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은 직선의 방향으로 곧게 나아갈지도 모른다. 그것들은 빠르게 흘러가는 것. 그렇지 않다 해도 빠르게 느껴질 무언가의 모음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몇 개의 단어들을 떠올려보았고, 그 단어에 대한 나의 생각 또한 직선으로 나아갔지만 어쩐지 단어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은 자꾸만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나는 그 단어들이 정말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몰랐기에 여러 단어들을 쓰고, 생각하고, 이리저리 연결도 해보며 자꾸만 늘어졌고 그렇게 잠식된 단어들이 하나씩 늘어갔다.
누구나 눈 한번 깜빡. 감았다 뜨면 다른 삶에 놓인다. 눈을 감기 전의 세상과 뜨고 난 후의 세상은 분명 다르다. 하루는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매일 변화하고, 지나간 나의 시간은 한순간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1초 1분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까지도.
그렇기에 우리의 몸은 지금보다 젊어지지 않는다. 그 몸은 점점 굳어져만 갈 것이며 우리의 머리엔 언젠가 새하얀 눈이 덮이게 될 테다. 각자의 속도야 다르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작은 직선의 생명 속에서 들이쉬고, 다시 내쉬는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투쟁하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표현한다.
곧게 나아가지 않는 마음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다. 그것이 곧지 않는다면 상대의 단단한 진심 앞에서 부딪히거나 꺾여버리고 만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나타내려 하는 것은 곧 나의 가장 깊은 곳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과도 같으니까.
누군가의 말은 항상 조심스러워야만 한다. 그 말이 너무 짙어질 때면 상대방을 뚫고 지나가 그 자리에 채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으니까. 언젠간 그 말이라는 것이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다가 더 나아갈 곳이 없어 결국 나에게로 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자 또한 한 방향으로 시선이 나아가야만 빠르게 이해를 할 수 있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약속이 필요하다. 가령 첫 글자만 읽고 끝 글자를 읽으면 우리는 이 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그러니
직선을 품고 있는 모든 것들은 본질적으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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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어나간 선. 그 선에는 날카로움이 숨어 있다. 어떠한 굽어짐도 없기에 여유가 없다. 나는 가끔 직선의 것들 앞에서 날카로워진다. 직선에는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우리는 끝을 바라보며 언제든 뒤돌아볼 수 있지만 거기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갖고 있다. 그렇다고 끝을 바라지도 않기에 불안정한 삶의 반복은 계속된다. 나아가는 듯 하지만 그 끝에 가까워지면 뒷걸음치는 것과도 같은 삶. 시작과 끝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맴돌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전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은 단일의 선과는 다르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우리는 지나간 시간 속에서 놓쳤던 의미들을 다시금 배우고, 책 속에서 무작위의 방향으로 글자들을 읽다가 그 글자를 다 읽을 때 즈음 그 글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게 되듯이, 그런 후회와 회상. 되새김의 순간들은 직선처럼 흘러가는 삶 속에서 굴곡을 만들어낸다. 그 굴곡들은 직선을 원의 모양처럼, 다시 처음의 순간으로 돌아가게끔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조금씩 날카로운 직선을 무디게 만들어간다. 그렇게 누군가의 지나간 시간과 놓쳤던 기회들은 조금씩 굽어지다 몇 년, 어쩌면 몇십 년이 지난 뒤에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인생을 처음부터 짚어볼 때. 직선은 나선이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