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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라이트(Green light)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비평

by 조지조 Jan 11. 2025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서 유아인이 분한 소설가를 꿈꾸는 남자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네, 뭐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돈은 많은 수수께끼 같은 개츠비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아”


개츠비는 우리나라 대중 예술, 예능에도 많이 인용되는 재료이며,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한 평의 비평으로 서술하기에는 주옥같고 깊은 문장들과 철학적인 메시지들이 너무 많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어렸을 적 난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개츠비의 지고지순한 데이지를 향한 순정이 좋았다면 최근 마주한 개츠비는 나에게 지독하게 외로운 사람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던 뉴욕의 대저택에서 부유하고 화려했던 지난날을 지나고, 세상이라는 공기의 호흡기를 떼어내는 순간(장례식장) 그를 진정으로 추모하는 이는 친구이자 관찰자 닉과 아버지뿐, 어쩌면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사랑했던 사람일 것이다.



화려한 미국 뉴욕의 1920년대의 물질주의, 타락한 자본주의의 명암이 드리워진 이 소설의 주인공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맹목적인 목표와 집착은 가질 수 없는 작은 초록색 빛(그린라이트)으로 투영된다. 풍족과 권태의 시대에 정신적 방황의 목표와 신념의 대상을 데이지라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얻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는 자체가 개츠비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허기진 사람인지를 대변해 준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진 외로운 인간의 정신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선 삶의 열정의 대상이 필요하다. 그 대상은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기억,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의 데이지로 선택된다. 열정의 재활용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개츠비는 속물인 데이지를 사랑했다기 보단 꿈이나 목표 같은 자신의 열정의 대상이 필요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열정의 대상은 개츠비로 하여금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가지게 하며 아래의 관찰자 닉에 의해 소설 도입부에 서술된다.



“ 개츠비의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은 다른 어떤 사람에게서도 일찍이 발견한 적이 없고 또 앞으로도 다시는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낭만적인 민감성이었다. 그래 개츠비는 옳았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속절없는 슬픔과 숨 가쁜 환희에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 삼은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난 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들 때문이었다.” 



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들??


개츠비의 희망은 데이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즉 이스트에그의 가질 수 없는 작은 초록색 빛으로 투영된다. 



소설 말미에 관찰자 닉은 죽은 개츠비를 생각하며 희망과 경이감 희열을 간직한 미래에 대해 다시 이야기한다.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부두 끝에서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가짜 그린라이트에 속아 떠밀려 가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개츠비 그리고 다가갈 수 없는 초록 불빛이자 개츠비의 희망고문 데이지..




개츠비는 사랑이었을까? 데이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정신적 허기나 외로움이 깊어지면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갈망한다. 받는 사랑이든 주는 사랑이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어떤 사람은 타인에게 사랑을 줘야 자신이 충만해진다. 사랑을 주면 그 진심에 상대방도 사랑으로 화답한다.


사랑의 선순환이다. 


하지만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초록색 희망은 사랑이라기보다 자신의 열정의 대상으로 생각된다. 닉이 이야기했던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이 있는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물질적으로는 탑을 이루었지만 정신적으론 허기를 채주기 위한 개츠비의 공허한 마음의 열정의 대상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가끔 지금의 감정이 진짜 사랑인지 아니면 정신적 허기에 열정의 대상이 필요한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사랑과 열정의 대상을 구분하는 단어는 그린라이트이다.


진짜 사랑은 숨길 수 없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사랑스럽고 그윽한 눈빛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연기한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이 로즈와 사랑에 빠졌을 때 눈빛과 동일인물(레오)이 연기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데이지를 보는 눈빛은 다르다. 사랑의 눈빛과 열정의 눈빛은 엄연히 다르다. 



그 사랑스러운 눈빛이 상대방의 눈빛이 반사되어 영롱한 진짜 그린라이트가 생긴다.


사랑의 눈빛은 숨길 수 없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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