불쌍하게 나를 바라보더라도 내가 행복하다면야 아무렴 괜찮지 않을까. 그런 긍정적인 사고를 누군가는 단순한 정신승리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사람들은 내 감정과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결국에 비를 맞는 것도 나 자신이고,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겪을지 선택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우리에겐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렇다면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내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생각을 선택하는 것이 변덕스러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고, 나를 위한 작은 배려 아닐까.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22화아이야, 울지 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