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눈을 뜨면 서로에게 아침 또는 점심, 어쩌면 저녁을 먹을 때쯤이 다 되었을지도 모른다. 창밖을 보면 아무도 없는데. 그럼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막연하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 사람들은 사실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당신도. 모두 각자의 삶으로 숨어버리니까. 같은 나뭇잎도 시간 지나 그 색이 바래지는데 나는 자꾸만 과거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언제까지고 붙들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늙어가는 그 모습을 찬찬히 시간 들여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너무 급하게는 말고. 그런 순간이면 오랜만에 만나 어쩐지 어색한 기류가 돌게 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올라온다.
사람들과 한동안 만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때, 나는 서로 간에 작은 선물을 교환하자고 말한다. 연락을 매일 하기에는 서로가 불편하고, 그렇다고 아주 단절을 하고 싶지 않을 때. 약간의 작은 선물은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기억하고 또 상대방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 어딘가 여행을 가더라도 그곳을 기억하기 위한 작은 소품 하나쯤은 반드시 구매하는 편이다. 나에게 작은 선물은 기억의 저장소다. 나는 그 작은 선물을 통해 기억 속의 그 사람 또는 내가 다녔던 장소와 만난다. 무얼 하고 있을지, 지금은 어떨지 고민하는 순간에도 그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변해가고 있겠지. 앞으로도. 그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어렸을 적부터 깊은 물을 보면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것은 짙은 남색을 넘어, 그 속을 알 수 없는 조금 더 근원적인 불쾌함. 빠져버리면 어디까지 들어가게 될지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일종의 깊이감 같은 것들인데 한번 빠지게 되면 다신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때 어둡다는 것의 두려움의 본질은 보이지 않음에서 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두려운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가끔 누군가를 마주할 때 그 사람이 무언가를 반드시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 때문에 모습을 짙게 숨기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감정은 무겁다.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보고 열어보는 것은 두렵다. 그것이 두렵다고 변함을 언제까지고 회피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연락하고 자주 만나면서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 시간이 지나 상대방을 알아볼 수 없게 되기 전에. 검은 물속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져버리기 전에.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우리는 기억을 매개로 맺어진다. 지금 내가 당신을 생각하면 당신은 이미 변해있다. 반대로 당신 또한 그럴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나의 사람들에게 행복을 빌어 줄 수밖에. 많이 변하게 되더라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 수밖에. 끝내 그 끝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